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요한 "자식들이 갚을 돈, 기성세대가 먼저 써선 안돼"···정치포퓰리즘 직격

이진석 기자 2023. 11.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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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재정지출을 늘려) 돈을 풀면 인기는 얻겠지만 자식들과 손자 세대가 갚아야 할 돈을 (현재의 기성세대가) 먼저 써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쉽지만 전임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사고를 많이 쳤다"며 탈원전 정책, 남북 관계,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한 뒤 이같이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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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요한 與 혁신위장 단독인터뷰
"文정부, 적자재정 사고쳐" 비판
"노란봉투법 실망···정쟁 멈춰야"
尹엔 "포퓰리즘 할 분 아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서울경제]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재정지출을 늘려) 돈을 풀면 인기는 얻겠지만 자식들과 손자 세대가 갚아야 할 돈을 (현재의 기성세대가) 먼저 써버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정치권의 포퓰리즘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인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쉽지만 전임 정권이었던 문재인 정부 시절 사고를 많이 쳤다”며 탈원전 정책, 남북 관계, 재정적자 문제를 거론한 뒤 이같이 지적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해 굉장히 많은 돈을 푼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미국과 유럽의 마이너스 적자 예산도 마찬가지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원전은 (탈원전 정책으로) 주춤해 경쟁력을 많이 잃었고 남북 관계는 또 어떻나”라며 “백두산에서 손잡고 만세를 부르더니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던 게 성공으로 볼 수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윤석열 정부가 전임 정부의 문제를 떠안아 전전긍긍하고 있는데 더불어민주당은 책임을 공감하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표심 몰이만 하고 있는 점을 지적한 차원으로 보인다. 인 위원장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주도로) 노란봉투법과 방송 3법이 강행 처리 된 것에 많이 실망했다”며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정쟁 좀 그만하시라. 당도 중요하지만 나라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 위원장은 인터뷰 도중 1992년 당시 야당 정치인이었던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나 자신을 탄압했던 군사정권마저 용서하려 했던 DJ의 포용 정신에 감명을 받은 일화를 소개했다. 이어 “아이러니하게도 제가 지금 (여당을 혁신시키기 위해) 김 전 대통령의 포용 정치 정신을 국민의힘에 전하고 있는데 민주당에는 포용과 타협과 화합의 정치가 없다”며 “민주당이 올바른 길로 다시 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과 세 번의 만남을 가졌던 그는 “이분은 ‘포퓰리즘을 할 분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이 있고 거침이 없는 데다 옳고 틀림에 대해서는 굉장히 도덕적이시더라”고 평가했다. 그런 측면에서 “윤 대통령은 ‘적자예산’만큼은 절대 안 하려 한다”며 “(이러한 긴축재정은) 당장 인기를 끌 수는 없겠지만 (미래 세대에 부채를 넘겨줘서는 안 된다는) 누구도 토를 달 수 없는 신념에 대해서는 확고한 분”이라고 소개했다. 인 위원장은 “민주주의 체제에서 대통령은 국민이 좋아할 만한 정책만 내세우는 게 아니라 국가에 필요한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며 “최종적인 평가는 결국 임기가 끝나고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나는 욕심 많은 사람···與도 野도 고쳐 정치 업그레이드 시킬 것"

“정당이 제대로 돼야 나라 발전···정치 혁신 분위기 조성하겠다"

인 위원장은 요즘 정치권에 혁신의 불씨를 댕긴 최고의 이슈메이커다. 전남 순천에서 자라 구수한 호남 사투리를 쓰는 그는 의료계에 평생을 바쳤던 명사다. 1992년 당시 야당 정치인이던 고(故)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만나 정적인 군사정권 인물들까지 용서하려던 DJ의 정신에 감복받은 적은 있지만 ‘직업 정치’에는 발을 들여놓지 않은 채 사회 원로로서 남북 관계, 다문화 문제 등의 문제에만 관여해왔다. 그랬던 인 위원장이 올 10월 23일 강서구청장 재보궐 선거로 위기에 처한 국민의힘의 구원투수(혁신위원장)로 발탁된 후 불과 20일도 지나지 않은 사이에 여당의 지도부, 중진, 대통령 근접 인사 등 스트롱맨(strong man)들을 향해 ‘희생’을 요청하며 정치권의 판세를 뒤흔들고 있다.

