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지?” 직원도 모르는 지하철 파업…민노총 ‘노란봉투법’ 압박용이었나
직원들 “간부 징계 묻으려 딜 쳤는데 안 돼서 하나”
10개월간 0일·하루·이틀 일한 노조 간부들 적발돼
파업 출정식,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와 함께 개최
민노총, 지난달부터 전국 곳곳서 반정부집회 열어
9~10일 파업 후 11일 20만명 대규모 집회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전날(9일)에 이어 10일에도 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전날 오전 9시부터 이날 오전 6시까지만 실시하는 ‘경고’ 파업이다. 그런데 파업은 민주노총 소속 노조만 벌이고 있고, 한국노총 소속 노조와 제3노조는 불참했다. 직원들도 막판 사측과 협상을 뒤엎고 파업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가운데, 민주노총이 정부를 향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 의결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민노총은 오는 11일 서울 도심에서 반(反)정부 성격의 대규모 집회를 벌인다.
전날 노동계에서는 두 가지 일이 벌어졌다. 하나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파업을 벌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민노총이 강력하게 주장한 불법 파업을 합법화하고 기업의 손해배상소송을 제한하는 노란봉투법을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통과시킨 것이다. 이틀 간 서울 시민들 이동에 불편을 준 데 이어, 민노총은 11일 서울 도심에서 20만명이 참여하는 ‘노동자대회 및 민중총궐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해 교통 혼잡이 예상된다. 주요 요구 사항은 노란봉투법 시행이다.
그런데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파업을 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사측은 18조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줄이기 위해 2026년까지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경영합리화 계획을 밝혔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정규직이 된 식당 조리원 145명,이발사 12명, 목욕탕 관리사 10명 등을 자회사 등으로 위탁하고, 퇴직으로 빈 자리는 새로 채용을 하지 않는 방식이다.
이를 두고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한국노총 소속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로 구성된 연합교섭단은 지난 8일 교섭을 벌여 합의안 초안을 마련했다. 사측이 필요한 안전인력을 채용하기로 제안했지만, 노조는 대규모 인력 채용을 요구하며 거절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함께 교섭을 벌인 한국노총 소속 노조는 파업에 불참했다. 파업을 벌일 명분이 부족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서울교통공사 익명게시판에는 민노총 소속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이유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글이 올라왔다. 한 직원은 “평타(중간 수준)는 치는 합의문인데 왜 파업함? 노조 간부 징계 묻으려고 딜(거래) 쳤는데 안 돼서 했나”라고 했다. 서울시가 8개 역에 대해서만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이용 내역을 감사한 결과, 제도를 악용해 노조 간부 A씨는 10개월 동안 한 번도 출근하지 않았고, 간부 B씨는 같은 기간 단 하루, C씨는 이틀만 출근했다. 징계를 하지 말아달라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다른 직원은 “실무진들이 합의서 써놨는데 이대로 합의하는 건 민노총 입장에선 자기들 전략이랑 안 맞으니까 파업하라고 한 거고, 또 민노총이라면 껌뻑 죽는 우리 노조는 그대로 말 듣고 파업한 거죠”라고 했다. 실제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전날 조합원 6000명이 참여한 가운데 서울시청 인근에서 진행한 총파업 출정식은 공공운수노조 결의대회 일환으로 개최됐다.
민노총은 11일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전국민중행동, 전국비상시국회의 등과 함께 서울 도심에서 20만명이 참여한 가운데 대규모 집회를 개최한다. 전국노동자대회로 시작해 ‘윤석열 정권 퇴진 총궐기’로 이어진다. 민노총은 집회를 앞두고 지난달 20일부터 10일까지 전국 곳곳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을 주장하는 집회도 열었다.
이미 여러 차례 국회에 노란봉투법 처리를 압박해 온 민노총은 11일 집회에서는 윤 대통령을 향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고 촉구할 예정이다. 민노총은 전날 노란봉투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노조법(개정안)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국회 입법권을 존중해 노조법 개정안을 즉각 공포하고 시행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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