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상군 탱크, '하마스 본부 의심' 가자 최대 병원 코앞 진격

▲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에 모여든 피란민들

이스라엘군이 피란민 수천 명을 수용하고 있는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등 병원 세 곳을 공습한 것으로 알려져 민간인 인명피해가 우려됩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슈라프 알 키드라 가자지구 보건부 대변인은 "이스라엘 점령군이 지난 수 시간 동안 여러 병원에 대해 공습을 개시했다"고 알자지라 TV에 밝혔습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의 마당을 공습해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말했지만, 인명피해 규모 등 자세한 사항은 밝히지 않았습니다.

또 알란티시 소아병원, 알나스르 아동병원도 "직접적인 공격과 폭격을 당하는 것이 목격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팔레스타인 매체에 올라온 알시파 병원 현장 영상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피란민들이 묵고 있고 기자들이 주변 상황을 살펴보는 장소인 주차장에 공습을 가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영상에는 들것에 누운 남자 옆에 피가 흥건히 고여 있는 모습 등이 담겼습니다.

이와 관련해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에 "알시파 병원 인근에서 공습과 전투가 벌어지면서 의료 서비스와 숙소를 찾아 그곳에 있는 다수 어린이를 포함한 민간인 수천 명의 상태가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습니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알시파 병원은 최근 유엔이 운영하는 학교와 난민촌을 겨냥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시신과 환자들이 밀려드는 통에 시신 저장고가 포화 상태에 이르렀고, 피를 흘리는 환자들을 마취제도 없이 병원 맨바닥에서 수술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발전기 연료 부족으로 전력이 끊기며 인공호흡기, 신장투석기 등 환자들의 생존에 필수적인 의료 장비도 곧 가동이 중단될 처지에 이르렀습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가자지구 내 병원 35곳 중 18곳과 다른 의료시설 40곳이 공습 피해 또는 연료 부족으로 인해 운영을 중단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 병원 지하에 군사 시설을 은폐한 채 병원에 수용된 환자들과 피란민들을 '인간방패'로 삼고 있다고 거듭 주장해왔습니다.

이스라엘군은 전날에도 알시파 병원 인근 지역에서 작전이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발표하면서, 이곳에서 하마스가 운영하는 최대 훈련장과 지휘소, 무기 생산·보관소 등을 확인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 인도네시아 병원 등을 지휘소로 쓰고 있다는 증거를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하마스는 이스라엘이 민간인 살상을 정당화하기 위해 거짓 주장을 펼치고 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부인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제사회가 알시파 병원을 조사할 경우 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가자시티 주민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전차(탱크)가 알시파 병원에서 약 1.2㎞ 거리까지 접근한 것이 목격되는 등 이스라엘군의 이 병원 공격이 임박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만약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을 점령하려고 시도할 경우 민간인의 대규모 인명피해와 국제적 비난 여론을 초래할 것으로 보입니다.

국제법상 알시파 병원 같은 의료시설과 여기 모인 피란민들은 보호 대상이어서 이스라엘군이 관련 국제법을 어떻게 해석할지 의문이 제기된다고 로이터는 전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의 엘리자베스 트로셀 대변인은 병원은 국제 인도주의법상 보호 대상이지만, 병원이 군사적 목적으로 이용될 경우 이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나 "예를 들어 병원을 군사적 목적에 이용하는 등 한쪽의 행위와 관계없이 반대쪽은 교전 행위에 대한 국제 인도주의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카림 칸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사장도 성명에서 병원이 군사적 목적으로 쓰였을 경우 보호 대상이 아니게 될 수 있지만, 관련 입증 책임은 공격하는 쪽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표언구 기자 eungoo@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