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덕에 세상 넓은 거 알아요"…하이브 '드림 아카데미', 수평적 미학

이재훈 기자 2023. 11. 1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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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브 피날레 무대 진출한 10人 화상 인터뷰
[서울=뉴시스]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피날레 진출자 10인. (사진 = 하이브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열정, 캐릭터, 영감, 노력을 모두 공유해야 하는 아티스트가 된다는 건 전혀 다른 차원이죠. 게다가 저희는 걸그룹이잖아요. 우리의 것을 다른 여성과 공유한다는 건 뜻 깊은 경험이에요. 그걸 더 중요하게, 더 깊은 곳으로 끌어오는 게 저희의 꿈이죠."(에밀리(미국))

글로벌 슈퍼 그룹 '방탄소년단'(BTS)과 하이브(HYBE)는 K팝의 수직적인 기획을 수평적 소통으로 바꾼 주인공이다. 그런 하이브가 글로벌 걸그룹 결성을 위해 진행 중인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이하 '드림 아카데미')도 같은 결이다. K팝을 중심으로 다양한 국적·인종이 뭉친 이 오디션은 경쟁이지만, 투쟁이 아닌 경험을 공유하는 기회가 되고 있다.

10일 화상으로 만난 '드림 아카데미' 참가자 라라(미국)는 "사소한 것들이더라도 저희가 보여주는 퍼포밍은 아티스트로서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아티스트는 춤, 노래 그 이상의 것을 많이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라라를 포함해 이날 인터뷰엔 10인이 참여했다. 소피아(필리핀), 에즈렐라(오스트레일리아), 다니엘라(미국), 에밀리(미국), 사마라(브라질), 마농(스위스), 마키(태국), 메간(미국), 윤채(한국) 등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치러질 피날레 무대를 앞두고 현지에서 준비 중이다. 세계 각국에서 지원한 12만 명 가운데 6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20명의 '드림 아카데미' 참가자들 중에서 또 세 차례의 미션을 통과해 결선에 오른 이들이다.

이 오디션은 하이브와 세계 최대 음반사인 유니버설 뮤직 그룹 산하 게펜 레코드가 뭉친 '하이브x게펜레코드'(HxG)의 글로벌 오디션 프로젝트. 그런데 글로벌 K팝 걸그룹 결성을 위한 과정인 만큼 하이브의 T&D(Trainning & Development) 시스템이 적용되고 있다.

에즈렐라는 K팝 훈련 시스템 과정이 자신한테 안성맞춤이라고 흡족해했다. 그녀는 "제가 누군지 K팝 훈련 시스템을 통해 알아가고 있어요. 만약 다시 지원을 한다고 하면 다시 지원할 의사가 100%입니다. 제겐 일생일대의 기회"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드림 아카데미' 결선 무대 진출한 10人. (사진 = 하이브 제공) 2023.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한국이 본거진인 K팝인 만큼 두 번째 미션 당시 한국에서 경험한 것들이 소중한 기억으로 남았다. 특히 한국 미션은 관객 앞에서 퍼포먼스를 펼쳐야 하는 현장 평가였다. 그런데 참가자들을 응원하는 팬들을 만나는 팬미팅을 겸해 긴장도를 낮췄다.

윤채는 "처음으로 팬 미팅을 해봤는데 고향인 한국에서 진행해 기쁨을 느꼈다"면서 "다음에 '드림 아카데미' 친구들과 한국을 찾을 기회가 있으면 맛있는 음식을 먹고 명소를 찾아 다니고 싶다"고 바랐다.

'드림 아카데미'는 K팝 신 다양성의 상징도 되고 있다. 이런 점도 수평적인 구조를 방증한다. 윤채는 "참가자들의 국적이 다르다고 해서 어려운 점은 별로 없다"면서 "서로의 문화를 알려주고 서로 언어를 배우면서 음식도 추천해줘요.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을 사귀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라 너무 신기하고, 재밌고 되게 좋았습니다"라고 신나했다.

