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저작권 충돌의 역사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2023. 11.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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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기 아일랜드에 있는 모빌라 수도원. 훗날 성인으로 추앙된 두 수도승이 말다툼을 벌였다. 피니안이라는 수도승이 보관하던 성경을, 콜룸바라는 수도승이 몰래 필사한 것이 화근이었다. 피니안은 원본이 자신의 것이기 때문에 콜룸바가 필사한 것마저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했고, 콜룸바는 맞섰다. 결국 둘은 아일랜드 왕 디아르메트 맥 세르베일을 찾아갔다. 왕은 "모든 소에 송아지가 있듯, 모든 책에 사본이 있다"며 피니안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콜룸바는 격분했다. 그는 인근 우이닐 부족을 선동해 반기를 들었다. 세계 첫 저작권 전쟁인 '쿨 드라임네 전투'로 번진 것이다.

저작권은 보호받으려는 자와 활용하려는 이가 충돌하며 발전했다. 아이러니다.

16세기 이탈리아에서 마르칸토니오 라이몬디는 판화를 찍어 큰돈을 벌었다. 특히 그는 옆 나라 독일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을 본떠 베네치아에서 팔았다. 이 소식을 접한 뒤러는 라이몬디를 베네치아 법정에 세웠고, 법원은 "원작자 서명만 빼면 문제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 판결로 무명 화가들은 진품을 베끼기 시작했고 이탈리아 전역은 저작권 분쟁으로 들끓었다. 하지만 판화의 발전은 인쇄술 발전을 촉진했다. 유럽 전역에 출판업이 성행했고 구텐베르크 성경,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 코페르니쿠스의 '천체의 회전에 관하여', 마르틴 루터의 '95개조 반박문' 등이 날개 돋친 듯 찍혔다. 원작자는 보호를 원했고, 마침내 1710년 영국의 앤 여왕은 출판물에 대해 14년의 저작권 기한을 부여하는 '앤의 법령'을 공포했다.

오늘날 생성형 인공지능(AI)은 담론을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호주 법원은 AI를 발명가로 인정했고, 미국 캘리포니아 법원은 작가들이 AI 업체를 상대로 낸 저작권 침해 소송에서 입증할 수 없다고 기업 손을 들었다. 반면 유럽연합(EU)은 AI가 어떤 데이터를 학습했는지 목록을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테크놀로지가 크게 발전한 만큼 저작권법에 대한 정비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순간이다.

[이상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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