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 원조는 '인덱스'… 정보 길잡이의 역사
무더기로 쌓인 글자들, '정보의 바다' 속에서 길잡이가 돼주는 색인(index)에 관한 이야기다. 색인은 책 등의 본문 내용 중 특정 단어나 구절·개념과 언급된 위치를 찾기 쉽게 배열한 목록을 말한다. 흔히 단행본의 가장 뒷부분에 ㄱㄴㄷ순 단어와 쪽수가 적힌 목록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기에서 쓰이는 검색·찾기, 소셜 플랫폼의 해시태그(#)도 색인을 활용한 기능이다.
오늘날 색인은 너무 당연한 존재다. 경우에 따라선 부차적인 목록 정도로만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영문학 교수이자 번역가 겸 편집자인 저자 데니스 덩컨은 색인을 '지성사의 가장 위대한 발명품'으로 재조명한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 놓인 다리이자, 정보에 접근하는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여준 도구로 말이다. 색인의 역사는 독서와 기술 등 인류 역사와 보조를 맞춰 흘러왔다. 독자의 주체적인 책 읽기 방식 중 하나인 '발췌 읽기'를 가능케 하는 등 독서 행위의 뼈대가 됐다.
저자는 고대 파피루스와 점토판, 중세 종교 서적, 전 세계 도서관이 보유 중인 고서, 구글과 소셜미디어까지 아우르며 색인 개념의 등장과 발명, 관련 기술의 발전사를 풀어놓는다. 쪽 번호 같은 단순하고 기초적인 색인 요소도 시대적 배경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책을 베껴 쓰던 필사본의 시대엔 쪽수가 중구난방이었지만, 구텐베르크 인쇄술의 발명과 함께 대량 인쇄가 가능해지면서 쪽 번호가 보편화된 것이다.
색인에 관한 책답게 본문 뒤에는 다소 별난 색인이 붙어 있다. 이 책에 언급된 단어들의 목록이긴 하지만, 인간의 재치가 섞여 있어 예사롭지 않다. 예를 들면 굳이 목록에 표제어 '오탙자'를 싣고 그 옆에 ''오탈자' 참고'라는 설명을 달아놨다.
정말 심심한 독자라면 표제어 '쓸데없는 일'을 찾아보자. 지시대로 책장의 앞뒤를 오가다 보면 그 뜻을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색인은 전문 색인 작성가인 폴라 클라크 베인이 쓴 것이다. 역사 속 색인 작성가 중 문학계 유명 인사로는 버지니아 울프, 알렉산더 포프 등도 있었다고 한다.
[정주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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