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보영 "애써 밝은 척 대신 '그럴 수도 있지'란 마음가짐 갖게 돼"

이근아 2023. 11. 10.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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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17년 차의 배우는 종종 형부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일을 하지 않을 때, 문득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직업을 배제한 제 삶을 더 키워서 밸런스를 맞춰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늘 노력해요."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에도') 인터뷰로 만난 배우 박보영(33)의 말이다.

박보영에게 배우로서 올 한 해는 특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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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박보영
우울증 겪는 정신병동 간호사 다은 역 "나도 함께 성장"
"'뽀블리' 이미지 고민한 적도 있지만…지금은 너무 좋다"
배우 박보영은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일을 하지 않을 때 문득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면서 "직업을 배제한 삶을 키워서 밸런스를 맞추기 위해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데뷔 17년 차의 배우는 종종 형부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쉬는 날 일부러라도 조카들을 데리고 놀러 다니고, 배우가 직업이 아닌 다양한 친구들과 어울리려고 애쓴다. 남몰래 시작한 소아병동에서의 봉사활동은 어느새 10년째다. "일을 하지 않을 때, 문득 세상에서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더라고요. 직업을 배제한 제 삶을 더 키워서 밸런스를 맞춰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일의 굴레에서 벗어나려고 늘 노력해요." 1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병동에도') 인터뷰로 만난 배우 박보영(33)의 말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에서 정신병동 간호사 다은(박보영)은 환자들에게 온 마음을 쏟지만 정작 자신이 가진 마음의 병은 알아채지 못한다. 넷플릭스 제공

박보영에게 배우로서 올 한 해는 특별했다.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에서 재난 속에서도 신념을 잃지 않는 명화부터 '정신병동에도'에서의 우울증을 앓는 간호사 다은까지. 박보영은 대중이 흔히 생각하는 '뽀블리'(박보영과 러블리를 합친 말)의 밝은 이미지에서 조금 비켜난 역할을 연이어 맡았다. 그의 표현대로 "사랑스러운 부분을 걷어낸 한 해"였다. 그는 한때 "'뽀블리'라는 말이 좋으면서도 어떻게 다른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던 적도 있다"고 털어놓았다.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카페에서 애써 밝은 척 주문하는 자신을 보며 친구가 "너 너무 불쌍해"라고 말한 적도 있었다. 이젠 달라졌다. 박보영이 가장 좋아하는 말은 "그럴 수도 있지"가 됐다. 이제 박보영은 혹시나 사람들이 오해할까 억지로 밝은 척하는 대신 "할 수 없지. 그러한 모습도 내 일부분인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배우 박보영은 10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넷플릭스 시리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인터뷰에서 "(연기한) 간호사 다은이 마음의 병을 이겨 내는 과정을 함께하며 나도 성장했다"고 말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로서도, 또 인간으로서도 성장하고 있는 박보영에게 '정신병동에도'는 그 자체로 힐링이 됐다. 그가 연기한 간호사 다은은 환자들에게 온 마음을 쏟다가 극심한 우울증을 겪는다. 박보영은 "다른 사람의 취향은 잘 알면서 정작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모르고, 상대에게 양보하는 성격이 다은과 비슷하다"면서 "다은이 마음의 병을 이겨 내는 과정을 함께하며 나도 성장했다"고 돌아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는 우울증에 가성 치매 증상까지 겪는 '워킹맘' 이야기를 꼽았다. 그는 "나와 동떨어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가장 위로받고 눈물을 많이 흘렸다"면서 "열심히 살며 나를 잃어가는 사람들에게 '너무 애쓰지 않아도 돼'라고 말해주는 것 같아서 좋았다"고 말했다.

"이제 '뽀블리'는 깨고 싶은 이미지가 아닌 너무 좋은 말"이라며 활짝 웃는 박보영은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을 대중들도 이제 받아들여 주시고 있단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더 넓어진 연기 스펙트럼을 갖게 된 그가 말한 배우로서의 목표는 여전히 '지금처럼만'이다. "모든 게 '타이밍'이더라고요. 이제 욕심은 많이 내지 않으려고 해요. 꾸준히 걸어왔던 것처럼 가다 보면 상황에 맞는 작품을 만나게 되니 놓치지 않고 잘 잡아서 제가 생각하는 방향대로 걸어가면 좋지 않을까 해요."

이근아 기자 ga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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