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엄단 외쳤지만…불법대부 法개정 하세월
불법추심 법정이자율 제한 등
법안 34건 중 고작 1건 통과
금융권 "저신용자 지원 위해
정기국회서 입법 속도내야"
금융권에 약 4000만원의 채무를 갖고 있던 50대 여성 A씨는 양육비에 쓸 요량으로 인터넷 대부 업체를 통해 급전을 사용했다. 이후 기존 이자를 내기 위해 또 다른 대부 업체들을 계속 이용하면서 업체별로 원금의 4배가 넘는 채무가 추가로 쌓이게 됐다. 업체는 A씨뿐만 아니라 자녀들에게도 연락하며 협박을 일삼고 있다.
이처럼 불법 대부 업체들이 수천 %에 달하는 이자율을 적용하고 가족 협박이나 나체 사진 유포처럼 악랄한 추심 수법을 동원하면서 '사금융 피해자' 문제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지만, 이를 막기 위해 제출된 법들은 제대로 논의되지 못한 채 국회 문턱을 못 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 사금융을 끝까지 추적해서 처단하고 불법 이익을 박탈하겠다"고 밝힌 후 수년째 국회에서 잠들어 있는 관련 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10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1대 국회엔 대부업법 개정안이 총 34건 제출돼 있다. 대부 업체 등록, 감독 권한 등에 대한 내용도 있지만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거나 서민의 이자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이 다수를 차지한다. 하지만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불과 5개월 남긴 시점에 통과된 법안은 1건에 불과하다. 유일한 통과 법안도 광역단체장들에게 대부 업체 및 임직원을 징계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내용이다. 반면 불법 사금융업자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멈춰 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금감원에 접수된 불법 사금융 상담 및 신고 건수는 6784건으로, 그 규모 매년 커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0년 12월 등록하지 않고 대부업을 하는 사람을 '불법 사금융업자'라는 법률적 명칭으로 규정하고, 이들이 연 6%(상법상 상행위 채무의 법정이율)를 초과하는 이자를 받지 못하게 하는 내용의 대부업법 개정안을 제출했다. 현재는 불법적인 방법으로 추심해도 법정 최고이자율(현재 20%)까지 인정하고 있지만, 이를 연 6%로 낮추는 내용이다.
정부안에는 연체 이자를 원금에 포함시켜 재대출하거나 계약서를 대출자에게 제공하지 않는 경우 대부 계약을 무효로 하는 내용도 담겼다. 또 불법 영업과 최고금리 위반에 대한 처벌 수위도 각각 5년 이하 징역·1억원 이하 벌금, 3년 이하 징역·5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벌금형 부분을 강화했다. 다만 이 법안은 2021년 4월 정무위 소위원회에서 한 차례 논의가 이뤄진 게 전부다.
여야에서도 불법 사금융을 근절하기 위한 법안을 다수 내놓았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법 사금융업자와의 금전 관계 약정 자체를 무효화해 이들이 이자 등 경제적 이익을 아예 얻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놓았다. 불법 행위가 적발돼도 20%의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구조로는 이른바 급전이 필요한 사람들을 겨냥한 '불법 일수 명함'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게 민 의원의 생각이다.
박성준 민주당 의원은 불법 대부업자들이 등록을 하지 않고 대부업법의 각종 의무 사항을 준수하지 않음에도 등록 대부업자나 여신금융기관과 같은 수준의 이자를 받는 문제를 지적하며 대부업법 개정안을 냈다.
여당에서는 대부업 등록 요건을 강화해 함량 미달의 대부 업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례를 줄이겠다는 내용의 법안들을 내놨다. 김영선 국민의힘 의원은 대부업자로 등록하기 위해 필요한 자기자본 요건을 현행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하는 내용이 담긴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앞선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도 모두 정무위에서 멈춰 있다.
금융권에선 윤 대통령이 강력한 의지를 밝힌 만큼 이번 정기국회에서 해당 법안들이 입법 성과를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정당하게 등록된 대부업체들이 초저신용자들의 마지막 자금줄이 될 수 있는 공간도 더 넓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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