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보다 덜 알려진 바닷속에 인류 미래 있다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1. 10.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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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학자 전한 심해 세계
뼈벌레 등 미지생물부터
해령·해저평원 지형 소개
바다 오염의 위험성 경고
탄소 분해하고 미생물 많은데
무분별한 개발로 파괴 우려
몬터레이만 수심 756m 지점에서 바다눈(죽은 플랑크톤)에 둘러싸인 흡혈오징어. 시공사

해저 협곡에서 고래 사체를 먹어치우는 뼈벌레, 송곳니 모양의 빨판을 가진 흡혈오징어, 몸통과 다리를 덮은 털이 설인 예티(Yeti)를 떠오르게 하는 설인게.

지구에 마지막으로 남은 미개척지, 심해에서 살아가는 생물들이다. 인간의 지배가 아직 미치지 않은 깊은 바다에는 알려지지 않은 생물과 자원, 거대한 생태계가 숨어 있다. 태양 빛이 닿지 않은 광활한 암흑, 죽은 플랑크톤(바다눈)이 눈처럼 가라앉는 심연에는 바다 표층의 생물과 다른 모습을 한 존재들이 가득하다.

영국의 해양생물학자이자 BBC 라디오 등 다양한 채널에서 바다 이야기를 전달해온 헬렌 스케일스가 펴낸 '눈부신 심연'은 심해 세계의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폐기물 투기, 개발 등으로 인간이 초래하는 심해 환경의 위기를 경고한다.

눈부신 심연 헬렌 스케일스 지음, 조은영 옮김 시공사 펴냄, 2만3000원

"전염될 수밖에 없는 열정으로 심해를 이야기한다"는 외신(퍼블리셔스 위클리)의 평처럼 책은 해양생물학자들이 찾아낸 심해의 경이로운 세계를 전달한다. 풍선처럼 부푼 몸으로 떠다니는 돼지엉덩이벌레, 녹색의 빛나는 폭탄을 투척하는 스위마 봄비비리디스(swima bombiviridis), 생물 발광을 감지하기 위해 시력이 극도로 발달한 은빛가시지느러미 등 심해의 혹독한 환경에 적응한 다양한 생물들이 제시된다.

달 표면보다도 알려지지 않은 심해의 거대한 지형들도 소개된다. 5만5000㎞ 길이로 뻗은 중앙 해령, 1500m 두께의 퇴적층이 쌓인 해저 평원, 깊이가 10㎞ 넘는 해구들이 다큐멘터리 영상처럼 생생하게 전달된다.

저자는 심해가 지구 기후와 생태계의 근간이라고 강조한다. 바다가 흡수한 태양 복사선의 열은 심해에 닿아 '해양 컨베이어 벨트'라고 불리는 해양 대순환을 일으키고, 인류와 지구 생명체가 배출하는 탄소의 상당량도 심해로 내려와 분해된다. 육지와 바다의 모든 생명체들의 생존이 심해에 달려 있는 셈이다. "우리의 미래는 심해에서 일어나는 일에 달렸다. 바다눈의 작은 변화가 바다에 격리된 탄소에 영향을 주고 결국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수치까지 바꾼다. (해양이 탄소를 흡수하는) 해양 생물 펌프의 전체 규모는 아직 파악 중이다."

해양 보존 단체 'See Changers' 등에서 활동하며 바다 오염의 위험성을 경고해온 저자는 인간이 심해 생태계를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심해 생태계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태에서 육지의 자원을 착취하듯 해저에 시추관을 내리고, 해저 광산 등 무분별한 개발을 시도하려 한다는 지적이다.

책은 심해 속 미지의 미생물과 신종 생물들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할 잠재력도 강조한다. 뉴질랜드 바다의 해면에서 추출한 물질로 만든 항암제 '에리불린'처럼 인류에게 유용한 물질을 심해가 품고 있을 거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바다에서 발견한 생물 활성 분자는 3만여 개, 전임상 실험 단계에 있는 것이 수백 종,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중인 물질은 수십 가지에 달한다. 미지의 영역인 심해에서는 더 많은 물질이 발견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더 많은 사람이 심해를 탐구하는 지금, 얼마나 많은 신종과 미생물이 발견될지 알 수 없다. 우리가 심해 생태계를 온전하게 유지되도록 최선을 다해야 할 이유다."

책의 말미에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심해의 성역화다. 자연을 착취의 대상으로 바라보던 태도를 멈추고 최후의 미개척지인 심해를 보존해야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인류는 천연자원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하게 인구를 부양할 기회를 몇 번이고 놓쳤다. 심해는 인류가 달라질 기회, 새롭고 대담한 이야기를 쓸 귀한 기회를 제공한다."

[김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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