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는 10분 정도 피 빨아"…감염병 옮기지 않지만 가려움증 유발
“모기는 2분 정도 흡혈하지만 빈대는 10분 정도 피를 빨아먹어요. 한 번에 여러 마리가 동시에 흡혈하므로 물리는 부위가 굉장히 많죠.”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
대학 기숙사·고시원·찜질방을 시작으로 전국적으로 빈대가 출현하면서 ‘빈대 공포증’이 생겨날 정도다. 서울에서도 용산구, 강서구, 중구 등 5개 지역구에서 빈대 관련 신고가 접수됐다. G마켓에서는 최근 1주일 새 빈대 퇴치제 판매량이 813% 뛰었고, 침대 청소기 매출은 610% 늘었고, 고열 스팀기와 자동분무기 매출도 크게 증가했다.
◇감염병 옮기지 않지만 가려움증·2차 피부 감염 유발
빈대는 전 세계적으로 90여 종이 있는데, 이 중 3종은 사람 피를 빨아먹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토착종인 일반 빈대와 외래종인 열대 빈대 등 2종이 분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빈대 성충은 몸길이가 5~6㎜로, 사과 씨처럼 위아래가 납작하게 눌린 타원형이며 진한 갈색을 띠는 게 특징이다.
빈대는 실내 서식성 곤충이고, 20도 이상 온도에서 왕성하게 번식한다. 요즘처럼 난방기를 트는 따뜻한 실내 환경이 최적인 이유다.
빈대는 집 안에서 주로 침대·소파 등에 사는데, 섬유질·목재·종이로 된 틈새에 숨어 있기를 좋아하기에 침대 매트리스나 프레임, 소파, 책장, 이불, 침구류 등에 숨어 있을 확률이 높다.
10도 이하로 실내 온도가 낮아지더라도 성장·부화가 더딜 뿐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사람 피를 빨아먹지 않고도 70~150일 생존할 수 있다.
빈대는 어느 정도 개체군이 만들어지면 침대 주변에 살고 있다가 밤보다는 이른 새벽녘에 사람 피를 빨아먹고 다시 어두운 서식처에 숨어 들어간다. 그래서 ‘베드버그(bedbug)’라고 부른다.
빈대가 감염병을 옮기지는 않지만 물리면 시간이 지나면서 물린 부위가 빨갛게 붓고 가려움증이 생긴다.
가려운 곳을 긁다가 2차적으로 피부 감염을 일으킬 수 있고, 드물게 빈대에 물린 후 알레르기 반응으로 숨을 쉴 수 없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를 일으킬 수 있다. 빈대에 물린 증상은 최대 10일까지 나타날 수 있으며 드물게 고열을 동반하기도 한다.
빈대에 물렸다면 물과 비누로 씻고, 증상에 따른 치료법과 의약품 처방은 의사나 약사와 상의해야 한다. 최재은 노원을지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치료는 가려움을 완화하는 대증 치료로 국소 스테로이드제나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쓰며, 곧바로 병원에 갈 필요는 없고 대신 환경에 대한 전문적인 방역이 중요하다”고 했다.
가려움증이 너무 심하거나 피부 2차 감염을 막기 위해 코르티코스테로이드(corticosteroids)가 든 크림·경구용 항히스타민제·스테로이드 연고를 사용할 수 있다. 최재은 교수는 “빈대에 물린 후 염증이 생기면 항생제를 복용해야 한다”고 했다.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아
빈대는 살충제 저항성을 보유해 가정용 살충제에도 잘 죽지 않아 침대보·옷 등 빈대 서식이 확인된 세탁물은 70도 이상 뜨거운 물로 빨거나 건조기에서 뜨거운 바람을 2시간 이상 쬐면 박멸할 수 있다.
양영철 을지대 보건환경안전학과 교수는 “빈대 서식지 주변을 진공청소기와 스팀다리미 등으로 청소하고, 가정용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인 ‘디노테퓨란’ 성분 제품을 침대 프레임 틈새 등에 분사하면 된다”며 “디노테퓨란 성분 살충제는 약국에서 구하기 어렵고 온라인에서 0.5% 농도의 건 타입 스프레이 제품 등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했다.
빈대는 빛을 싫어하므로 불을 켜면 숨는다. 따라서 캄캄한 방에 조용히 들어가 손전등 등으로 불빛을 비추면 어두운 곳으로 숨으려는 빈대를 찾을 수 있다.
빈대를 발견하면 그곳을 중심으로 물리적 방제와 화학적 방제를 병행하는 게 효과적이다. 스팀 고열로 빈대 서식지에 분사하거나 진공청소기로 침대·매트리스·소파·가구 등 빈대에 오염된 곳을 청소하고 진공 흡입물은 봉투에 밀봉해 폐기해야 한다. 오염된 직물(의류, 커튼, 침대 커버 등)은 건조기를 이용해 소독하는 게 좋다.
여행 중 빈대에 노출 경험이 있으면 여행용품을 철저히 소독해야 한다. 밀봉해 장시간 보관하거나 직물류는 건조기에 처리해야 한다.
한편 환경부 국립환경과학원은 10일 기존 살충제에 저항성을 가진 빈대를 방제할 수 있도록 네오니코티노이드계 디노테퓨란으로 만든 살충제 8개 제품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
이는 빈대가 기존에 사용하던 피레스로이드계 살충제에 저항성을 형성했다는 점을 고려한 조처다. 앞서 질병관리청은 과학원에 추가 살충제 긴급 사용 승인을 요청한 바 있다. 긴급 사용 승인 기간은 1년이다.
네오니코티노이드계 살충제는 국내에서 모기·파리·바퀴벌레를 방제하기 위한 용도로 이미 사용되고 있다. 이번에 사용 승인된 제품은 모두 전문 방역업자가 사용하는 방제용이며 가정용이 아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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