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공식대회 들어가는 클린스만호 선수 점검은 어땠나, 벤투호와 비교해보니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한국 축구의 지휘봉을 잡은지 어느덧 9개월이 흘렀다.
네 차례 소집으로 선수들의 옥석 가리기를 마친 그가 첫 공식대회를 치른다.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이 바로 그 무대다. 4년 전 환호 속에 출항했던 벤투호와 비교하면 기대감보다 불안감이 크다.
클린스만 감독이 올해 보여준 성적표는 나쁘지 않기에 의아할 수 있다. A매치 8경기에서 3승3무2패. 사우디아라비아와 튀니지, 베트남에 3연승을 달리며 상승세를 탔다. 역대 사령탑 가운데 가장 늦은 첫 승리의 아쉬움을 털어낼 만했다.
한국 선수들을 파악하는데도 적잖은 공을 들였다. 지금껏 41명의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한 가운데 처음 태극마크를 달은 선수도 7명(안현범·박규현·박용우·홍현석·이순민·김지수·김준홍)에 달했다. 클린스만 감독이 “여러 코치들과 역할을 나눠 40~50명의 국내·외 선수들을 다각적으로 관찰하고 있다”고 말한 그대로였다.
전임인 파울루 벤투 감독이 반 년간 36명(전지훈련을 포함하면 42명)을 점검하면서 8명을 새롭게 발굴한 것과 비교해도 나쁘지 않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린스만 감독이 호평을 받지 못하는 것은 외유 논란이 결정적이다. 부임 당시 한국에 거주한다는 약속은 이미 의미를 잃었다. 국내 체류보다 국외 체류 기간이 긴 지도자는 그가 처음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활약상을 챙기는 유럽파와 달리 국내 선수들은 관찰하지 않은 채 선발하는 것도 신뢰를 잃기에 충분했다. 클린스만의 1호 선수였던 안현범(전북)이 대표적인 사례다.
더군다나 클린스만 감독의 선수 선발은 너무 이른 시기에 고착화되고 있다. 10월 소집과 비교해 선수가 바뀐 것은 수비수 김주성(서울)과 골키퍼 김준홍(김천)이 빠진 대신 골키퍼 송범근(쇼난)이 합류한 게 전부다.
빼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주전급 선수들은 이해할 수 있지만 소속팀에서 부진한 선수들까지 대표팀에 붙박이로 자리매김한 것은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변화가 시급한 포지션인 측면 수비는 설영우(울산)를 제외하면 30대 중반에 접어드는 선수들인 터라 3년 뒤 월드컵 본선이 걱정된다.
역대 사령탑들의 행보를 살펴보면 아시안게임에서 눈부신 활약을 펼친 선수가 대표팀에도 선발되는 일이 적잖았다. 2014년 인천 대회의 이재성(마인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등이 대표적이다. 항저우 멤버에선 황재원(대구)이 측면 수비에 에너지를 불어넣을 후보로 기대를 모았으나 10월에 이어 11월에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그야말로 ‘윈 나우’를 선언한 클린스만호는 주축 선수들의 과부하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유럽과 아시아를 쉼없이 오가면서 지친 ‘캡틴’ 손흥민(토트넘)은 10월 소집부터 몸 상태에 이상을 드러냈고,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는 현지에서도 혹사 논란이 나오고 있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라도 다친다면 클린스만호는 현재도 미래도 잃어버릴지 모른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한국 축구는 분명 황금시대를 맞이했다. 유럽을 누비는 우리 선수들의 면면을 살펴본다면 클린스만 감독이 왜 당장의 성적에 목을 매는지 이해가 간다”면서도 “이 선수들이 과연 아시안컵 뿐만 아니라 북중미월드컵까지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클린스만 감독이 눈앞의 성적을 욕심내려다가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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