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경쟁자는 비티냐?..."이강인 중앙에 유용해! 볼 소유 두려움 없고, 탈압박 자질 있어" 극찬
[인터풋볼] 신인섭 기자= 이강인의 다재다능함은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에서도 유용하게 작용하고 있다.
파리 생제르맹(PSG)은 지난 8일 오전 5시(이하 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 위치한 산시로에서 열린 2023-24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F조 조별리그 4차전에서 AC밀란에 1-2로 패했다. 이로써 PSG는 2승 2패(승점 6)로 조 2위에, 밀란은 1승 2무 1패(승점 5)로 조 3위로 올라섰다.
PSG는 4-3-3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킬리안 음바페, 랑달 콜로-무아니, 우스만 뎀벨레, 비티냐, 마누엘 우가르테, 워렌 자이르-에메리, 뤼카 에르난데스, 밀란 슈크리니아르, 마르퀴뇨스, 아슈라프 하키미, 잔루이지 돈나룸마가 선발 출격했다.
밀란은 4-2-3-1 포메이션을 준비했다. 올리비에 지루, 하파엘 레앙, 루벤 로프터스-치크, 크리스티안 풀리시치, 유누스 무사, 티자니 레인더르스, 테오 에르난데스, 말릭 티아우, 피카요 토모리, 다비데 칼라브리아, 마이크 메냥이 출격했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시작했다. 이미 밀란전을 앞두고 현지 매체에서 부상 가능성을 제기했다. 경기를 앞두고 '르 파리지앵'은 "이강인은 산 시로에서 팀 훈련 전체를 다 소화하지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레퀴프'도 마찬가지였다. "이강인은 벤치에서 시작할 것이다. 팀 훈련을 다 소화하지 못했다"면서 좋지 못한 소식을 전했다.
큰 부상은 아니었다. 이강인은 교체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후반 투입을 준비했다. 밀란에 역전을 허용하면서 곧바로 투입을 준비했고, 후반 15분 그라운드를 밟았다. 이강인은 비티냐가 뛰던 3미들 중 좌측 미드필더 임무를 맡았다.
이강인의 투입 이후 PSG의 공격이 생기를 띄웠다. 경기 내내 고립됐던 음바페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이강인이 좌측 공격에 가담하면서 음바페가 상대 압박으로부터 자유로워졌다. 음바페는 측면과 중앙을 오가며 공격을 시도했다. 이강인 역시 좌측에 한정돼 플레이를 펼치지 않고, 중앙을 오가며 패스를 뿌려줬다. 이강인 투입 이후 PSG의 방향 전환 속도도 빨라졌다.
한차례 아쉬움을 삼켰다. 후반 44분 이강인이 페널티 박스 안에서 환상적인 페인팅 이후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대에 맞고 벗어났다. 이강인은 정규시간 30분과 추가시간 7분까지 약 37분간 그라운드를 누볐지만 팀의 패배를 막지는 못했다.
이날 교체 출전한 5명 가운데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 이강인은 볼 터치 36회, 패스 성공률 96%(25개 성공/26개 시도), 크로스 5회, 롱패스 1회, 골대 1회, 드리블 시도 1회(1회 성공), 그라운드 경합 3회(2회 성공), 공중볼 경합 1회(1회 성공), 태클 1회 등을 기록했다. 이강인이 골대를 맞춘 슈팅은 xG(기대득점값)값이 약 0.06이었을 정도로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축구통계매체 '소파 스코어' 기준 이강인은 평점 7.2점을 받았다. 함께 교체로 나섰던 루이스(6.8), 하무스(6.9), 무키엘레(6.6), 바르콜라(6.4)에 비해 높은 평가였다.
PSG는 아쉽게 패했다. 먼저 웃은 팀은 PSG다. PSG는 전반 9분 슈크리니아르의 헤더 득점으로 선제골을 터트렸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였다. 밀란이 곧바로 스코어에 균형을 맞췄다. 전반 12분 레앙이 역습을 전개했고, 지루가 공을 잡아 슈팅을 날렸다. 세컨드 볼을 레앙이 오버헤드킥으로 마무리하며 골망을 흔들었다.
