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금태섭·김종인 3자 회동, 제3지대 ‘빅텐트’ 시작점 될까

조문희 기자 2023. 11. 10.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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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9일 동대구역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10일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3자 회동했다. 이 전 대표는 만남 후 “정치개혁”을 언급했고, 김 전 위원장은 “함께할 수밖에 없는 합리적 사람들”이라며 두 사람의 연대 가능성을 높게 평가했다.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사실상 공언한 상황에서 제3지대의 역동적 합종연횡 여부가 주목된다.

이 전 대표와 금 위원장, 김 전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1시간15분 가량 회동했다. 이 전 대표는 회동 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금 위원장과) 정치개혁을 주제로 대화해 볼 기회는 처음이었다”며 “정치개혁에 관심이 있는 다양한 분들과 앞으로 대화를 나누어 가겠다”고 말했다.

정치개혁을 키워드로 제3지대 연대의 폭을 넓히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이 전 대표는 현재 제3지대로 거론되는 인사 중 ‘티켓 파워’가 가장 강해 연대 구심점 역할로 주목받고 있으며, 김 전 위원장은 ‘킹메이커’로 이름값이 높다.

이 전 대표는 오찬 회동 직후 출연한 노컷뉴스 유튜브채널 ‘지지율 대책회의’ 방송에서 “금 위원장이 하는 신당은 나중에 어딘가와 합쳐서 가는 것이 아니라 수권정당으로 가야 한다는 것에서 저와 생각이 일치했다”고 전했다. 또 ‘금 전 의원과 신당 창당을 같이할 가능성이 있느냐’고 질문에 “당연히 가능성을 열어 놓는다. 오늘 그 가능성을 부정할 정도의 이견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전 위원장은 오찬 후 서울 종로구 본인 사무실로 들어서며 기자들과 만나 “새로운 정치 세력을 만들겠다고 하기 때문에 두 사람이 지향하는 바가 똑같다”며 “서로 협업해서 하나로 가보자는 취지의 만남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준비위원장과 회동을 마친 후 서울 종로구 소재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조태형 기자

금 위원장은 앞서 출신 진영을 달리하는 제3지대 인사들과 가칭 ‘금요연석회의’를 구성한 바 있어, 이 전 대표까지 연대할 경우 제3지대 ‘빅텐트’ 구상이 추진될 수 있다. 금요연석회의에는 민주당 비이재명계 중진인 이상민 의원과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정태근 당신과함께 정치포럼 공동대표, 조성주 정치유니온 세번째권력 공동위원장 등이 참여하고 있다. 이 전 대표와 가까운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이 주도하는 대안신당모임도 제3지대 갈래로 평가된다.

이 전 대표는 최근 신당 창당과 관련해 “비명계 포함 진보정당 계열 인사들과도 교류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전날 TBC뉴스에서는 “지금 정치권에서는 조금만 주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면 ‘나가서 얘기해라’ 이래 버린다”며 “논쟁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시민들을 향해 “이념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제3지대 모두가 신당 형태로 힘을 합치게 될지는 미지수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이 전 대표와) 만약 같이하게 되면 청년 세대의 젠더 갈등 같은 문제 해결을 위해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긍정 기류를 보였다. 반면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성별 갈라치고, 장애와 비장애를 갈라친다”며 이 전 대표의 정치 방식에 부정적이어서 세번째권력 내에서도 입장차가 있다. 대구 출마를 시사한 상황에서 이 전 대표가 비명계와 힘을 합칠 경우 보수정당 지지자의 표는 끌어오기 어렵다는 분석도 물리적 결합을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수도권 무당층을 노리는 금 위원장과 결이 딱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전 위원장은 비명계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필요도 없다”며 선을 그었다. 김 전 위원장은 “(비명계는) 민주당에 있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으니까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해야 한다는 건데, 그 사람들은 공천이 보장되면 민주당에 다 있을 것 아니냐”며 “과거에 제3 정당들이 실패한 원인은 공천에서 떨어지는 사람들이 모여서 당을 만드니까 딱 (잘) 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 역시 신당 창당에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모습이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이날 MBC에서 “멀지 않은 시간에 이 공동 행동을 할 수 있는 모임을 오픈시킬까 싶다”며 ‘원칙과 상식’(가칭) 모임 출범 계획을 밝힌 뒤 신당 창당 가능성에 대해 “전혀”라고 선을 그었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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