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 伊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佛 루브르로 왜 돌아갔나
김병연 지음, 역사비평사 펴냄
프랑스 루브르박물관 최고 인기 작품 ‘모나리자’의 작가는 이탈리아의 천재 화가 레오나르도 다빈치다. 이 작품은 프랑스 혁명 이후 나폴레옹이 정권을 잡았을 때 그의 침실에 잠깐 걸려 있던 때를 제외하곤 루브르 박물관 밖으로 나온 일이 거의 없다. 그런데 이 작품이 1911년 한 번 도난 당한 적이 있다. 범인은 박물관에서 그림의 유리 상자를 만들던 직원. 그는 법정에서 “모나리자는 이탈리아인의 그림이고 나폴레옹이 약탈했다"며 자신의 정당함을 주장했다.
범인의 이 같은 주장은 맞는 것일까. 모나리자는 나폴레옹이 빼앗은 것이 아니라 프랑스 국왕이 다빈치의 제자에게서 돈을 주고 구입한 것이다. 하지만 이탈리아 사람들은 지금도 ‘모나리자’의 반환을 주장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이 같은 주장은 근거가 있을까.
1911년 모나리자 훔친 伊 범인
"나폴레옹이 약탈" 주장했지만
'佛 국왕이 伊서 구입' 증명돼
‘모나리자의 집은 어디인가’는 뺏고 빼앗기는 과정을 반복한 문화유산의 역사를 밝혀내는 심도 있는 연구서다. 국제법을 전공한 저자 김병연은 2008년부터 2023년 4월까지 문화재청에서 국외문화재 환수 업무를 담당하며, 우리가 지키고 보호해 미래 세대에게 넘겨줄 문화유산이 숱한 국가적 이기에 의해 도난 당하고 다시 돌아오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 과정을 저자는 ‘예술품이 태어나고 성장하며 소멸한다’고 정리했다. 이 같은 예술품의 생애주기를 ‘출처’라고 부른다. 문화유산에서 ‘출처’ 개념이 본격적으로 사용된 건 1998년이다. 당시 세계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나치가 약탈한 유대인 예술품 문제를 해결하는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정당한 소유와 약탈 사이에서 전문가들은 숱한 논의를 했고 입증을 위해서는 출처가 중요했다.
하지만 많은 컬렉터들은 출처를 간과한다. 문화유산을 훔친 절도범은 ‘장물’이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 출처 정보를 조작 하기도 하는데 미술관과 박물관, 세계적인 컬렉터들이 출처에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취득도 적법성을 잃는다.
실제로 니콜라스케이지는 경매로 구입한 공룡 화석을 모두 몽골에 반환했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역시 선물 받은 그림을 스스로 FBI에 양보했다. 출처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으면 이처럼 취득한 예술자산을 빼앗기고 만다.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고,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최초의 문화유산 법전이라 불리는 ‘1863 리버법전’ 기준으로 ‘남북전쟁에서 사용한 군대 깃발'은 전쟁 중 취득한 전리품이다. 현대적 시각에서 전쟁 중 사용한 깃발은 ‘깃발 컬렉션’이라 불리며 추앙 받는다.
또 다른 사례를 보자. 박물관에 전시된 인간의 유해는 문화유산이 될 수 있을까. 최근 많은 전세계 박물관들은 인간의 유해를 전시실에서 치우고 있다. 인간 유해 전시가 인종차별의 산물이라는 이유다. 문화유산의 정의는 이처럼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달라진다.
정당 소유 위해선 '출처' 관건
입증 못하면 본국 귀환 불가
객관적 근거 찾는데 힘쏟아야
저자는 문화유산과 그 출처의 개념에 대해 책의 절반을 할애한다. 이후 4부에서야 문화유산이 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밟아야 하는 절차를 설명한다. 그 절차는 ‘환수’라는 단어로 요약된다. 세계가 문화유산 환수의 관점을 수립하기 시작한 건 국제법을 제대로 정립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부터다. 문화유산은 어떻게 환수해야 하는가. 국제적으로 환수는 원상회복, 반환, 본국 귀환, 동종물에 의한 원상회복 등으로 구분된다.
국제사회는 불법적으로 가져간 문화유산의 환수와 합법적이지만 정당하지 못하게 가져간 문화유산의 환수를 다르게 처리한다. 문화유산을 둘러싼 첨예한 이해 대립은 대개 식민주의아 관련해 발생했는데 2017년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프랑스가 소장한 아프리카 문화유산을 잠정적 또는 영구적으로 본국에 반환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세계적으로 확장됐다.
하지만 쉽지 않다. 모든 것이 출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도굴품을 원소유국에 돌려보내기 위해서는 출처를 확인해야 하고 국가간 법을 살펴야 한다.
이처럼 문화유산을 돌려보내는 것은 단지 ‘우리나라 작가가 그렸으니 돌려달라’고 말할 만큼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나치의 약탈품을 되찾는 과정에서 세계는 수많은 소송을 겪었다. 그 과정은 지난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치열하게 출처를 밝혀내야 한다. 출처는 약탈자에게 문화유산을 돌려달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객관적 근거다. 세계가 문화유산의 출처를 밝히는 일을 게을리하면 약탈자는 모두가 잊었다고 생각할 것이다. 2만6000원
서지혜 기자 wis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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