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2년만에 부회장 승진…HD현대 '3세 경영' 전면에(종합)
"새로운 50년 위한 그룹 미래사업 개척·조직문화 혁신"
(서울=뉴스1) 배지윤 기자 = 정기선 HD현대(267250) 대표이사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사장 승진 2년 만으로 HD현대그룹 '3세 경영'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HD현대그룹은 정 부회장을 승진을 포함한 사장단 인사를 10일 단행했다. 정 부회장의 승진은 지난 2021년 10월 대표이사 사장 자리에 오른 이후 약 2년 1개월 만이다.
1982년생인 정 부회장은 대일외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9년 현대중공업 대리로 입사했다가 미국 유학 후 보스턴컨설팅그룹(BCG)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2013년 현대중공업 경영기획팀 부장으로 복귀해 그룹의 주요 업무를 두루 맡아왔다.
정 부회장의 조부인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물러난 뒤 현대중공업그룹을 이끈 부친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정치권에 몸담으면서 회사를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해 온 만큼 정 부회장의 경영 참여는 오너 일가가 약 30년 만에 다시 책임경영을 맡게 됐다는 의미를 갖는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21년 권오갑 대표이사 회장과 함께 HD현대 대표이사를 맡으면서 경영 전면에 등장했다. 이후 그룹 경영에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2월 지주사 공식명칭을 현대중공업그룹에서 '중공업'을 뗀 새 사명 HD현대를 적용한 것도 그런 작업의 하나다. 제조업의 딱딱한 이미지를 탈피하고 계열사 사명에 핵심 가치를 담아 젊은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의도다.
사업 확장 및 미래 전략 확보에도 힘을 쏟고 있다. 정 부회장이 2021년 그룹의 수소 사업 비전인 '수소 드림 2030'을 통해 수소의 생산부터 운송·저장·활용까지 HD현대 전 계열사의 역량을 결집한 수소밸류체인 구축에 나선 것도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한 밑그림 작업인 셈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업 테라파워에 대한 투자계약과 세계 최고 빅데이터 기업인 미국 팔란티어와의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새로운 사업 영역 확대에도 성공했다. 또 아람코와의 전략적 협력관계를 기반으로 수소 및 암모니아 관련 MOU를 체결도 진두지휘했다.
이 외에도 정 부회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가전쇼 CES 2023에서 바다에 대한 관점과 활용 방식의 근본적 변화를 기반으로 하는 '오션 트랜스포메이션'을 그룹의 미래전략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내년 초 열리는 CES 2024에는 기조연설자로 나서며 월마트·나스닥·지멘스 등 글로벌 CEO(최고경영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그는 로봇·디지털 전환·친환경 선박·수소 등 첨단 미래 기술에 대해 소개할 예정이다.
HD현대 관계자는 "정 부회장은 급변하는 세계 경제의 흐름 속에서 기존 사업의 지속 성장은 물론 새로운 50년을 위한 그룹의 미래사업 개척과 조직문화 혁신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HD현대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정 부회장 승진 인사뿐 아니라 현장 전문가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HD현대인프라코어의 공동 대표로서 조직 안정화 및 시너지 창출에 기여한 오승현 신임 사장은 건설기계 분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술력 향상 및 회사 성장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룹 내 원가회계 전문가로 통하는 강영 HD현대중공업 사장은 현재 기업결합이 진행중인 STX중공업 인수추진 TF를 맡을 예정이다.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부사장, 김완수 HD현대로보틱스 부사장, 고영규 HD현대케미칼 부사장은 각각 새 대표이사로 내정됐다. 노진율 HD현대중공업 사장은 공동대표이사로 내정돼 안전경영 및 동반성장을 담당한다. 이들 내정자들은 향후 이사회 및 주총을 거쳐 대표이사에 선임될 예정이다.
jiyounb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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