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양대 사법 수장 동시 공백사태, 조기 해소돼야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퇴임식 (서울=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법재판관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있다. 2023.11.10 dwise@yna.co.kr

(서울=연합뉴스) 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이 10일 후임자가 없는 상태에서 퇴임했다. 2017년 11월 헌법재판관이 된 후 이듬해 9월 헌재 소장으로 취임한 유 소장은 이날 퇴임식에서 "헌법 질서의 대전제인 기본적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라는 가치를 단단한 기둥으로 해 급변하는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에 적극적이면서도 유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유 소장의 퇴임으로 양대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와 대법원의 수장이 동시에 공석이 되는 상황을 맞았다. 그간 양대 사법기관 수장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제기돼 왔는데 결국 현실로 나타나게 된 것이다. 헌재 소장이 후임자 없이 퇴임한 전례가 없지 않다. 헌재는 2006년 퇴임한 윤영철 3대 소장부터 2018년 퇴임한 이진성 6대 소장까지 후임자가 제때 취임한 적이 없다고 한다. 2007년 박한철 소장이 퇴임하고 이진성 소장이 취임할 때까지는 296일간의 공백이 생기기도 했다. 경위는 차치하고라도 최고 사법기관의 수장이 공석이 되는 사태는 바람직하지 않다.

윤석열 대통령은 유 소장의 후임으로 이종석 헌법재판관을 지난달 18일 지명했다. 이종석 헌재소장 후보자에 대해선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 임명동의안이 회부됐고 이달 13일 청문회가 예정돼 있다. 그러나 국회의 임명동의 절차가 여야 간 극한 대치 국면에 휘말려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국회가 청문보고서 채택이나 표결이 미뤄져 공백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 헌재는 통상 한 달에 한 번 위헌 심판 등과 관련한 결정을 선고하는 데 헌재의 판단을 기다려야 하는 주요 사건들이 줄줄이 대기 상태에 놓여 있다. 이런 상황에서 헌재소장의 공석 등에 비춰 이달에는 결정 선고 일정이 미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헌재는 법령의 합헌성을 심판하기 위한 헌법기관으로 위헌법률 심사, 헌법소원 심판, 권한쟁의 심판 등을 맡고 있다. 헌법 질서나 국민의 기본권 수호와 직결돼 있다. 최고 사법기관이 수장의 공석으로 제대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국민의 권리 구제도 지연될 수밖에 없다.

대법원도 수장 공백 상황에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은 지난 9월 24일 퇴임했고, 지난달 6일 대법원장 후보자였던 이균용 서울고법 부장판사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됐다. 대법원은 현재 대법원장 없이 47일째 권한대행 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지난 8일 조희대 전 대법관을 새로 지명한 상태다. 사법기관 수장 후보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 절차가 우선돼야 할 것이지만 최고 사법기관 수장에 대한 동의 절차가 여야 간 정쟁으로 길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와선 안 될 일이다. 헌재와 대법원은 사회 갈등과 분쟁을 사법적으로 해결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최고 사법기관에 공석이 발생하는 건 그 자체가 중대한 하자라고 할 수 있다. 공백 사태는 더 이상 재발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 양대 사법기관의 수장에 대한 신속하고도 투명한 임명 절차가 절실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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