인 위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이 같은 자신의 행보에 대해 “약한 사람에게는 약하게, 강한 사람에게는 강하게 하는 것”이라며 지위고하에 관계없이 당당하게 정치 문화 혁신에 임한 것임을 시사했다. 또한 “나는 욕심 많은 사람”이라며 “당을 고치고 민주당도 고치려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의힘을 쇄신시켜 야당도 이에 자극받아 연쇄적으로 정치 문화 개혁에 나설 수 있도록 하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는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고속 경제성장을 이룬) 한강의 기적을 만들고 싶어하고 너무 부러워한다”며 “(그에 비해) 우리의 정치를 부러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 한국이 빨리 (경제적·사회적으로) 발전하다보니 우리의 정치는 (상대적으로) 제자리에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우리의 정치가 업그레이드돼 세계인들이 ‘(내 나라의 정치도) 대한민국처럼 돼야 한다’는 부러움을 사는 세상을 (혁신위원회 활동 시한인) 두 달 동안 제가 해야 한다”며 “하면 된다. 안 할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3.11.10

與중진 향해 “선거 얼마 남지 않았다”며 결단 촉구

당 문제엔 "치료돼 가는 것 기다릴 줄 알아야” 진단

인 위원장은 당내 거물 인사들을 향해 거침없이 메스를 들이대고 비주류는 보듬는 ‘희생과 통합’ 투트랙 메시지를 띄우며 정국 주도권을 쥐고 있다. 전국을 돌면서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 중인 인 위원장은 당의 위기 상황에 대해 “환자는 빨리 치료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당 지도부 및 영남권 중진 등이 아직은 불출마 선언이나 수도권 험지 출마를 권고한 혁신위의 2차 혁신안(주제는 ‘희생’)에 호응을 하지 않는 데 대해 인 위원장은 “마음만큼 빨리 (당의 문제가) 고쳐지지는 않지만 치료돼가는 것을 기다릴 줄도 알아야 한다”고 담담하게 답변했다. 또한 “희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당내 인사들의) 큰 조짐이 없는데 병원에서는 중환자를 볼 때 ‘진료 방향을 급히 틀지 말라’고 한다”고 의사로서의 관록을 보였다. 이어서 “(여론은) 하루 이틀이면 뭔가 (혁신의 성과가) 나오기를 원하는데 조금 참고 일주일, 필요하다면 한 달이라도 기다려봐야 한다”며 “빠르면 좋겠지만 혁신위원장을 마치고 나서야 변화들이 올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불출마 권고에 대해 김기현 당 대표가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고 신중론을 보인 데 대해서는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아 마음이 급한 것은 사실”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당 지도부와 중진 등이 희생을 위한) 결단과 결정의 시간이 필요한 것은 인정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기에 빠른 변화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성형주 기자 2023.11.10

"DJ의 포용정신 與에 쏟는데···민주엔 DJ제자 안 보여"

"좌파·우파 얘기 아냐···큰 틀서 국가를 먼저 생각해야”

“홍준표 시장 만나 신선한 충격···향후 또 다시 만날 것”

인 위원장은 포용과 화해를 상징하는 ‘김대중 정신’을 강조하면서 여당의 협상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의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의 취임식에 초청받았을 때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을 모신 것을 보고 속으로 울었다”며 “자기를 죽이려 사형선고를 내린 사람들을 모신 점에서 말만이 아닌 실제로 실천하는 저분이야말로 ‘노벨상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이어 “지금의 민주당에는 김 전 대통령의 제자가 한 명도 안 보인다”며 “김 전 대통령의 ‘포용정치’는 인요한이 그 사상을 갖고 있고 그 정신을 국민의힘에서 쏟고 있는 점이 아이러니하다”고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는 “(국민의힘과 함께) 민주당도 올바른 길로 다시 가기를 바란다”며 “좌파·우파 얘기가 아니라 큰 틀에서 국가를 먼저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 당 안팎의 비주류 인사들과의 ‘화학적 통합’에 대한 의지도 분명히 했다. 그는 “홍준표 어른을 만나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며 “정말 거침없는 분”이라고 전하면서 또 다시 회동을 가지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또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 행보에 대해서는 “본인도, 우리를 위한 것도 아니니 서로를 위해 재고를 했으면 좋겠다”며 “정치를 잘 모르지만 신당을 만드는 것은 험하고 어려운 길이라 생각한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통합’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한 인 위원장은 “안에서 이견과 의견이 많아야 건강하다”며 “다만 논쟁을 주고받더라도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진석 기자 lj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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