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출퇴근 비효율" "근태관리 한계"… 직원·회사 '재택이몽'
MZ "없어져서 이직 고민 중"
회사 "엔데믹된 만큼 출근을"
생산성 증가 평가도 있지만
업종 위화감·근무태만 단점
"韓 노동시장 경직 탓에 갈등"
'주 69시간 논란' 근로시간제
고용부, 13일 보완대책 발표
"하루 두 시간씩 출퇴근길에 시간을 버리면서 왜 꼭 소모적으로 회사에 나와야 하나요. 회사가 얼마 전부터 재택근무제를 없애버렸는데, 제도가 있는 곳으로 이직할까 고민 중이에요."(정보통신업체 MZ 회사원 A씨)
"예전에는 코로나19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재택근무를 도입했지만 사내 소통도, 근태 관리도 안 됐던 게 사실이죠. 이제 대면근무로 복귀하되 대체 휴무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균형을 맞출 겁니다."(중견기업 임원 B씨)
재택근무 폐지가 재계의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때 재택근무를 도입했던 주요 기업들이 속속 대면근무로 돌아섰고, 그사이 재택근무 체제에 익숙해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직원들과 갈등이 커지면서다.
최근 현대차그룹이 재택근무 폐지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임직원 커뮤니티에는 "아침부터 미어터지는 통근버스에 근로 의욕이 뚝 떨어진다"며 "오히려 생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식의 불만이 속출했다. 이에 앞선 8월 현대차 부품 계열사인 현대트랜시스는 구성원 간 협업에 어려움이 생겼다는 이유로 재택근무 폐지를 단행했다.
이미 재택근무를 없앤 기업에서도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화그룹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30대 직장인 A씨는 "업무 적응 단계에서는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게 낫지만 일단 적응하고 나면 재택근무가 효율적"이라며 "주 1~2회는 재택근무를 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여전히 재택근무제를 시행 중인 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은 이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매달 일주일씩 재택근무 주간을 지정해 일하는 동국제강이 대표적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20대 직장인 B씨는 "업무 능력과 성과가 개선된다면 어디서 일을 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LG디스플레이는 거점 오피스를 활용한 원격근무제가 정착됐고, SK하이닉스는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근무 형태가 바뀌고 있다.
직원 통근 시간이 줄고, 유연한 업무 환경에 따라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데다 우수 인력 확보 기회가 늘어 이·퇴직률 하락에 따른 고용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이유가 크다.
하지만 이 같은 장점은 고스란히 단점이 될 수 있다. 사내에서의 유기적 의사소통이 줄고, 근무 태만을 비롯한 직원 관리 비용이 늘면서 생산성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 주거지와 근무지 간 경계가 모호해져 실제 노동 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특히 생산직이 많거나 재택근무 도입이 어려운 제조업체 경영진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 중견기업 임원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직원들이 뭘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고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다 같이 모여서 일하는 게 현실적이며 효율적"이라고 전했다. 또 다른 기업 임원은 "재택근무를 해도 온라인으로 근태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고 토로했다.
재택근무를 둘러싼 생산직과 사무직 간 갈등도 고민이 커지는 지점이다. 거점 오피스를 자유로이 선택할 수 있는 사무직과 달리 생산직은 쉼 없이 돌아가는 공장에서 일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생산직, 사무직 사이에서 재택근무와 유연근무를 놓고 갈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신경 쓰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재택근무의 장단점을 냉정히 가려 기업 효율성과 노동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수단으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대일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재택근무든 대면근무든 철저하게 성과를 평가해 생산성을 올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면 되지만 우리나라는 해고가 어렵고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유달리 강하다는 게 문제"라며 "근무 형태 변화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드는 정책과 병행돼야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노동계에서는 올해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사회적 논의를 본격화하는 시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대기업의 근무 형태가 바뀌는 상황에서 정부도 오는 13일 주 52시간 근로시간 개편 방향을 발표하기 때문이다. 연장 근로시간 상한을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한 논란이 불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환 기자 / 박소라 기자 / 최현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경호원 보내 작업 치겠다”…‘I am 양파’ 전청조, 까도까도 끝없네 - 매일경제
- [단독] ‘재택근무’ 전쟁…희망자 역대최대 찍었지만 회사는 “되겠냐?” - 매일경제
- “기안84 ‘꿀꺽’ 마시고 몸 담갔는데”…갠지스강 거품의 충격적 실체 - 매일경제
- “누가 판을 엎을까?”…세번 접겠단 ‘중국’ vs 돌돌 말겠단 ‘한국’ - 매일경제
- 한동훈 “다 공감” 박범계 “왜 반박 안하지?”…빵터진 국회 법사위 - 매일경제
- “여보, 아버님도 바꿔드릴까”…너도나도 갈아타는 보험 뭐길래 - 매일경제
- 한국말이 수화기 너머선 영어로 …세상 바꿀 괴물폰 나오자 제2의 엔비디아 된 이 기업 [위클리
- 48000원 빼빼로 1분만에 완판…고물가에도 ‘스몰럭셔리’ 잘 팔리네 - 매일경제
- 경기도 “서울편입은 김포에 손해”…김포시 “다 방안이 있다” - 매일경제
- ESPN, 이정후 5년 6300만$-류현진 2년 1400만$ 예상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