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쏘기 직전 심박수까지 체크 기계처럼 차가운 킬러의 세계
"계획대로 한다. 아무도 믿지 마라. 공감은 금물. 예측하되 즉흥적인 행동은 하지 않는다."
틈날 때마다 복무 신조(?)를 되뇌고, 스마트워치로 심박수를 체크하며 철저히 살인을 준비하는 킬러(마이클 패스벤더)가 순간의 실수로 임무를 망친다. 실패한 킬러는 응분의 대가를 받는 법. 고용주는 청부 흔적을 지우기 위해 보복을 단행하고, 킬러는 생애 첫 실패에 혼란스러워하면서도 무자비한 재복수에 나선다.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 '소셜 네트워크'(2010), '나를 찾아줘'(2014) 등으로 연출력을 증명한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12번째 장편 '더 킬러'가 10일 넷플릭스로 공개(극장은 지난달 25일 개봉)됐다. 주인공인 킬러 역은 '엑스맨' 시리즈와 '스티브 잡스'에서 열연한 배우 마이클 패스벤더가 맡았고 알리스 하워드, 찰스 파넬, 틸다 스윈턴 등이 출연했다.
영화는 잘 만든 장르영화의 정석을 보여준다. 늘 주변을 확인하고, 알람 시간에 맞춰 생활하는 주인공을 보며 관객은 철두철미한 킬러의 삶을 체험하고, 화면이 저격소총 조준경을 비추며 타깃을 쫓는 킬러의 시선을 보여줄 때는 함께 숨을 죽인다. 독백과 표정으로 118분을 묵직하게 이끄는 패스벤더의 연기 역시 감탄을 자아낸다.
패스벤더가 연기하는 킬러는 유능하지만 압도적으로 강한 '먼치킨' 캐릭터는 아니다. 실패한 첫 임무 이후에도 여러 싸움에서 빈틈을 보이고 종종 두들겨 맞으며 위기를 겪는다. 키아누 리브스의 '존 윅' 시리즈, 루퍼트 프렌드의 '히트맨: 에이전트 47', 맷 데이먼의 '본' 시리즈 주인공과는 다른 인물이다.
평범한 킬러 영화일지라도 핀처 감독이 연출한 액션은 손에 땀을 쥐게 할 만큼 뛰어나다. 여느 킬러 영화들처럼 총기, 주먹, 주변 집기들이 모두 액션에 활용되고 주인공이 죽어버리지 않을까 걱정될 만큼 생생하다. 차별점은 살인을 준비하고, 사체를 처리하고, 현장을 뜨는 주인공 행동이 기계처럼 효율적으로 보인다는 것. 사건의 국면마다 주인공이 여권과 이름, 자동차 번호판을 바꾸며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장면들 또한 경쾌하게 연출됐다.
주인공이 다른 킬러(틸다 스윈턴)와 식당에 마주 앉아 대화하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다. 서로의 목적을 아는 두 사람은 진심과 가식이 혼재한 대화를 나누고, 거친 액션 장면들 사이 끼워넣어진 차분한 시간이지만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서 주인공이 내뱉는 독백은 세상에 대한 그의 냉철하고도 확고한 철학을 드러내며 인물의 성격을 초지일관하게 완성한다. 잘 만든 장르영화는 물론 관객이 기대한 것을 충족시킨다. 완성도가 뛰어나다면 그 이상을 느끼게 할 수 있다. 뛰어나게 연출된 킬러 영화를 보고 싶은 관객에게 추천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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