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30㎞/h 스피드, 탁월한 코너링에 입이 ‘쩍’…“그런데 운전자가 없네?”

2023. 11. 1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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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양산차 자율주행대회
10일, 용인 스피드웨이서 결승전
1위는 건국대 AutoKU-R…27분25초
가상 주행대회 병행, 성균관대 1위
‘2023 자율주행 챌린지’ 결승전에서 자율주행차가 트랙을 달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인하대 AIM팀, KAIST EureCar-R팀, 건국대 AutoKU-R팀의 차량. [현대차 제공]

[헤럴드경제(용인)=김성우 기자] # 초록색 ‘아이오닉 5’가 시속 130㎞의 빠른 속도로 직선구간을 주파했다. 그리고 굽은 길 구간에 진입하자 시속 80㎞까지 속도를 줄이면서 부드럽게 코너 구간을 통과했다. 용인스피드웨이의 굽이진 여러 다양한 구간에 맞춰서, 차량이 시속 30~130㎞ 사이 속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건국대 ‘AutoKU-R(오토케이유-알)’팀이 설계한 아이오닉 5 자율주행차량이다. 간결한 코너링에 관객석은 물론 중계석에서도 환호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올해로 7번째를 맞은 현대자동차그룹 ‘2023 자율주행 챌린지’ 리얼트랙(실차 개발 부문) 결승전이 10일 경기도 용인에 있는 스피드웨이에서 열렸다. 9개 대학, 16팀이 이번 대회에 지원했고, 이 가운데 6팀이 본선에 올랐다. 전날 열린 예선 경기에서 3개팀이 추려지면서 결승전에서는 건국대·인하대(AIM·에임)·KAIST(EureCar-R·유레카-R) 3개팀이 경쟁을 벌였다.

참가팀은 각자 연구·개발한 알고리즘에 따라 라이다·레이더·카메라 등 센서류를 최적의 위치에 설치해 자율주행차를 제작하고, 3차례의 연습 주행을 통해 고속 자율주행에 필요한 기술을 고도화했다. 학생들이 직접 자율주행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설계했다. 현대차·기아 연구원들은 자율주행차량 제작에 필요한 지원을 하면서 힘을 보탰다.

이날 경주에서는 3대 차량이 추월과 회피를 반복하며 실제 레이싱대회를 방불케 하는 명장면이 대거 연출됐다. 최고의 장면은 2번과 3번 랩에서 나왔다. 3위인 AIM과 한 바퀴를 돌고 이를 쫓아온 1위 AutoKU-R의 아이오닉 5가 경합한 것이다.

‘2023 자율주행 챌린지’ 결승전에서 자율주행차가 트랙을 달리고 있다. (오른쪽부터) 건국대 AutoKU-R팀, KAIST EureCar-R팀의 차량. [현대차 제공]

AutoKU-R의 초록색 차량이 재빠르게 추월을 시도했지만 AIM의 빨간색 차량이 간결하게 ‘백마크’ 해내는 상황이 여러 차례 연출됐다. 그때마다 AutoKU-R의 초록색 차량은 자율주행기술을 활용해 서고 출발하기를 반복했다. 현장을 찾은 현대차그룹 임직원·정부 관계자와 시민은 열띠게 벌어지는 자율주행 경주를 관전하면서 큰소리로 환호성을 보냈다.

최종 우승을 차지한 주인공은 AutoKU-R(27분25초409)팀이다. 이어 2등은 EureCar-R(29분31초209), 3위에는 AIM이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1위를 차지한 AutoKU-R팀에게 상금 1억원과 미국 견학의 기회를 제공했다. 2등팀은 상금 3000만원과 싱가포르 견학, 3등팀엔 상금 500만원이 주어졌다. 1~3위 수상팀이 현대차그룹에 지원할 경우 추후 서류전형 면제 등 채용 특전도 제공될 예정이다.

시상대에 올라선 2위 카이스트 유레카R팀이 1위 건국대 오토케이유R팀을 축하하고 있다. 용인=김성우 기자
‘2023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우승한 건국대 오토케이유R팀 선수들과 아이오닉 5 자동차. 김성우 기자

‘자율주행 챌린지’는 국내 대학 간 자율주행기술 개발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서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0년부터 진행해 온 국내 최대 규모의 자율주행 경진대회다. 격년으로 행사가 진행되며 올해로 7번째를 맞았다.

올해 자율주행 챌린지는 세계 최초로 양산차 기반의 서킷 자율주행 레이싱경기로 치러졌다. 여러 대의 자동차가 고속 자율주행한다는 점에서도 전례가 없다. 단, 예선전을 통해 랩타임이 빠른 순서대로 참가차량의 출발선상 위치를 배정하는 등 실제 레이싱대회의 규정을 똑같이 적용한다. 그만큼 기술 난이도가 높다. 양산차를 활용하면 일반적인 자율주행 전용 레이싱차를 쓸 때보다 제약조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각 차량은 아이오닉5의 최고 속도인 시속 180㎞ 이상까지 달릴 수 있지만 네 번째 랩까지는 속도 제한(시속 100㎞ 이하)을 준수해야 한다. 설정된 제한 속도를 초과하거나 추월 규정, 주차 규정을 위반한 차량은 총 주행시간에 페널티가 주어진다. 또한 정해진 코스를 이탈하는 차량은 실격 처리된다.

별도의 사전 절차 테스트도 거쳤다. 본선 참가팀들은 이번 대회 서킷에 오르기 전 자율주행 기본 성능을 점검하는 별도 절차를 거쳤다. 장애물 회피와 주차 위치 준수 시나리오도 수행했다.

행사를 기획한 성낙섭 현대자동차 상무는 “이번 대회에 참가한 학생들의 수준이 현대차에서 재직하고 있는 연구원들의 60~70% 수준은 될 정도로 상당히 뛰어났다”면서 “완성차업계가 레벨 3~4 자율주행기술을 적용하고 있는 데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인데 이번 대회 학생들이 쌓아준 데이터들은 실제 새로운 기술을 적용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칭찬했다.

한편 올해 자율주행 챌린지는 이날 열린 리얼트랙 부문과 이번 연도에 처음 신설된 버추얼트랙(Virtual Track·가상환경 개발 부문) 등 총 2개 부문으로 열렸다. 버추얼트랙은 가상공간 속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율주행기술력을 겨루는 대회다. 앞서 진행된 버추얼트랙 대회에서는 성균관대가 1위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은 자율주행, 전동화 등 국내 자동차산업의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 주요 대학과 협력 범위를 늘려나가고 있다. 산학연 공동 연구와 기술교육 프로그램, 연구장학생제도를 운용하고, 주요 분야별 공동 연구소도 설립 중이다.

김용화 현대차·기아 CTO(사장)는 “이번 대회는 기존 대회와 달리 고속에서의 인지·판단·제어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대회를 통해 선행기술 경연의 장을 마련하는 한편 다방면에서 여러 대학이 선도적인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앞으로 현대차그룹이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말했다.

‘2023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우승한 건국대 AutoKU-R팀이 자신들의 자율주행차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 제공]

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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