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 3세경영 전면에 … 새로운 50년 미래사업 개척
업황 부진속 체질개선 이끌어
25개월만에 부회장으로
수소·로봇사업 강화에 무게
HD현대중공업 사장에 강영
STX중공업 인수책임 맡을듯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HD현대 사장이 2년 만에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정기선 부회장이 조선, 정유,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그룹 내 주요 사업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 못지않게 수소, 로봇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주력해왔던 것을 감안하면 향후 HD현대의 '새로운 50년'을 향한 발걸음이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올해 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정기선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고 10일 밝혔다. 또 오승현 HD현대인프라코어 대표이사 부사장(58)과 강영 HD현대중공업 부사장(58)이 각각 사장으로 승진했다. 강영 사장은 현재 기업 결합을 진행 중인 STX중공업의 인수 추진 태스크포스(TF)를 맡을 예정이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부사장(53),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부사장(53), 고영규 HD현대케미칼 부사장(54)이 각각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노진율 HD현대중공업 사장(59)은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돼 안전경영 및 동반성장을 담당한다. 이들 내정자는 향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이번 인사에서 승진한 정 부회장은 내년에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으로 나서게 된다. 보좌 역할을 담당했던 가삼현 HD한국조선해양 부회장과 한영석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이 올해 말을 끝으로 자문역으로 물러나면서 그룹 내 유일한 부회장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그룹의 주력 사업인 조선업은 물론 수소, 로봇 등 신사업 분야에서 정 부회장의 색채가 더욱 분명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HD현대 고위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과거 조선 경기가 좋지 않을 때부터 그룹에서 근무하며 커리어를 쌓아 사장이 됐다"며 "업적을 인정받아 유일한 부회장으로서 사장 시절보다 더 적극적으로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 부회장은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수석 부장으로 입사한 이후 곧바로 닥친 조선업 불황을 타개하는 데 힘을 쏟았다.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 부문 밖으로도 눈을 돌려 정유와 건설기계, 전력기기 등 타 부문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에도 적극 나섰다. 2015년 사우디아라비아 국영회사 아람코와 전략적 협력 관계를 구축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2021년 사장으로 승진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해외를 겨냥하고 있다. 일찌감치 사우디에 주목했던 정 부회장의 선구안은 사우디의 친환경 신도시 건설 사업인 '네옴시티 프로젝트' 수주전에서 통했다. 그룹의 전력기기·에너지 솔루션 계열사 HD현대일렉트릭이 올해 1300억원이 넘는 변압기 공급 계약을 따낸 것이다. 또 정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 계약,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팰런티어와의 업무협약(MOU) 체결 등 신사업 영역을 개척하는 데에도 나서고 있다.
해외 시장 개척과 신사업 발굴에 주목해온 정 부회장의 성향이 향후 그룹 비전에 더욱 강하게 반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앞서 그는 사장 시절인 2021년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까지 그룹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수소 밸류체인' 구상을 공개했다.
이에 따라 신사업에서 계열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데 정 부회장의 영향력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게 그룹 안팎의 예상이다.
당장 내년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의 기조연설을 맡은 정 부회장이 현지에서 구체화된 비전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HD현대 관계자는 "그룹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만큼 CES 2023 등에서 밝혔던 본인의 비전을 그려 나가는 작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기존 사업의 지속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 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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