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 개인정보 3자 제공은 위법”...韓 법원 판단, 해외 판결에 영향 줄까
法 “이용자 동의 없이 개인정보 제공 주도”
“개인정보 관리 책임 구체적 제시한 판결”
향후 개보위와 2차, 3차 소송 영향 줄 듯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모회사 메타의 개인정보 제공 행위가 위법이라는 법원 판단이 지난달 26일 나왔다. 법원은 페이스북에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더라도, 이용자 동의를 받지 않고 다른 앱에 넘겼다면 위법하다는 판결을 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메타의 개인정보 제공 행위와 관련해 위법성을 인정한 첫 판례인 만큼 앞으로 남은 소송전, 나아가 메타 사건을 다루는 해외 재판부의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13부(박정대 부장판사)는 지난달 26일 메타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개보위)를 상대로 낸 과징금 부과 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메타) 패소로 판결했다. 개보위는 2020년 메타가 제삼자에게 이용자 개인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과징금 67억4800만원을 부과하고 경찰 고발 조치를 했다. 이에 불복한 메타가 처분 취소 소송을 냈지만, 법원은 개보위 손을 들어줬다.
◇ 法 “메타,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 방해”
문제가 된 것은 페이스북 가입자 ‘친구’의 개인정보다. 개보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Graph API라는 인터페이스(도구)를 개발해 페이스북 가입자와 가입자 친구의 개인정보를 다른 앱(제3자 앱)에 이전되게 했다. 페이스북 이용자가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다른 앱을 이용할 경우 해당 정보가 제공되도록 한 것인데, 이 과정에는 가입자 ‘친구’의 동의를 받는 절차가 없었다.
메타는 제3자 앱에 접속한 이용자가 정보를 이전한 것이므로, 개인정보를 제공한 것은 페이스북 측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친구’ 정보가 이미 페이스북에 공개된 정보이므로 이를 제3자 앱에 제공하는 과정에서 친구의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페이스북이 제공한 약관이나 설정 화면 등을 살펴봐도 가입자 ‘친구’는 그의 개인정보가 가입자의 페이스북 로그인을 통해 제3자 앱에 제공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 페이스북이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관리하는 입장에서 정보 이전의 전반적인 과정을 주도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개인정보를 제공받는 자가 누구인지, 그 이용 목적은 무엇인지 등 구체적인 항목을 전혀 알 수 없는 상태”라며 정보 주체가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67억4800만원으로 산정된 과징금도 관련 규정에 의해 적정하게 산정됐다고 판단했다.
◇ “정보 관리자 책임 강조한 선례…남은 소송 영향”
법조계 안팎에선 이번 법원 판단이 정보통신 서비스 제공자가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제3자에 제공하면 안 된다는 취지를 분명히 한 선례가 됐다고 말한다. 이어 메타의 정보제공 행위에 대한 위법성이 인정된 만큼 비슷한 쟁점을 다투는 메타와 개보위 간 남은 소송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아직 해외에서도 법원이 메타의 개인정보 제공 행위에 대해 위법성을 인정한 사례가 없었다”며 “이번 행정법원 판결이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더라도 정보 관리자에게 어떤 책임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혀준 중요한 판결”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변호사는 “메타가 한국법을 지키지 않고 개인정보를 처리하고 있다는 점이 이번 재판을 통해 확인됐는바, 향후 맞춤형 광고에 관한 사건에서도 메타 측에 부정적인 영향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메타는 현재 개보위를 상대로 두 건의 행정소송을 더 진행 중이다. 개인정보를 수집해 온라인 맞춤형 광고에 활용한 건 등에 대해 개보위가 부과한 과징금 처분에 불복해 낸 소송이다.
이번 판결의 영향력만큼, 메타 측도 끝까지 소송전에 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메타 측은 지난 11월 3일 항소장을 제출하기도 했다.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기존에는 개인정보 제공을 동의했는지 부동의했는지만 따졌다면 이번 판결로 인해 정보 주체가 정보 이전 사실을 알았는지 등 실질적 동의 유무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볼 계기가 될 것 같다”며 “빅테크 기업 사건의 경우 한 국가에서 난 판결이 타국에도 영향을 미치기 십상이므로 메타 역시 소송전에 최선을 다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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