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워치] 중국이 제시한 미중 정상회담 조건은…"말·행동 같아야"
[앵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막판까지 두 나라의 '힘 겨루기'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이 미국을 향해 진정성을 보이라며 확답을 않고 있는데요.
베이징을 연결해보겠습니다.
임광빈 특파원.
미중 정상회담 성사 여부와 관련해 중국의 입장은 아직 안 나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최근 중국 외교부의 공식 브리핑 때마다 기자들이 묻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입장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미중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했다면서도 회담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중국이 우려하는 사항에 대해 미국이 명확한 답을 내놓아야 한다는 겁니다.
<왕원빈 / 중국 외교부 대변인(지난 1일)> "중국과 미국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의 회담을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습니다. 한편, 왕이 외교부장이 미국에서 말한 것처럼 샌프란시스코로 가는 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며 '자율주행'에 맡길 수 없습니다."
마침 미국 주재 중국대사가 미중 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위한 조건을 제시했는데요.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에서의 합의사항 이행을 요구했습니다.
중국의 체제 변경을 추진하지 않고 신냉전을 추구하지 않으며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이른바 '발리회담 정신'의 이행을 촉구한 것입니다.
발리회담 정신에는 미국이 동맹 강화를 위해 '반(反)중국'을 추구하지 않고, 공급망 분리 등을 의미하는 '디커플링'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여기에 정상회담 전후를 포괄하는 '전체 프로세스' 관리를 언급했는데, 다시 말해 말과 행동이 달라져서는 안된다고 강조한 겁니다.
"상대방을 향한 불장난이나 괴롭힘을 해서는 안된다"면서 대만 등 중요하고 민감한 문제를 적절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조건도 제시했습니다.
<셰펑 / 주미 중국대사> "양측의 최우선 과제는 간섭을 제거하고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 두 정상이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중 간 신뢰 수준이 낮은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의 추가 제재 등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란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이런 가운데, 미중 양국의 경제 사령탑이 미국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다룰 현안과 의제를 조율하고 있다고 봐야겠죠?
[기자]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경제부총리가 미국에서 만났습니다.
지난 7월 옐런 장관이 중국을 찾아 얼굴을 마주한 지 넉 달 만입니다.
<재닛 옐런 / 미국 재무장관>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공급망 분리) 등을 원치 않습니다. 양국 경제의 완전한 분리는 양국은 물론 전 세계 경제에 재앙이 될 것입니다."
<허리펑 / 중국 부총리> "우리는 (베이징에서 만난 이후) 다시 만나 공통 관심사에 대해 깊은 얘기를 나눴습니다. 이번에는 더 중요한 임무가 있습니다. 그것은 (양국 관계가) 진일보하는 것입니다."
옐런 장관과 허 부총리는 고율관세 문제와 반도체 수출 통제 등 경제와 무역 분야에서 구체적인 힘 겨루기를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5일 미중 정상이 회담을 할 것이란 구체적인 보도까지 나온 가운데, 양국 경제 수장의 담판이 정상회담 성사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입니다.
한편, 미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정상이 군사대화 재개를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미국 매체의 보도도 나왔습니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으로 단절된 미중 간 소통채널이 복원될 경우 대만 해협과 남중국해 문제 등을 둘러싼 미중 갈등도 다소 안정을 찾을 것이란 전망입니다.
[앵커]
마침 언급한 남중국해 상황도 중요한 현안입니다.
남중국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영유권 다툼과 관련해 중국은 미국을 향해 사실상 '빠지라'는 입장을 밝혔다고요?
[기자]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최근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한 해양 관련 포럼에서 남중국해의 해양 분쟁은 '진영대결'이 아닌 '직접 당사자 간 협상'으로 해결을 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왕 부장은 "역사적으로 남겨진 해상 영토와 권익 분쟁은 직접 당사자의 우호적인 협상으로 해결해야 한다"면서 "해상에서 진영 대결과 제로섬 게임을 벌이는 것은 단호히 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 '남중국해 각 당사자 행위 선언'을 전면 이행하고, '남중국해 행위 준칙'을 조기에 타결해 평화롭고 안전한 남중국해 질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CCTV보도> "대화와 협상을 견지해 해양의 평화와 안녕을 지키고, 공정성과 정의를 견지해 해양관리체계를 개선해야 합니다. 생태를 우선해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를 유지하며 해양의 번영을 위해 협력해야 합니다."
중국은 최근 필리핀과 해상 영유권 문제를 두고 갈등하고 있는데요.
미국은 중국이 남중국해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며 필리핀을 지원하고 나섰고, 이에 맞서 중국이 해군·공군 병력을 투입하면서 갈등은 고조되는 모습입니다.
중국과 필리핀은 오늘도 또 충돌했는데요.
중국 해경은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남중국해 암초기지 스프레틀리 군도, 중국명 난사군도에 "필리핀 소형 보급선과 해경선이 허락 없이 진입해 법에 따라 조치했다"면서 "필리핀의 식품 등 생활필수물자 운송에는 진입을 허용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앞서 전해드린 미중 정상회담 성사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유럽연합, EU와 중국의 정상회담 소식도 전해졌습니다.
시 주석은 최근 7년 만에 방중한 호주 총리와 회담도 했는데, 서방 정상들과의 접촉면을 넓히는 모습이네요?
[기자]
유럽연합 EU와 중국 정상회담이 다음 달 7일과 8일 중국에서 열린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습니다.
회담은 중국에서 열릴 것으로 보이는데,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정상회담 일정에 맞춰 방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EU 지도부가 개별적으로 시진핑 주석과 회동한 적은 있지만, 정식으로 대면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은 현 EU 집행부 출범 이후 4년 만에 처음입니다.
정상회담에서 EU는 중국에 '디리스킹', 위험제거 정책을 강조하면서 중국 측에 소위 '불공정한 시장 관행' 개선을 요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장기화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의 책임있는 역할을 촉구할 전망입니다.
지난달 개시된 EU의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강한 불만을 표출한 중국은 중국을 겨냥한 EU의 다양한 통상·무역 조처를 거론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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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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