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만 전통음악의 어울림…"함께하니 색다른 소리"

최주성 2023. 11. 10.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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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복을 차려입은 해금 연주자와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대만 전통악기 얼후 연주자가 나란히 무대에 섰다.

추이저우순 대만국악단 관즈 연주자는 "관즈는 피리에 기반을 둔 악기지만 전승되는 과정에서 이름과 재질이 달라졌다"며 "피리는 노래하는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반면 관즈는 강한 연주를 선보이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 각국의 문화적 배경이 더해지니 두 악기가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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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악원·대만국악단 4년 만의 교류 공연
국립국악원 '화이부동' 왼쪽부터 김진 국립국악원 해금 수석, 타이웨이 대만국악단 얼후 연주자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최주성 기자 = 한복을 차려입은 해금 연주자와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대만 전통악기 얼후 연주자가 나란히 무대에 섰다.

크기로 보나 생김새로 보나 유사한 두 악기는 곡이 시작되자 비슷한 듯 다른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경쾌한 얼후 연주와 울림이 큰 해금 연주는 독특한 조화를 이뤘다.

10일 서울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본 국립국악원 창작악단과 대만국악단의 교류 공연은 '화이부동'(和而不同)이라는 제목처럼 서로 조화를 이루면서도 각기 개성을 드러내는 소리를 들려줬다.

발언하는 류리천 대만국악단장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류리천 대만국악단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과 대만의 음악은 서로 다르지만, 함께하면 색다른 색이 나올 수 있다"며 "교류 공연을 통해 서로의 음악적 특색과 매력을 이해하고 예술적 표현을 감상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9년 이후 4년 만에 개최되는 이번 교류 공연은 이날부터 이틀 동안 열린다.

이날 공연은 국립국악원과 대만국악단의 합동 무대로, 한국과 대만의 전통악기를 비교할 수 있는 곡들을 들려준다. 11일 공연은 대만국악단의 단독 공연으로, 대만국악단의 대표곡들을 연주한다.

리허설에서는 해금과 얼후를 위한 협주곡 '이현', 국악기 피리와 대만 전통악기 관즈를 위한 이중 협주곡 '강원도'를 만날 수 있었다. 양국 연주자들은 무대 위에서 호흡을 맞추며 느꼈던 소리의 차이점을 이야기했다.

국립국악원 '화이부동' 왼쪽부터 임규수 국립국악원 악장, 추이저우순 대만국악단 관즈 연주자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김진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해금 수석은 "해금과 얼후는 외형은 비슷하나 악기의 재료와 주법이 다르다"며 "얼후는 부드러운 소리를 내고 빠른 악장에 자연스럽다면, 해금은 자연스러운 소리를 내며 깊은 소리를 표현하는 데 용이하다"고 말했다.

추이저우순 대만국악단 관즈 연주자는 "관즈는 피리에 기반을 둔 악기지만 전승되는 과정에서 이름과 재질이 달라졌다"며 "피리는 노래하는 듯 편안한 느낌을 주는 반면 관즈는 강한 연주를 선보이는 데 적합하다. 여기에 각국의 문화적 배경이 더해지니 두 악기가 다른 소리를 내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양국의 악기는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두 나라는 동아시아 문화권이라는 공통점이 있어 큰 틀에선 유사한 점이 더 많다고 한다. 공연 준비 과정에서 양국 연주단의 합동 리허설은 두 번뿐이었지만 무리 없이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연습 과정을 참관한 권성택 국립국악원 창작악단 예술감독은 "음악에는 경계가 없다는 것을 느꼈다"며 "한국과 대만 모두 아시아권 음악이기에 작곡가의 스타일도 비슷하다"고 말했다.

치앙칭포 지휘자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두 나라의 악단은 이번 교류 공연이 전통음악의 계승과 전승에 관한 고민을 공유하는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

치앙칭포 지휘자는 "대만국악단과 국립국악원은 공통적으로 전통을 보존하면서 새로운 음악을 창조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며 "이번 공연으로 양국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새로운 창작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은 "대만과 한국 모두 민족 음악의 특성을 살리면서 세계인이 공감하는 좋은 음악을 만드는 것이 과제"라며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음악을 이해하는 시간을 통해 동북아권 음악이 나아갈 방향을 고민하겠다"고 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장 [국립국악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cj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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