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킥라니' 활개 … 4년새 119출동 4배로
지난해 구급차 출동 6319건
생명 위독한 경우도 3배 늘어
환자 연령 1020비중이 높아
"日, 저속으로 인도주행 허용
안전운전 위한 규정 필요"
직장인 조 모씨(33)는 올해 초 전동킥보드를 타고 귀가하다가 한쪽 앞니 절반이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회식 후 귀가하다가 길에 나 있는 균열을 미처 확인하지 못해 그대로 도로에 나뒹굴었다. 조씨는 "늦은 밤 부주의하게 운전한 내 책임도 있지만 전동킥보드를 타는 사람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만큼 이들을 위한 도로, 시설 등 환경을 제대로 갖추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전동킥보드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던 10대 여고생이 택시와 부딪혀 병원으로 이송된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최근 전동킥보드로 인한 사고가 급증하고 있다. 교통 체증에 간편 이동수단을 찾는 수요가 늘면서 전동킥보드가 주요 이동수단으로 떠올랐지만, 일부 운전자가 사각지대에서 차량 앞으로 갑자기 끼어드는 등 위험천만한 곡예운전을 하면서 '킥라니(킥보드+고라니)'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졌다. 전동킥보드 운전자를 불빛을 좇아 갑자기 도로로 뛰쳐나와 로드킬을 당하는 고라니에 빗댄 것이다.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전동킥보드 운전 중 발생한 사고로 인한 119 구조대 출동 건수가 최근 5년 사이에 약 4배 증가했다. 2018년 1513건으로 집계된 출동 건수는 2019년 2234건, 2020년 3720건, 2021년 5247건, 지난해 6319건으로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전동킥보드 사고로 운전자 생명이 위독한 응급 출동 역시 매년 급증했다. 2018년 315건에서 2019년 421건, 2020년 584건, 2021년 742건을 거쳐 지난해 906건으로 약 3배 증가했다.
구급차로 이송된 환자를 연령별로 살펴보면 10대와 20대의 증가가 두드러졌다. 전동킥보드 운영 초기인 2018년과 2019년에는 각 555명, 899명에 그쳤지만 2020년에는 1877명, 2021년에는 3097명을 거쳐 지난해에는 4016명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지난 8월을 기준으로 10대가 1125명, 20대가 1215명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실제로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전동킥보드 사고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양재역 인근에서는 전동킥보드를 몰고 횡단하던 10대가 우회전하는 택시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택시기사는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정차한 뒤 출발하다가 전동킥보드를 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동킥보드를 찾는 수요는 급증하고 있지만 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에서는 전동킥보드 전용도로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만큼 운전자들은 현행법에 따라 차도나 자전거도로 등을 이용해야 한다. 전동킥보드는 '원동기 장치 자전거'로 분류돼 오토바이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다수 전동킥보드 운전자들은 도로 유형을 구별하지 않고 차도, 인도 등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동킥보드가 제대로 달릴 수 있는 전용도로조차 없는 현실이 사고 급증을 부추긴다는 분석도 있다. 자동차나 오토바이에 비해 바퀴가 작은 전동킥보드는 도로의 작은 균열이나 턱에 걸리기만 해도 훨씬 심각한 사고를 유발할 수 있다.
퍼스널모빌리티(PM) 스마트스테이션 플랫폼 '모서리'를 운영하는 전범주 스웬 대표는 "전용도로가 부족한 일본은 최근 속도를 시속 6㎞ 이하로 제어한다는 조건 아래 전동킥보드의 인도 주행을 허용했다"며 "수요가 급증하는 전동킥보드를 전용도로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배척할 수는 없는 만큼 지방자치단체가 기술과 법적 제도가 융합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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