S&P500, 11월에 이미 3.7% 상승…계속 오르긴 어렵다[오미주]
[편집자주] '오미주'는 '오늘 주목되는 미국 주식'의 줄인 말입니다.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이벤트나 애널리스트들의 언급이 많았던 주식을 뉴욕 증시 개장 전에 정리합니다.
미국 증시 3대 지수가 9일(현지시간) 일제히 하락했다. 전날(8일)까지 S&P500지수는 8거래일, 나스닥지수는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만큼 쉬어갈 때도 됐다.
하지만 이날 증시 약세는 기대하고 있는 연말 랠리가 생각만큼 강하지 않을 수 있음을 상기시켰다. 이유는 6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다.
그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장기간에 걸쳐 인플레이션을 2%로 끌어내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성장 제약적인 통화정책 스탠스를 달성하려 노력해왔다"며 "우리가 그런 스탠스에 도달했는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PL 파이낸셜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제프리 로치는 CNBC에 "파월 의장은 투자자들에게 내년에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고 생각히며 너무 들뜨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은 지난 1일 FOMC 이후 파월 의장의 발언이 매파적 스탠스에서 좀더 중립적으로 완화됐다고 보고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끝났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채권과 주식시장이 동반 랠리를 누렸다. 파월 의장은 이에 자신의 발언을 완화적 메시지로 오해하지 말라고 일침을 가한 것이다.
하지만 톰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웹캐스트를 통해 "나는 장기 국채수익률이 정책 결정의 변수로서 그리 유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채수익률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에 상당히 큰 폭으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국채수익률이 올랐다고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의미다.
11월 랠리의 토대가 됐던 긴축 종결 기대감이 타격을 받으면서 증시는 일단 상승세를 멈췄고 투자자들은 자신의 투자 포지션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하게 됐다.
지난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 장기채 수익률의 급등은 연준이 결정하는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국채 공급이 크게 늘어나며 수요가 공급을 충분히 흡수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공급에 비해 수요가 많지 않으니 투자자들이 더 높은 금리를 요구한 것이다.
이날 경매에 부쳐진 미국의 30년물 국채 금리는 4.769%로 정해졌다. 이전 경매 때보다 금리가 0.051%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국채가 경매에서 팔리지 않고 남아 프라이머리 딜러가 인수해야 하는 국채도 이날 공급 물량의 24.7%에 달했다. 이는 지난 1년간 프라이머리 딜러가 떠안아야 했던 국채의 평균 비율인 12% 대비 거의 두 배에 달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날 30년물 국채수익률은 전날 대비 0.122%포인트 오른 4.777%로 거래를 마쳤다. 10년물 국채수익률도 0.123%포인트 올라 4.629%로 마감했다.
증권산업 및 금융시장협회(.Sifma)에 따르면 올들어 10월 말까지 미국의 국채 발행은 전년 동기 대비 32% 급증했다. 국채 공급이 늘며 국채수익률이 올라가자 투자자들이 이전까지는 별다른 신경을 안 쓰던 재무부의 국채 경매 결과에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됐다.
로젠버그 리서치의 창업자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투자 전문 매체인 배런스에 "채권이 주식을 이끌고 있다"며 "주식은 결사적으로 국채수익률 하락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증시는 국채수익률 하락을 원하지만 경기 침체는 원하지 않는다. 로젠버그는 증시가 "경기 침체와 관련 있는 이유로" 국채수익률이 떨어지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위험자산 전반적으로 여전히 '소프트랜딩'(경기 연착륙)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븐스 리포트의 톰 에세이는 "갑작스러운 경제지표 악화에 따른 국채수익률 하락은 S&P500지수를 4400까지 끌어올리지 못할 뿐더러 4300에서 유지하게도 못할 것"이라며 "경제지표가 악화된다면 기업 실적 관점에서 볼 때 일년 중 가장 '위험한'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밝혔다.
종합하자면 증시가 강한 랠리를 누리려면 경기 침체 없이 국채수익률이 하락해야 한다. 하지만 그 가능성은 극히 희박해 보인다.
게다가 이날 장기 국채 경매의 수요 부진은 연준이 통화 완화로 돌아서 국채수익률이 하락한다고 해도 국채 공급이 줄지 않으면 국채수익률 하락폭이 제한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먼저 기업들의 실적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S&P500 기업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은 상당히 괜찮았다. 하지만 올 4분기 실적 가이던스는 좋지 않았다.
올 4분기 실적 가이던스를 제시한 75개 기업 가운데 64%가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S&P500 기업들에 대한 애널리스트들의 올 4분기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도 4% 낮아졌다.
로젠버그는 강력한 펀더멘탈을 가진 기업들이 최근 랠리를 주도한 것이 아니란 점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최근 랠리에서 가장 많이 오른 종목들은 공매도가 가장 많이 된 종목들, 다시 말해 아직 이익도 내지 못하고 있는 기술기업들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랠리가 공매도 세력들이 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주식을 되사는 숏 커버링에 의해 주도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로젠버그는 "어떤 펀더멘탈의 강세 때문이 아니라 기술적 요인과 현 상태에 대한 만족감에 따라 반등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올들어 S&P500지수는 13.2%, 나스닥지수는 29.2% 상승했다. 하지만 소형주들로 구성된 러셀2000지수는 올들어 4.2% 하락했다.
로젠버그는 나스닥지수와 러셀2000지수의 수익률 격차가 33.4%포인트에 달한다며 "이는 지난 25년간 가장 큰 격차로 닷컴버블 막바지에 마지막으로 나타났던 현상"이라고 밝혔다.
로젠버그의 주장은 그가 유명한 증시 약세론자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야 한다. 하지만 증시에 단기적으로 모멘텀이 있다고 해서 계속 상승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는 있다.
주식 투자자 연감(Stock Trader's Almanac)에 따르면 S&P500지수는 1950년 이후 11월에 평균 1.7% 상승해 1년 중 수익률이 가장 좋았다. 그런데 S&P5000지수는 이날 하락을 포함해도 11월 들어 이미 3.7% 가까이 올랐다.
미국 증시는 지난 8월부터 10월까지 세 달 연속 하락했고 지난 1945년 이후 77년간 11월까지 네 달 연속 하락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현 수준에서 증시의 추가적인 강한 상승세를 기대하기는 당분간 어려워 보인다.
권성희 기자 shkw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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