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교육청, 전광판사업 ‘특정업체 몰아주기’ 의혹…커지는 파장
교육단체 “비리 제보 늘어, 전남교육청 ‘부패 징후’ 더 이상 묵과 못해”
전남교육청 “조달청 거쳐…특정 업체에 특혜 의혹은 사실무근” 해명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전남도교육청이 일선 학교 전광판 설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특정 업체에 일감 몰아주기를 했다는 의혹을 둘러싼 파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전남도의회의 의혹 제기에 이어 지역 교육단체가 강경한 태도로 전남교육청 압박에 나서면서다. 교육단체들은 날짜를 못박아 책임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정해진 기한 내 답변이 없으면 검찰 고발 및 감사원 감사 청구 등을 불사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특히 이들 단체가 부패와 비리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하면서 전광판 사업 의혹이 전남교육청에 대한 전방위적인 부패 청산의 방아쇠가 될지 주목된다.
"전광판 설치사업 70건 중 59건 특정업체 독식"
문제의 전광판 사업 특혜 의혹은 지난 2일 전남도교육청에서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불거졌다. 이날 박형대 전남도의원(진보당, 장흥1)은 김여선 전남교육청 정책국장을 상대로 한 '학교 전광판 사업' 관련 질의에서 "전남교육청 주도 아래 불필요한 사업을 일으켜 특정 업체에 일감을 만들어줬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에 따르면 올해 전남교육청 교육여건 개선비로 기상전광판을 설치한 도내 학교는 10곳으로 모두 A업체가 맡았다. 사업비 성격을 불문하면 전남교육청이 올해 전광판 설치에 투입한 예산은 최소 24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22억원 상당의 전광판 설치사업을 A업체가 낙찰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올해 집행된 사업 건수는 70여 건이며, 이 가운데 A업체가 맡은 사례는 확인된 것만 59건에 이른다.
박 의원은 "기상전광판을 설치한 10개 학교는 모두 A업체가 사업을 집행했고, 전남교육청이 나라장터에서 전광판 사업을 계약할 때도 사업비의 85%를 A업체가 독식한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주장했다.
전광판 설치 사업의 방만한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일부 학교의 경우 이미 '알림전광판'이 설치돼 있었지만 추가로 기상전광판을 설치하면서 하나의 건물에 2개의 전광판이 설치된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건물에 전광판 2개 설치…'일감 만들어주기'"
박 의원은 "도내 일부 학교의 경우 '알림전광판'이 있는데도 추가로 기상전광판이 설치되고 있고, 한 건물에 (결과적으로) 두 개의 전광판이 설치된 곳도 있다"며 "휴대전화를 통해 미세먼지 정보, 날씨 정보를 학생들이 손쉽게 볼 수 있는데 큰돈을 쏟아붓는 이유가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비춰볼 때 '일감 몰아주기'를 넘어 불필요한 사업을 일으켜 특정 업체에 '일감 만들어주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게 박 의원의 시각이다. 하지만 박 의원의 해당 의혹 제기에 전남교육청은 적극 반박하거나 제대로 해명하지 못하고 "문제점을 해소하는데 노력하겠다"고만 답변해 의혹을 키웠다.
지역 교육단체들은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전교조 전남지부 등 5개 지역 교육단체는 9일 전남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대중 전남교육감 취임 이래 전광판 설치 사업을 비롯한 특정업체 일감 만들어 주기용 교육사업이 계속되고 있다"며 교육감 사과를 촉구했다.
단체들은 "지난 2일 행정사무감사에서 전남교육청 전광판사업이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박형대 도의원은 기상전광판을 설치한 10개 학교 모두 A업체가 사업을 집행했고, 관련 사업비 24억원 가운데 22억원을 낙찰 받았다고 의혹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또 "최근 3년 동안 전남교육 현장에서 자주 구매한 특정 관급자재 계약 건수는 137건 37억원이며 이 중 27억을 특정 업체가 계약했다"며 "이 같은 문제는 도의회에서 지난 4월에도 지적됐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남도의원들의 잇단 의혹 제기를 염두에 둔 것이다
지난 4월 전경선 전남도의원은 전남교육청의 관급자재 계약이 특정업체에 편중된 의혹을 제기했다. 지난 9월 김호진 도의원은 도정질문을 통해 일선 교육현장에서 검증되지 않는 기자재 구매가 부지기수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단체들은 이어 "김대중 교육감 취임 이후 업체 관계자들이 학교에 자주 들락거리며 물품 구매 종용을 한다는 교직원의 민원과 공모사업 관련한 의혹 제보가 부쩍 늘고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목포의 B초등학교에서는 2500여만원 상당의 스마트 기기의 구매를 유도했고, C초등학교에서는 교내 물품선정위원회에서 구매를 반대했음에도 관리자가 돌봄교실에 동일 제품 설치를 무리하게 추진했다는 의혹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교육단체, 교육감 사과‧재발방지 대책 마련 촉구
단체들은 "김대중 교육감은 후보 시절 물품계약의 투명성을 높이고 공정한 행정을 통해 청렴도를 높여가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며 "그러나 '관급자재 계약의 특정 업체 편중 의혹'과 '학교 전광판 90% 특정 업체 독식 의혹'을 포함해 다양한 부패의 징후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공동으로 대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단체들은 "전남교육청은 도민들이 참여하는 재발방지 대책 마련 TF를 구성하고, 도의회는 현안에 대한 사실 규명과 제도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도교육청은 오는 21일까지 책임있는 답변이 없을 경우 검찰 고발 및 감사원 감사 청구 등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또 예산 사용과 물품구매와 관련한 파행사례를 수집하고 부패와 비리를 고발할 수 있는 신고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전남교육청은 전광판 설치사업을 둘러싼 특정업체 몰아주기 지적에 대해 '사실 무근이다'는 입장이다.
전남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박형대 도의원이 지적한 전광판 입찰은 전남지역경제를 감한 학교별 소규모 사업비라는 점을 들어 대상을 전남 도내로 제한했다"며 "다만, 입찰 공모과정에서 조달청 나라장터에 나타난 등록업체가 단일 업체이란 사실로 마치 특혜 업체에게 몰아주기식 계약이라는 지적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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