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홍콩 2대운용사 "사우디 투자 ETF 이달 상장"
비트코인·이더리움 선물 ETF 운용 중
이달 말 사우디 아라비아 투자 ETF 출시 예정
"홍콩시장에서는 가상자산 거래소에서 사는 코인보다 안전한 상품을 찾는 투자자들이 비트코인 상장지수펀드(ETF)를 사고 있습니다."
홍콩 CSOP자산운용의 이제충 캐피탈마켓부 상무는 10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3 글로벌 ETP 콘퍼런스'에서 주제발표 후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중국 남방자산운용의 홍콩 자회사인 CSOP자산운용은 홍콩 내 두 번째 크기의 자산운용사로, 순자산은 17조원 규모다. 지난해 12월 아시아 시장 최초 비트코인 선물 ETF와 세계 최초 이더리움 ETF를 상장해 운용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며 해당 선물 ETF에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운용자산은 당장 2주 전 1500만달러(한화 약 199억원) 수준에서 5000만달러(약 660억원)로 3배 이상 증가했다. 이 상무는 "지난달 24일 하루에만 2200만달러어치가 거래되며 일별 거래량 기록을 경신했고 전일에는 거래 ETF 거래량 상위 10개 종목에 처음으로 올랐다"고 설명했다.
올해 비트코인 가격 상승에 힘입어 ETF 수익률도 연초 이후 100% 넘게 상승한 상태다. 지난해 가상자산 관련 업권법을 마련하고 '크립토 허브'로의 성장 의지를 표명한 홍콩 금융당국도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여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이 상무는 "당분간 '크립토 허브' 지위를 두고 미국과 홍콩 간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며 "가상자산 ETF에 대한 거래량이 늘어나면서 가상화폐와 관련해 확장할 수 있는 영역들이 많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상자산 ETF에 대해서는 "기존 금융 규제 내에 가상자산을 편입하고, ETF라는 비이클(vehicle)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좀 더 안심하고 가상자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것"이라면서 "미래 산업의 성장을 위해 명확한 프레임워크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중국과 홍콩의 증시통'인 그는 중국·홍콩 증시 전망에 대해 "오를 수밖에 없다"고 자신했다. 이 상무는 "부동산 침체 이슈가 증시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긴 하지만 경제에 구조적 리스크로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연말에 예정된 중국경제공작회의에서 중국 정부의 부양책이 나오며 '배드 뉴스 이즈 굿 뉴스(Bad news is good news)' 인식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인터뷰에 함께 참석한 강은혜 CSOP자산운용 이사도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목표가 5% 인데 3분기 예상치인 4.5%를 상회한 4.9%를 기록했고, 4분기에 4.4%만 넘겨도 목표치를 달성하는 상황"이라며 "본토의 리테일 소비가 유의미하게 회복되고 있고 무엇보다 1조위안 규모의 채권 발행이 계획돼 있어 내년 1~2월에는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몇 년간 항셍테크지수 수익률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중국 본토에서는 지수가 떨어질 때마다 저가 매수를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편 주력 상품인 항셍테크 ETF와 성장 산업인 가상자산 ETF 외에도 상품 라인업을 확충할 계획이다. CSOP자산운용은 이달 29일 전 세계에서는 두 번째로 사우디 아라비아 증시에 투자하는 ETF를 홍콩증시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상무는 "사우디 아라비아는 2026년까지 기업공개(IPO) 예정인 기업이 100개에 달하고 증시 규모로는 13위인 한국보다 높은 11위에 해당한다"면서 "'비전2030'을 기반으로 '탈(脫)석유'와 경제 분산을 계획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등 다른 신흥국 시장과 비교해서도 성장 가능성이 큰 국가"라고 강조했다.
CSOP자산운용의 사우디 아라비아 ETF는 초기 투자자금이 8000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아이셰어즈가 운용 중인 700만달러 규모의 사우디 ETF 보다 큰 규모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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