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필 협연 조성진 "데뷔 때 기억 생생"…상주음악가 선정(종합)

강애란 2023. 11. 10.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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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 연주…베를린필 대표 "직관력 있는 연주자"
단원들 "지휘자 페트렌코와 새 시대…절대 작곡가 넘어서지 않아"
인사말 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무궁화홀에서 열린 베를린 필하모닉 내한공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10 jin90@yna.co.kr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기자 = 6년 만에 내한하는 세계 최정상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이 다시 한번 피아니스트 조성진(29)을 협연자로 택했다.

마에스트로 키릴 페트렌코(51)가 이끄는 베를린필은 이달 11일과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한다. 조성진은 12일 협연자로 무대에 오른다.

조성진은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베를린과 처음 했던 공연이 벌써 6년 전인데, 시간이 되게 빠른 것 같다"며 "당연히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난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많이 됐다. 이번이 (프로그램 기준으로) 3번째 컬래버레이션인데 감사하다"고 말했다.

조성진은 2017년 11월 독일 베를린에서 베를린필과 데뷔 무대를 가졌다.

원래는 피아니스트 랑랑 협연이 예정된 공연이었지만, 랑랑의 부상으로 조성진이 대신 무대에 올라 라벨의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했다. 약 2주 뒤 베를린필이 내한하면서 조성진은 같은 곡으로 다시 한번 호흡을 맞췄다.

조성진은 2020년 12월에도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인 베를린필 디지털 콘서트홀의 녹화 공연으로 관중 없이 베를린필과 리스트의 피아노 협주곡을 연주했다.

베를린필 단원 바이올리니스트 에바-마리아 토마시는 조성진의 데뷔 무대를 떠올리며 "랑랑이 연주를 못 하게 돼 조성진이 하게 됐는데, 당시 23살이라는 사실에 매우 놀랐다"고 회상했다.

키릴 페트렌코와 조성진의 만남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오른쪽)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0 jin90@yna.co.kr

이번 공연에서 조성진이 연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이다.

조성진은 "제가 좋아하는 협주곡 중 하나인 4번을 베를린필과 연주하게 돼 영광이고 감사하다"며 "오케스트라 측이 고전 레퍼토리를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생각한 곡이다.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한 마지막 공연이 2019년인 것 같다. 꽤 오래돼서 다시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베를린필은 세계에서 가장 (연주를) 잘하고, 특별한 사운드를 가진 오케스트라다. 많은 연주자가 베를린필과 협연하는 게 꿈이라고 생각한다"며 "베를린필과 협연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제가 베를린에 살고 있기도 하고, (베를린필에) 음악가 친구가 많아서 할 때마다 재밌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조성진이 내년부터 베를린필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한다는 깜짝 소식도 공개됐다. 아시아인으로는 일본 피아니스트 우치다 미쓰코 이후 두 번째다.

안드레아 쥐츠만 베를린필 대표는 "상주 음악가는 오케스트라 협주곡 1∼2개를 연주하게 되고, 실내악에도 참여한다"며 "카라얀 아카데미 교류 프로그램에도 원하면 참여하게 된다. 아티스트의 다양한 면을 관객들에게 보여주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성진은 매우 직관력이 있는 음악가라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기회로 조성진과 협연하게 됐는데 저희와 특별한 관계에 있는 피아니스트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내한 소감 말하는 키릴 페트렌코 (서울=연합뉴스) 진연수 기자 = 베를린 필하모닉 상임 지휘자 키릴 페트렌코가 1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내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2023.11.10 jin90@yna.co.kr

2019년 여름부터 베를린필을 이끄는 상임 지휘자 겸 예술감독인 러시아 태생의 페트렌코(51)에 대한 기대도 크다.

베를린필은 20세기 들어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재임 기간 1955∼1989), 클라우디오 아바도(1989∼2002), 사이먼 래틀(2002∼2018)의 지휘 아래 오케스트라만의 색채를 가꿔왔다.

쥐츠만 대표와 단원들은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베를린필에 대해 "또 다른 시대가 시작됐다"고 입을 모았다.

토마시는 "카라얀, 아바도와는 또 다른 흥미진진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며 "페트렌코와 음악을 하다 보면 같은 레퍼토리를 연주해도 전혀 몰랐던 것들을 발견하게 된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음악같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어 "정말 솔직한 음악가"라며 "어떤 지휘자는 '작곡가는 이렇게 썼지만, 나는 다르게 하는 걸 좋아한다'며 작곡가를 넘어서려는 경향이 있다. 페트렌코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다른 단원인 바이올리니스트 필립 보넨은 "아주 세세한 부분까지 다듬는 디테일한 작업을 한다"며 "본인이 원하는 음악에 대한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으면서도 오케스트라의 전통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페트렌코와 함께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는 조성진 역시 "베를린에서 리허설했을 때 너무 많은 것들을 배우면서 존경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베를린필은 공연 첫날인 11일에는 협연자 없이 모차르트의 교향곡 29번, 베르크의 오케스트라를 위한 세 개의 작품, 브람스의 교향곡 4번을 연주하며, 12일에는 조성진 협연으로 베토벤의 피아노협주곡 4번과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영웅의 생애'를 들려준다.

ae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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