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기사 써도, 결국 인간 개입 필요"
AP통신 '5대 AI활용 툴' 공개
기상정보 취합·메일 분류 등
언론사 AI툴 개발 세계적 흐름
생성형AI 활용은 내부 '불허'
자료출처 불명확·표절우려 커
미네소타 언론사 '브레이너드 디스패치'의 경찰 담당 기자들은 AI프로그램을 사용한다. 경찰 조서를 바탕으로 수집된 실종, 체포, 신고 등 사건기록을 AI가 항목별로 추출한 뒤 스토리 템플릿에 넣고 돌리면 초안이 자동으로 뜨는 식이다.
비슷한 유형의 사건 수십 개가 '하나의 통합된 글감'으로 정리되는 데 걸리는 시간은 버튼 클릭 후 몇 초뿐이다. 자연언어로 바꾸는 건 최종적으로 인간 몫이지만, 업무 부담을 AI가 획기적으로 줄여준다.
펜실베이니아 방송국 'WFMZ-TV' 소속 기자들 이메일함엔 'WORTHY'라는 카테고리가 따로 있다. AI가 '읽을 가치가 높은' 기사만 추출해 모아주는 메일함이다. AI가 일정을 선별해 내용을 수집한 뒤 기자 개인 CMS 캘린더에도 자동으로 띄워준다.
한국언론진흥재단(KPF)이 주최한 저널리즘 콘퍼런스 'AI와 언론의 혁신'이 지난 9일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발 디딜 틈 없이 국내외 언론인 200여 명이 집결해 'AI 시대의 언론의 미래'를 향한 큰 관심을 보여준 이날 행사에서 어니스트 쿵 AP통신 AI프로덕트 매니저는 "AP통신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AI의 가능성을 파악해왔다"고 말했다.
AP통신이 '지역 뉴스 AI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시작한 건 2년 전인 2021년 8월이었다.
전 세계 지역 언론사가 요청한 AI프로젝트 43건이 모였고 그중 5건이 진행됐다. 푸에르토리코 신문사 엘 보세로(El Vocero)와는 AI를 통해 허리케인 정보를 스페인어로 실시간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미시간 라디오 WUOM-FM과는 미시간 의회 회의록을 AI로 자동 속기한 뒤 필요에 따라 알람을 울리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브레이너드 디스패치의 사건기록부 AI 추출 템플릿, WFMZ-TV의 이메일 AI 선별 시스템도 그중 일부다.
쿵 매니저는 "푸에르토리코 기상정보 시스템의 경우 생명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더 정확해야 한다. 기사 템플릿이 채워지면 초안 작성부터 경보까지 걸리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다"며 "현재까지 AI 때문에 일자리를 잃은 AP통신 기자는 아무도 없다. AP통신의 현재 관심사는 콘텐츠의 요약과 압축이다. 통신사 특성상 더 짧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AI를 통해 기자들의 업무량을 줄여주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의 전면 도입은 AP통신 내에서 불허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수많은 실험으로 'AI 기술을 통해 가능한 것'을 파악하는 과정이지, AP통신 기자들은 생성형 AI를 사용하지 않는다"며 "만약 기자들이 '표절'이 의심된다고 신고가 들어오면 조사가 시작되는데, 생성형 AI 사용의 경우도 이 절차를 따르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언론사들이 서로를 '경쟁자'로만 보는 시각을 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쿵 매니저는 "오래전 언론사들에 경쟁사와의 과학기술 공유 의향을 물었는데 한 곳도 동의하지 않았다(웃음). 그러나 AI 등장 후엔 상호 협력 사례가 늘고 있다"며 "한 언론사가 AI 툴을 혼자 만들긴 어렵다. 따라서 재정적 지원을 끌어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선 단합밖에 없다. 결국엔 다른 조직과 공유해야만 할 자산이란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찰리 베킷 런던정치경제대(LSE)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교수는 이날 구글 뉴스 이니셔티브와의 공동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46개국 105개 언론사에 물어본 결과 언론사의 85%가 "생성형 AI와의 협업을 고민했다"고 답했다. "생성형 AI가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답한 비율은 73%였다.
베킷 교수는 "AI는 알고리즘 편향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트레이닝됐는지 우리가 알 수 없다는 점, 투명성과 책임성과 정확성 등 언론인이 지켜야 할 가치를 AI가 준수할 것이냐의 문제, 언론이란 공간이 허위 정보로 가득해질 가능성 등이 AI를 둘러싼 우려"라면서 "결국 언론은 '인간의 개입'이 필요하며 인간의 통제를 받게 될 것이다. '편집적 역량'은 기계가 아닌 인간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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