밀란이 후반 초반 경기를 뒤집었다. 후반 6분 레앙과 하키미가 문전에서 경합하는 과정에서 뒤엉켜 넘어졌다. 문전 혼전 속 공을 잡아낸 테오가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지루가 헤더로 찍어누르며 역전골을 터트렸다. PSG는 동점골을 넣기 위해 분투했지만 1-2로 무릎을 꿇었다.
PSG가 밀란에 패하며 혼돈 속으로 빠지게 됐다. 같은날 오전 2시 45분에 열린 도르트문트와 뉴캐슬의 맞대결에서 도르트문트가 2-0으로 승리하면서 승점 7점을 쌓게 됐다. PSG는 이날 경기 패하면서 승점 6점으로 조 2위에 머물게 됐다.
밀란이 기사회생했다. 지난 3경기에서 승리가 없었던 밀란은 이날 경기 승점 3점을 확보하면서 승점 5점으로 조 3위로 올라서게 됐다. 반면 뉴캐슬은 매치데이2에서 PSG에 4-1 대승을 거두고도 1승 1무 2패(승점 4)로 조 최하위로 추락했다.
1위 도르트문트부터 4위 뉴캐슬까지 마지막 6차전까지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남은 두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PSG는 오는 29일 뉴캐슬과의 홈, 내달 14일 도르트문트 원정 경기를 앞두게 됐다. 남은 두 경기에 사활을 걸어야 16강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교체 출전까지 포함해 이강인은 지금까지 PSG 이적 이후 총 8경기에 출전하게 됐다. 그중 리그 5경기는 모두 선발 출전했고, 유럽축구연맹(UEFA) UCL 3경기는 교체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지난 8경기를 돌아보면 이강인은 크게 두 포지션에 기용됐다. 주로 우측 윙포워드 혹은 3명의 미드필더 가운데 좌측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시즌 초반엔 엔리케 감독도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듯 보였다. 시즌 초반 엔리케 감독은 이강인을 주로 좌우 측면 윙포워드에 배치했다. 어색한 자리는 아니다. 이강인은 지난 시즌 마요르카에서부터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체제에서 좌우 윙포워드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역할은 다르다. 이강인은 마요르카에서 주로 좌측 윙포워드로 경기에 나서 측면과 좌측면을 주로 오갔다. 마요르카의 전술은 간단하게 설명하면 역습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이강인에게 볼이 배급되면 이강인이 좌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문전에서 베다트 무리키가 마무리하는 형식이었다.
하지만 PSG에서 이강인이 맡은 역할은 달랐다. 우선 PSG에는 베다트 무리키와 같은 타겟형 스트라이커가 없기 때문이다. 이강인은 주로 좌우 측면에 배치된 윙백과 패스를 주고받거나 측면에서 중앙으로 찔러주는 패스가 대부분이었다.
이강인의 장점을 살리기 어려운 전술이다. 이강인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측면에서 상대를 흔든 뒤 날카로운 킥을 통한 크로스를 올리거나, 중원에서 경기를 풀어나가며 공격수들에게 찔러 주는 패스가 일품인 선수다.
이강인의 장점을 점점 발휘하게 된 경기는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다녀온 뒤 부터다. 아시안게임 이후 복귀했던 9라운드 스트라스부르전에선 우측 윙포워드 역할을 맡았다. 이강인은 우측에 배치될 땐 측면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면서 플레이를 펼쳤다. 시즌 초반과 달라진 점은 음바페의 존재감이었다. 이강인은 측면에서 음바페를 향해 킬러 패스를 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겼고, 그러다보니 직접 슈팅으로 마무리할 수 있는 공간까지 만들어졌다.
데뷔골을 터트렸던 밀란과의 1차전에서는 교체로 투입돼 뎀벨레가 뛰던 우측 윙포워드 역할을 맡았다. 득점 장면을 살펴보면 패스앤무브가 돋보였다. 후반 44분 우측면에서 워렌 자이르-에메리가 깔끔한 컷백을 내줬고 이를 페널티 박스 부근에서 이강인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PSG 데뷔골이자, UEFA 챔피언스리그(UCL) 데뷔골을 작렬했다. 팀 동료들은 이강인의 득점을 축하해줬고, 이강인도 밝은 미소로 화답했다.
