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독일경제 …'전기 면세카드' 뿌려서라도 기업 살린다
4년간 280억유로 보조금 풀어
역성장 지속, 경기부양 안간힘
8월엔 320억유로 법인세 감면
"응급실서 기업 빼내기엔 부족"
노조연합선 더 강한 대책 요구
역성장으로 '유럽의 병자'가 될 위기에 처한 독일이 법인세에 이어 전기관련 세금까지 감면하며 기업 살리기에 몰두하고 있다. 향후 5년간 기업 지원 액수만 600억유로(약 84조원)에 달한다.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블룸버그에 따르면 독일 경제부는 내년부터 제조기업에 전기요금에 추가로 부과되는 세금을 메가와트시(MWh)당 기존 15.37유로에서 0.5유로로 약 97% 감면해 주기로 했다. 독일 전기요금은 기본 전기 생산비용에 전력망 사용료와 전기세금을 더해 계산된다. 이번 정책은 세 가지 비용 중 '세금'을 줄여 기업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취지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고유가로 인한 국민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유류세 감면 정책을 펴는 것과 같다.
독일 정부는 총 280억유로를 투입해 기업에 내년부터 2027년까지 4년간 전기요금에 붙는 세금을 감면해 줄 예정이다. 예산이 충족되면 감면 기한을 2028년까지 추가로 연장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이에 더해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기업에는 탄소배출권 거래 비용을 정부가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을 제공할 방침이다.
FT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이와 별도로 국제 경쟁에 노출된 주요 350개 기업과 전기요금을 가장 많이 내는 90개 독일 기업에 대한 추가 보상책도 내놓을 계획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연방정부가 제조업의 전기요금 부담을 대폭 덜어주기로 했다"며 "우리는 기업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요금을 안정화해 기업이 향후 전기요금에 잘 대처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베르트 하베크 독일 경제장관은 "산업 경쟁력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중요했다"며 "앞으로 에너지 집약적 기업은 감세 혜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독일 경제의 심장인 제조업은 작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급격한 에너지 비용 상승으로 위기를 맞았다. 지나치게 러시아 가스에 의존한 데 따른 결과다.
실제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독일 전기요금은 2019년 대비 3배 가까이 올랐고, 제조업 경쟁 국가에 해당하는 미국과 중국의 2배 수준에 이른다. 독일 전기요금은 MWh당 2019년 42유로에서 최근 114유로까지 상승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69유로로 꾸준히 유지됐고, 미국은 39유로에서 49유로로 소폭 올랐을 뿐이다. 같은 제품을 제조할 때 곱절의 비용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독일 기업은 정부 지원책에 기대감을 표출했으며, 대표 화학기업 BASF 주가는 3% 뛰어오르기도 했다. 다만 에너지, 광산, 화학 회사 등을 대표하는 독일 노조연합 'IGBCE'는 "이 계획은 독일 기업을 '응급 치료실'에서 빼내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일자리 감소 방지를 위해 추가 부양책을 요구했다. 일각에서는 독일 정부의 지나친 세제 혜택이 사실상 기업 보조금으로 공정 경쟁을 방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럽연합(EU)은 "독일 기업에 유리한 세제 혜택이 공동 시장을 부당하게 왜곡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유럽 당국자들이 기업에 대한 국가 재정 지원에 점점 더 비판적인 가운데 독일의 이번 정책은 브뤼셀(EU 본부)을 경악시킬 것"이라고 꼬집었다.
역성장과 경기 침체 위기에 빠진 독일은 앞서 법인세 감면 정책 등 기업 지원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독일 정부는 4년에 걸쳐 320억유로(약 45조원) 규모 법인세를 감면하는 패키지 법안인 '성장기회법'을 내놓기도 했다. 연간 70억유로(약 10조원) 상당의 중소기업 법인세를 감면해주는 게 핵심이다. 대상 기업은 직원 500명 이하, 연매출 5000만유로(약 700억원) 미만 제조회사이며, 독일 제조기업 중 99%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숄츠 총리는 "병든 경제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경제 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더 많이 일할 각오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독일은 역성장 위기에 처해 있다. 독일 경제성장률(GDP)은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각각 -0.4%, -0.3%를 기록해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하며 기술적 경기 침체에 빠졌다. 올해 2분기 0% 성장에 이어 3분기에 다시 -0.1%의 역성장 가능성이 높다.
[진영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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