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 한국 최초 베를린필 ‘상주 음악가’에…베를린필 대표 “조성진은 직관적인 음악가”
2017년 11월, 독일의 세계적 명문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회. 협연 무대에는 당초 서기로 했던 중국의 유명 피아니스트 랑랑 대신 23살의 신인에 불과한 조성진이 올랐다. 랑랑이 공연을 앞두고 왼팔을 다치는 바람에 조성진이 대타로 오른 것. 꿈에 그리던 베를린 필 데뷔 무대에서 조성진은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을 멋지게 연주해 갈채를 받았다. 그가 앙코르곡(드뷔시의 ‘물에 비친 그림자’)을 들려줄 때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베를린 필 단원들은 물론 관객까지 모두가 조성진의 경이로운 연주에 흠뻑 빠졌다. 201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조성진을 세계 클래식계가 다시 한번 주목하게 된, 그야말로 환상적인 ‘대타 홈런’을 날린 것이다.
6년 만의 베를린 필 내한공연(11∼12일 서울 예술의전당)을 앞두고 10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안드레아 쥐츠만 베를린 필 대표는 “조성진은 (우리와) 특별한 기회로 (처음) 협연하게 돼서 특별한 관계를 맺게 된 피아니스트인데, 개인적으로 매우 ‘직관적인(intuition)’ 음악가라고 생각한다”며 “아직 유럽에는 공개가 안 됐는데 조성진이 내년에 베를린 필 상주 음악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주 음악가는 베를린 필과 협주곡 한 두 곡 정도 및 여러 실내악 연주를 하게 된다”며 “또 ‘카라얀 아카데미’의 30명가량 음악가와 함께 하는 교육 프로그램 등에도 참여하게 된다. 우리도 음악가의 다양한 면을 관객에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에른 슈타츠오퍼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2017년 내한공연 이후 다시 한국 관객과 만나게 된 러시아 출신의 페트렌코는 “베를린 필 사운드(소리)를 완성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작곡가) 작품들이어서 브람스와 슈트라우스의 곡들을 골랐다”며 “우리가 준비한 작품들은 (한국 관객들이) 이틀간 충분히 즐겨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동료 단원 필립 보넨(바이올리니스트)도 “페트렌코는 뼛속까지 지휘자다. 본인이 원하는 음악의 분명한 비전을 갖고 있는데 베를린 필의 전통과 사운드에도 열려 있는 사람이라 놀라운 연주를 보여준다”고 거들었다.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4번을 공연하게 된 배경과 관련, 조성진은 “지난해 여름 프로그램이 결정됐는데, 베를린 필이 고전적인 작품을 하길 원했다”며 “제가 좋아하는 곡이고, 한국에서 연주한 지(2019년) 오래 지난 베토벤 협주곡 4번을 해보고 싶다 했더니 베를린 필이 ‘오케이(좋다)’ 해서 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강은 선임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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