첫 도움을 기록했던 스타드 브레스투아 29와의 2023-24시즌 프랑스 리그앙 10라운드에서는 우측 윙포워드로 나섰다. 물론 당시 히트맵을 보면 이강인은 경기장 이곳저곳을 누비며 중앙 미드필더와 비슷하게 플레이를 펼쳤다. 이강인은 역습 상황에서 음바페를 향한 환상적인 아웃 프런트 패스를 찔러 넣으며 시즌 첫 도움을 기록했다.
리그 데뷔골을 터트렸던 몽펠리에전에선 또 다른 역할을 수행했다. 이강인은 좌측 미드필더로 나서 주로 좌측에서 플레이를 펼쳤다. 당시 이강인은 전반 10분 만에 하키미의 패스를 받아 환상적인 왼발 슈팅으로 마무리하며 선제골이자 자신의 리그 데뷔골을 신고했다.
아직까지 엔리케 감독도 이강인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모양새다. 물론 이강인의 장점은 확실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엔리케 감독은 몽펠리에전 경기 종료 직후 "이강인은 스페인에서 오래 뛰었다. 보셨겠지만, 그는 훌륭하다. 발렌시아와 마요르카 시절부터 그를 알았다. PSG로 데려온 사람은 루이스 캄포스 단장이다. 그에게 축하를 전하고 싶다. 왜냐하면 이강인은 클럽에 있어 훌륭한 영입이었기 때문이다"라며 흡족하게 말했다.
이어 "이강인은 모든 팬들이 좋아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는 젊고 수비와 공격에 있어 너무나 많은 자질과 욕구, 신체적 헌신을 가지고 있다. 그는 압박을 받을 때에도 공을 잃지 않는다. 오늘밤 우리가 본 것처럼 골을 넣기도 한다. 그리고 그는 배고프다. 배고픔은 선수로서 발전하는 데 정말 중요한 요소이고, 그는 우리 스쿼드에서 그러한 특성을 지닌 좋은 선수다"라고 덧붙였다.
PSG 선배들은 중앙에 이강인이 뛰길 바랐다. 프랑스 'Le10스포츠'는 "비티냐가 선발 11명 중 한 명으로 꼽혔다. 이에 따라 이강인의 첫 UCL 선발 출전이 불발됐다. 로텡의 관점에서 이강인의 부재는 엔리케 감독의 팀에 좋아 보이지 않았다"며 그의 발언을 전했다.
로텡은 "이강인은 이러한 스타일의 경기에서 비티냐를 대신해야 한다. 그가 더 강하다. 경합이 많은 밀란전도 그렇고, 도르트문트 원정 경기도 그렇다. 우리는 공을 소유하고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라면서 "(부상에서) 돌아온 이강인은 다시 한번 굳건한 모습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로텡외에도 과거 PSG에서 뛰었던 디디에 도미는 'So foot'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마누엘 우가르테, 워렌 자이르-에메리, 비티냐의 트리오는 꽤 잘 운영됐다. 하지만 밀란의 로프터스-치크에게 먹혔다. 비티냐는 돌파에 매우 강하다. 그들은 매우 좋은 미래를 가질 것이지만, 한계를 순간적으로 보았다"고 밀란전을 평가했다.
그러면서 "상대의 압박에 저항할 줄 아는 것이 전진하는 한 축이다. 파리는 미드필더를 지배하고, 공을 빼앗기 위해 만들어진 팀이다. 하지만 압박을 받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 부족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 이미 이강인은 공을 잡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뒤에 누군가가 있어도 뒤돌아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아주 실력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계속해서 "이강인은 압박에 저항하고, 방향을 바꾸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는 열번에 한 번이 아니라 이것을 자주 한다. 그것이 그의 퀄리티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중앙에 유용할 수 있다. 나는 하키미를 좀더 중앙에 놓고, 뎀벨레가 상대 블록을 방해하기 위해 라인을 부수는 것을 보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Copyright © 인터풋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