소피아 역시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우고 접근하는 데 모두 (마음이) 열려 있다"면서 "이 세상이 크고 넓다는 걸 배우면서 깨닫고 있어요. 덕분에 생각이 더 열렸어요.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이렇게 느끼고 배운 걸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K팝이 세계에서 가장 핫한 장르 중 하나이기는 하지만 전 세계를 휩쓰는 장르는 아직 아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유퀴즈')에서 K팝보다 라틴·아프로 비트가 세계적으로 더 인기라며 K팝 팬은 몰입과 집중적 소비가 강점인 '슈퍼팬' 위주가 특징이라 '확장성의 한계'가 있을 수 있다고 진단한 적이 있다. "모든 아티스트가 그렇게(몰입과 집중적 소비가 특징인 팬덤을 기반 삼아) 살아갈 수 없다. (K팝에) '라이트팬'도 많이 붙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드림 아카데미' 결선 무대 참가자 10人. (사진 = 하이브 제공) 2023.11.0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그런데 K팝이 좋아 K팝 신에 뛰어든 참가자들은 K팝의 매력을 높게 평가했다. K팝의 확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사마라는 "저희는 다양한 배경에서 왔고 각자가 선호하는 장르도 다양해요. 이게 흥미로운 지점"이라면서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K팝을 사랑해요. 우리가 K팝 위해 꿈을 쫓는 과정을 보여주는 자체가 K팝에 대한 메시지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어릴 때는 K팝에 대해 잘 알지 못했다는 메간은 "각자 가진 고유의 문화에 새로운 것을 융합해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있어요. 이 프로젝트의 뛰어난 점"이라면서 "미국 내에서 K팝의 성장이 정말 눈에 띄어요. 폭발적인 성장을 할 거 같다"고 긍정했다.

라라는 하이브 소속인 4세대 K팝 간판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투바투) 콘서트에 '드림 아카데미' 참가자들과 함께 간 경험을 떠올리며 K팝의 힘을 증언했다. 그녀는 "제 인생을 바꾼 콘서트였어요. 규모 자체도 크고 폭죽도 터지고 안무도 대단했죠. 공연의 밀도가 높아서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었는데 이처럼 K팝은 고차원적이고 신나는, 흥미진진하다"고 흡족해했다.

다양한 국적의 멤버가 K팝 그룹으로 속하는 건 이제 하나의 흐름이다. 방 의장과 함께 '유퀴즈'에 출연한 박진영 프로듀서가 이끄는 JYP엔터테인먼트 역시 오디션을 통해 글로벌 걸그룹 '비춰(VCHA)'를 결성하고 정식 데뷔를 준비 중이다. 이렇게 '드림 아카데미' 참가자들은 타 글로벌 걸그룹과 연대 혹은 경쟁해야 하는 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는데, K팝 산업의 전체 판을 키우기도 해 긍정적인 측면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뉴시스]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 피날레 진출자 10인. (사진 = 하이브 제공) 2023.11.10.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다니엘라 역시 "미국에서 K팝 산업이 계속 확장되고 팽창하고 있는 것 같아 대단하게 느껴진다"면서 "좋은 경쟁은 우리를 발전하게 만들기 때문에 긍정적"이라고 수긍했다.

멤버들은 다양한 경험을 했지만 그 중에서도 르세라핌 멤버들과 방 의장을 만난 건 특히 잊지 못할 거 같다고 했다. 윤채는 "방탄소년단을 좋아하게 되면서 방 의장님 영상도 엄청 많이 봤는데 TV로만 보던 분을 실제 뵈니까 기분이 이상하고 신기했다"고 놀라워했다. 소피아도 "방 의장님이 원래 연습생들과는 만나지 않는 걸로 알고 있어 영광이었다"면서 "친근하게 대해 주시고 좋은 얘기도 많이 해주셨어요.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시는 분과 대화하는 건 대단한 기회였다"고 감사해했다.

10인의 참가자들은 오는 18일 오후 12시 미국 할리우드에 위치한 XR 스튜디오(XR Studios)에서 열리는 '드림아카데미 라이브 피날레(The Debut: Dream Academy - Live Finale)' 무대에 선다.

윤채는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꿈에 점점 더 가까워지다 보니 더 간절해진다"고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다니엘라는 "마지막 지점에 도달해 '이제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라는 생각이 들어요. 부담은 당연 하지만 잊지 못할 큰 경험"이라고 했다.

라이브 피날레 무대는 하이브 레이블즈(HYBE LABELS) 유튜브와 일본 ABEMA, 글로벌 팬덤 라이프 플랫폼 위버스를 통해 전 세계 생중계된다. 이날 최종 데뷔 멤버가 결정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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