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은 ‘비만 고양이’가 아니라는 이준석…“야심이 크고 명예가 머리를 지배해”
‘지향점’의 일치와 불일치 측면 언급…토론 가능성 열어둬
다가오는 파도 예측한 금태섭의 ‘패들링’에…‘12월 후에 큰 거 온다’ 말했다 유튜브서 언급도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은 두 사람 만남에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필연성 부각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함께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회 대표인 금태섭 전 의원을 만난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적어도 금태섭 전 의원은 ‘고양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앞서 대구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을 겨냥해 ‘밥만 먹는 고양이들’이라며 비판했던 것을 끌어와 이들과 금 전 의원은 확연히 다르다고 평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이날 CBS 노컷뉴스 유튜브 채널 ‘지지율 대책회의’에 출연해 ‘오늘 금태섭 전 의원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라는 진행자 질문에 “정치 개혁에 어떤 관점을 갖고 있는지(를 이야기했다)”라며 “A도 B도 다 싫으면 C라는 식의 신당을 추진하기보다는 기존 정당과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관점에서 논의했다”고 답했다.
이어진 ‘금태섭 전 의원의 소신은 어느 지향점에 있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나중에 어딘가와 합쳐질 것이 아니라 완전히 ‘수권정당’으로 간다는 데 저와 생각이 일치했다”며 “(그 외에) 다른 부분은 많겠지만, 오늘은 (대화에서) 많이 꺼내놓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금 전 의원과 이 전 대표의 정치적 지향점이 완전히 다르지는 않다는 뜻으로 풀이되며, ‘나중에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으로 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걸 확인한 건가’라는 추가 질문에 이 전 대표가 “금태섭 전 의원은 그것보다 야심이 크다”고 평가한 대목도 주목됐다.
같은 맥락에서 “‘비만 고양이’들은 밥만 주면 되는 객체이지만 저는 사냥하는 사람이 좋다”며 “공격하고 실질적으로 확장하는 사람이 좋다”고 이 전 대표는 강조했다. 그리고는 “여의도에는 모사꾼이 많은데 (금태섭 전 의원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것까지는 알겠다”며, “명예가 머리를 지배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신당 창당설이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아직 뚜렷한 결론이 없는 이 전 대표와 달리 금 전 의원은 이미 창당준비위원회의 대표 자격으로 더 많은 실무 경험을 쌓아왔다. 이를 강조하듯 이 전 대표는 “저보다 생각하는 템포가 빠른 것 같다”며 “서핑하려면 파도를 볼 줄 아는 눈이 있어야 하는데 이미 대한민국의 원탑은 김종인 위원장이고, 금태섭 의원은 지금 시점에 (파도가) 하나 온다고 해서 ‘패들링’을 시작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파도타기 기술 중 하나로 널에 엎드려 양손으로 물을 저어 널빤지를 전진시키는 기술인 ‘패들링’을 금 전 의원이 시작했다는 의미로, 이러한 금 전 의원에게 ‘12월 후에 올라탈 수 있는 파도가 더 큰 게 온다’고 말했다는 게 이 전 대표 전언이다. 금 전 의원에게는 나름 섭섭한 속마음도 있을 거라고 이 전 대표는 짚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유승민 신당’ 등이 거론되지만 금 전 의원의 움직임은 별로 조명을 받지 못해서다.
이번 만남이 마지막은 아닐 거라 밝힌 이 전 대표는 향후 차이가 예상되는 ‘지향점’을 놓고는 “금태섭 전 의원의 ‘여성 할당제’ 지지는 저와 완벽히 정책적으로 반대가 된다”고 예를 들면서도, 향후 토론을 거쳐 어떤 것이 옳은 지 가려질 거라 내다봤다. 아울러 이 과정에서 의견이 잘 모아진다면 자신의 입장보다는 조금 움직일 수 있을 거라며, “지적능력이나 토론 능력은 탁월하신 분이고 저는 오히려 그런 게 재밌다”고 이 전 대표는 덧붙였다.
김 전 비대위원장에 대해 “미래를 빨리 예측하고 파도를 보는 능력이 있다”며 “굉장히 훌륭한 인재와 교류를 많이 해서 소개해주시고 충분히 도와주실 수 있는 좋은 원로”라고 이 전 대표는 강조했다. 원로 중에도 보면 도와주는 거 하나 없이 대접만 받으려는 사람이 있는데 김 전 위원장은 그렇지 않고 나눠주는 게 많다는 거다.
이처럼 연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이 전 대표와 실제 신당 창당 작업에 들어간 금 전 의원의 만남에 이들이 제3지대 신당을 함께할 가능성이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회동에서 당장 결론이 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손잡을 가능성도 어느 정도 있어 보인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이번 회동에 “두 사람이 뜻을 함께한다고 느꼈다기보다는 함께할 수밖에 없다”고 ‘필연적’임을 강조했다. 오찬 후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 전 비대위원장은 “두 사람이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겠다고 하니 지향하는 바가 똑같다”며 “따로따로 할 게 없으니 서로 협조해서 하나로 가보자는 취지의 만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 전 대표와 금 전 의원 사이 이견은 없는 것 같다며, ‘영남 기반 신당’을 꺼낸 이 전 대표가 금 대표와 뭉치면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질문에도 “한계가 있을 필요가 없다”고 일축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는 우리나라의 당면 문제 해결 의지나 능력이 별로 없는 것 같다면서, ‘혁신’을 이야기하는 양당의 이야기가 현실적으로 맞는지 냉정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이러한 이유에서 김 전 비대위원장은 “새 정치 세력이 현재 가장 심각한 아젠다가 무엇인지 제시하고 우리는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하면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며 “국민 판단이 새 정치세력으로 가면 우리나라 정치를 바꿀 수 있다”고 이 같은 점에 비춰 두 사람의 융합도 순조로울 거라 전망했다.
일부에서 ‘신당 세력’을 겨냥한 부정적인 시선에 김 전 비대위원장은 “지난 10년 동안 경험해서 잘 안다”며 “2016년 민주당 비대위원장 할 적에 선거를 앞두고 언론이나 정치평론 하는 사람들이 80석도 안 된다고 했는데, 그런 민주당을 1당으로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지금도 (신당 창당을) 해보지도 않았는데 되느니 안 되느니 얘기할 게 없다”며 “일단 어떻게 변화하는 건지 지켜보면 된다”는 말로 두 사람의 앞길을 열어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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