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은행에 횡재세 … 여야 포퓰리즘 점입가경 [사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정유사와 은행에 대해 횡재세 도입을 당론으로 추진하겠다고 10일 밝혔다.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가리지 않고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고 있어 선거 뒤 치러야 할 값비싼 대가가 걱정스럽다. 이 대표는 이날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들이 사상 최고 수익을 거둔 점을 거론하며 "은행권의 기여금 조성 또는 횡재세를 도입해 고금리에 고통받는 국민들의 삶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유가 호황을 누린 정유사에 대해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
은행과 정유사들 수익이 증가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세목을 신설해 과세하는 것은 너무 간편하고 무책임한 발상이다. 당장 내년에 이들 기업이 큰 적자를 내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유보금으로 투자를 하고 임금을 지급하는 등 기업 활동을 계속할 수 있지만, 올해 횡재세를 납부하면 유보금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적자를 낼 때 정부가 되돌려주는것도 아니다. 조세 안정성에도 위배된다. 올해는 은행에 물리다가 내년에 반도체 업황이 좋아지면 또 반도체 기업에 과세해야 한다는 논리다. 한시적 성격의 세금이기 때문에 국가 재정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은행과 정유사가 횡재세 때문에 배당을 줄이고 주가가 떨어지면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 재정이 악화되는 부작용도 있다.
168석을 보유한 제1야당 대표가 군소정당의 깜짝 공약 같은 정책을 내걸었는데도 정부와 여당의 대응은 미지근하기 짝이 없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9일 국회에 출석해 횡재세 관련 질의에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고민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도 당론 반대를 밝히지 않고 있다. 이런 모습은 "횡재세 주장은 민주당의 포퓰리즘"이라며 강력 반대한 올해 초와 사뭇 달라진 것이다. 한전 적자가 47조원에 달하는데도 정부가 최근 가정용 전기요금을 동결한 것이나 난데없이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나 맥락은 같다. 총선만 바라보는 인기영합이다. 여야는 근본적 국가경쟁력을 강화하는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 포퓰리즘에 국가의 미래를 저당 잡혀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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