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도 자식이다”…이혼 부부 소송서 ‘가족’ 인정한 콜롬비아 법원

이상현 매경닷컴 기자(lee.sanghyun@mkinternet.com) 2023. 11. 1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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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서울 서초구 매헌시민의숲에서 열린 반려견 놀이터 개장 축제에서 한 반려견이 공놀이를 하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가 늘어나는 가운데 콜롬비아 법원이 이혼한 부부의 반려견도 법적 자녀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화제다.

유럽 국가들도 비슷한 판결을 속속 내놓고 있어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이 변화 중인 것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콜롬비아 보고타 고등법원이 이혼한 부부의 반려견도 법적 자녀로 간주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는 콜롬비아 법원이 동물도 가족 구성원이 될 수 있다고 인정한 첫 법적 사례다.

이 판결은 콜롬비아의 한 대학 학장인 하데르 알렉시스 카스타뇨가 반려견 ‘시모나’를 주기적으로 만나게 해달라며 이혼한 전처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내려졌다.

카스타뇨는 지난 2021년 전처와 이혼한 뒤 반려견을 보지 못하게 되자 슬픔에 종종 소화불량 등을 겪었다. 전처에게 강아지를 보게 요구했으나 거절당했고, 결국 지난해 전처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카스타뇨는 재판에서 강아지 시모나가 가족 구성원이며, 전처가 이혼 후 만남을 막은 탓에 강아지와 자신 모두 부정적인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카스타뇨의 이같은 주장을 받아들이고, 강아지 시모나가 법적으로 카스타뇨의 ‘딸’로 여겨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이혼 절차에서도 그에 걸맞게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카스타뇨 부부의 이혼 전까지 시모나가 공식적으로 이 ‘다종 가족’의 구성원이었으며, 이혼으로 고통받은 시모나가 카스타뇨를 주기적으로 만날 권리가 있다고 판결했다.

지난 9월 서울 강남구 세텍에서 열린 ‘2023 서울 펫쇼’ 한 부스에서 관람객이 반려견에게 옷을 입힌 뒤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출처 = 연합뉴스]
동물이 인간의 소유물이 아닌 감정을 지닌 생명체라는 취지의 판결이 콜롬비아 법원에서 처음 내려진 건 지난 2016년이었다. 같은 해에는 동물이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인간이 보호하고, 공포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인간이 피할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판결도 나왔다.

카스타뇨의 소송을 담당한 재판부는 과거 판례를 고려, 카스타뇨와 시모나가 못 만나게 하는 게 강아지 시모나의 안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판단했다고 WP는 전했다. 카스타뇨는 이번 판결에 따라 가정법원에서 시모나와의 방문 일정을 조율하게 됐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보는 판결은 앞서 페루와 스페인, 프랑스 등 여러 나라 법원에서도 나온 전례가 있다.

페루 법원의 경우 지난 2018년 지방 정부가 한 가족이 키우던 3살짜리 돼지를 공중 보건상 이유로 농장에 보내라고 지시한 사건에서 돼지 역시 가족 구성원이라는 취지로 판결한 바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 지방법원 역시 지난 2021년 이혼한 부부가 키우던 개를 한 달씩 번갈아 돌보라며 ‘양육권’ 분할 판결을 내렸다.

또 프랑스는 지난 2014년 반려동물을 동산이 아닌 ‘살아 있고 느끼는 존재’로 취급하도록 법을 바꿔 이혼한 부부가 공동 양육권을 주장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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