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무기박람회장서 바이올린 켠 활동가 ‘업무방해’ 무죄···“전쟁 시작되는 곳서 직접 행동”
무기 거래에 반대하며 무기박람회에서 반전시위를 해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평화활동가들에게 무죄가 선고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8단독 재판부는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전쟁없는세상’ 소속 활동가 등 8명에게 지난 8일 무죄를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대한민국 방위산업전(DX KOREA)에 전시된 K808 장갑차와 K2 전차 위로 올라가 바이올린과 기타로 가요 ‘바위처럼’과 아일랜드 춤곡을 연주했다. 이어 ‘방위산업체의 이윤 = 누군가의 죽음’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펼쳐 들고 ‘전쟁 장사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시위 퍼포먼스는 약 6분 동안 이루어졌으며, 이들은 연주를 마친 뒤 자진해서 장갑차 등에서 내려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행사 관계자나 관람객들에게 위협적인 언동을 하거나 물리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면서 “피고인들이 공모해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족하는 위력을 행사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비폭력 반전 행동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과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전시 업무방해 혐의로 활동가 등 8명을 약식기소했고, 법원은 지난 6월 이들에게 벌금 1700만원을 부과하는 약식명령을 내렸다. 활동가들은 이에 불복해 정식 재판을 청구했고 이번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활동가들은 예술 퍼포먼스로 구성된 비폭력 반전시위를 수사기관과 사법부에서 업무방해 혐의로 다루는 데 대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고 했다. 여지우 전쟁없는세상 활동가는 “지난달 진행했던 무기거래 저항행동 때는 아무래도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며 “이번 무죄 판결이 활동가들이 직접 행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여지를 열어줬다”고 했다.
이들은 무기박람회가 ‘전쟁이 시작되는 곳’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여 활동가는 “무기가 없으면 전쟁이 일어날 수 없고, 무기 거래가 활발히 일어날수록 전쟁이 활발해지기 때문에 무기가 거래되는 무기박람회는 전쟁이 시작되는 곳”이라며 “이 점을 알리기 위해 직접 행동을 벌였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벌어지고 있는 가자지구 지상전을 거론하며 무기 거래를 규탄하는 움직임이 계속돼야 한다고 했다. 여 활동가는 “한국도 이스라엘에 무기를 수출하고 있으며 2014년 이후로 수출량이 늘어났다”며 “앞으로 또 다른 전쟁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무기 거래 반대 행동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난달 가자지구 공습 중 국내에서 열린 최대 규모의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 ‘서울 아덱스’ 개최기간에도 반전시위가 열린 바 있다. 당시 전쟁없는세상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무기장사와 민간인을 향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군사적 행동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무기 거래 반대 시위를 열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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