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마주 앉는 바이든-시진핑…4가지 예상 의제는

강민경 기자 2023. 11. 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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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 의제는 대만·펜타닐·중동·기후변화…"돌파구는 기대하지 마라"
"예스맨에 둘러싸인 시진핑, 바이든 직언 필요할 수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어떠한 돌파구도 기대하지 마라"

미국외교협회(CFR)의 이안 존슨 중국 문제 선임연구원은 오는 15일로 예상되는 미중 정상회담과 관련해 이같이 전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오는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마주앉을 것으로 보인다. 두 정상이 직접 만나는 건 지난해 태국에서 열린 회담 이후 약 1년 만이다.

존슨 연구원은 8일자 CFR 보고서에서 "두 정상의 드문 대면 회담은 군사 및 무역 관계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들을 보다 견고한 기반에 올려놓을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면서도 "어떠한 돌파구도 기대하지 말라"고 제언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우)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대면 정상회담을 위해 만났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래 시 주석과 5차례 전화통화나 화상회담을 했지만 정상으로서 직접 만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예상 의제 4가지: 대만·펜타닐·중동·기후변화

두 정상의 회담 테이블에 올라갈 주요 의제로 존슨 연구원은 △대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펜타닐 △기후변화 등 4가지를 지목했다.

존슨 연구원은 "이번 정상회담의 가장 중요한 문제는 대만일 수밖에 없다"면서 대만이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있는 점을 언급했다.

그는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다가오는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미국이 선호할 만한 후보가 없다고 발언하길 바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으로서는 친중 성향이 강한 야권 후보의 승리를 바랄 수밖에 없는데, 시 주석이 바이든 대통령과의 회담을 계기로 대만 독립 성향인 집권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에게 힘이 실리는 것을 견제하려 한다는 얘기다.

아울러 시 주석은 바이든 대통령이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되풀이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길 바랄 것이라고 존슨 연구원은 내다봤다.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또한 의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중국이 대이란 영향력을 활용해 확전 방지에 역할을 하길 기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4일 (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 누사두아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중 시진핑 중국 주석과 회담을 가진 뒤 기자회견서 “시 주석에게 북한이 장거리 핵실험을 하면 안 된다고 촉구할 의무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히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하지만 존슨 연구원은 "중국은 무역 동맹국들의 분노를 자극하지 않기 위해 이 전쟁에서 어느 한쪽을 지지하는 강경한 입장을 취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 주제는 열외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또다른 주제는 펜타닐이다. 마약성 진통제인 펜타닐은 현재 미국 성인의 사망 원인 중 1위다. 지난해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한 미국인만 11만명에 달하며 이들 가운데 3분의 2가 합성 마약 복용자였다.

미국 정부는 중국이 펜타닐 유사 물질을 합성해 서구로 수출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합성마약의 원료인 전구체 물질은 대부분 중국에서 공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존슨 연구원은 "미국은 젊은이들의 주요 사망 원인이 된 펜타닐을 만드는 데 쓰이는 화학물질의 유입을 막겠다는 약속을 원할 것"이라며 "이는 바이든 대통령의 외교 정책이 엘리트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두 정상은 양국 협력을 꾀할 수 있는 기후변화 문제도 논의할 전망이다. 중국과 미국이 세계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인 만큼 이들이 공동 성명에 기후변화 대응 관련 내용이 포함된다면 중대한 변화가 될 수 있다고 존슨 연구원은 전망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4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대면 정상회담을 위해 회담장에 입장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커다란 돌파구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회담은 양국 최고 지도자들이 소통의 창구를 열어뒀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다는 게 존슨 연구원의 견해다.

그는 "간단히 말해서 커다란 돌파구를 기대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에 발리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당시에도 양국 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서로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 정도를 논의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시진핑 주석이 회담에 나선 배경에는 중국 내부 상황도 있을 수 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중국은 경제 침체 위기 속에 높은 청년 실업률과 물가 상승 등의 문제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런 우려 속에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존슨 연구원은 이런 시위들이 짧게 끝난 데다 널리 퍼지지도 않았지만 대중의 불안감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했다.

시 주석이 전임자들의 개혁·개방 정책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인식도 중국 내부에 확산하고 있으며, 이런 가운데 시 주석은 이번 회담을 미국과의 관계를 관리하고 경제 관계를 재개하려 한다는 것을 보여줄 무대로 삼을 수 있다고 존슨 연구원은 분석했다.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번 회담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존슨 연구원은 "외교 정책 전문가를 자처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철수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시험대에 올랐지만, 최소한 중국과 새로운 갈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존슨 연구원은 시 주석이 3연임에 성공한 뒤 '예스맨'에 둘러싸여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런 맥락에서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미국인의 인식이 왜 그리 부정적인지, 이것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이 무엇인지 직접적으로 말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를테면 최근 남중국해 상공에서 중국의 J-11 전투기가 미국 폭격기 B-52에 3m 근접 비행을 하는 등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진 것에 대해 시 주석이 직접적으로 알고 있는지 확실하지 않다고 그는 지적했다. 존슨 연구원은 "시 주석에게 이런 상황들이 위험하고 잠재적으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직접적으로 알려주는 것은 유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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