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처럼 채권 40% 담고 … 주식으로 기회 노려라
황호봉 "가장 매력적 자산은 우량 회사채"
박소연 "인플레 방어 위해 금 담아둘 필요"
김찬영 "미국 빅테크 주식 비중 늘릴 시기"
염승환 "삼성전자 등 韓 반도체株 저평가"
홍춘욱 "마음편한 포트폴리오는 은행예금"
◆ 2023 서울머니쇼 ◆
고금리·고물가·저성장 상황에선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채권 비중을 높이라는 조언이 전문가들로부터 나왔다. 매일경제가 개최하는 서울머니쇼 플러스(11월 30일~12월 2일) 연사로 나서는 5대 자산 포트폴리오 전문가들이 사전 인터뷰에서 이구동성으로 한 말이다. 주식 유망 종목과 관련해 이들은 미국에선 빅테크 주가가 실적 대비 비싸고, 국내에선 공매도 금지라는 정책 요소가 주가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산을 지키기 위해 채권 비중을 최소 40% 이상 담으며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때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주가 폭락에 대비해 미리 현금을 쌓아 놓으면서 일부는 금과 같은 원자재를 담으라는 조언도 나왔다. 이는 순자산 160조원(지난 6월 말 기준)을 보유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최근 전략과도 엇비슷하다.
버핏 회장은 지난 2분기에 연 5% 확정 수익을 약속하는 미국 단기채를 집중적으로 담았다. 이런 채권을 포함한 버핏 회장의 안전자산 비중은 33%에 달한다.
서울머니쇼 플러스는 미국·중국 갈등,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파격적인 공매도 금지 조치 등 불확실성이 가득한 세계 금융 투자 환경에서 마음 편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하기 위해 오는 30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에서 개막한다.
국내 최대·최고의 강사진 중 '한국형 버핏 전략'을 설파하는 5대 전문가는 황호봉 대신자산운용 본부장, 김찬영 한국투자신탁운용 상무, 홍춘욱 프리즘투자자문 대표, 박소연 신영증권 이사, 염승환 이베스트투자증권 이사 등이다.
머니쇼를 앞두고 진행한 사전 인터뷰에서 이들은 지금이야말로 단순 자산 배분을 넘어서 '투자 자산을 선별해 집중할 것'을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그래야 자산시장을 떠나는 시기에 '소수의 부자 대열'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
황 본부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당국자들이 금리 인상 여지를 남겨놨으나 채권시장은 이를 애써 무시하는 모양새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장중 5%를 찍었던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지난 8일 현재 4.56%로 내려온 상태다. 채권 금리와 가격은 반대로 움직인다. 최근 금리가 떨어져 채권 가격이 오른 것이다.
황 본부장은 "금리 이상의 성장성을 가진 자산을 찾아야 하는데 눈 씻고 찾아봐도 금리 이상의 쿠폰이자를 주는 우량 회사채만큼 매력적인 자산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4.5%대의 미국 국채 금리 또한 여전히 매력적이라는 평가다.
그렇다고 채권 금리 하락(가격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았다. 황 본부장은 "연준이 금리 인하까지 단행하려면 경기 침체는 필수이며, 그 기간까지는 1년 이상 남았다고 본다"며 "연준은 항상 따라가는 통화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침체에 대비해 채권 비중을 서서히 높여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제시한 최적의 포트폴리오는 미국 주식 50%, 미국채 20%, 투자등급 회사채 20%, 현금 10%다.
경기 침체가 나왔다고 판단됐을 때 현재 주식(50%)보다 낮은 비중인 채권(40%)을 크게 늘리고 주식을 매도하라는 전략이다.
황 본부장과 달리 박 이사는 미리 채권 비중을 높여놓을 것을 추천했다.
그가 제시한 포트폴리오는 금융 자산의 절반을 채권으로 채우라는 것이다. 한국 주식 15%, 미국 주식 15%, 금(원자재) 10%, 현금 10% 등이 뒤따른다.
박 이사는 "몇 년 전만 해도 채권의 기대수익률이 1~2%였지만 이제 5~6%대로 상승하다 보니 채권에 상당량의 자산을 미리 배분하는 것이 적절하다"며 "채권은 인플레이션을 헤지(방어)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만기까지 가져가면 원금 손실이 없고, 매 분기 혹은 반기마다 현금흐름(이자)이 발생한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인플레이션 방어 자산으로 금을 추천했다. 박 이사는 "최근 해외 중앙은행들의 외환보유액 다변화로 금이 다시 주목받고 있어 소폭 비중을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박 이사는 공매도 금지로 국내 주식이 급등하기도 했으나 실적과 무관한 단기 호재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외국인 공매도 숏스퀴즈(손실 제한을 위한 주식 매수)는 지난 6일 대부분 나왔다고 본다"며 "특히 공매도 금지 기간이었던 2020~2021년보다 현재 고객 예탁금이 절반 수준이어서 정책 효과는 단발적"이라고 말했다.
주식 비중은 포트폴리오의 30%가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박 이사는 "내년에도 미국 주식 중 빅테크에선 스마트폰 기반 시장이 저물고 인공지능(AI) 플랫폼 시장이 강화되는 양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AI 시장의 승자로 엔비디아와 마이크로소프트를 '투톱'으로 꼽았다.
김 상무 역시 빅테크 중심의 투자 전략을 제시했다. 그의 추천 포트폴리오에 따르면 미국 주식 비중(20%)이 국내 주식(10%)보다 크다. 김 상무는 "미국 빅테크 비중을 늘려야 하는 시기라고 판단한다"면서 "단기 급락으로 밸류에이션(고평가) 부담을 많이 덜었고, 2024년에도 인플레이션은 지속될 것으로 보는데 오히려 이런 환경이 미국 빅테크 가치를 높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염 이사는 '소수의견'을 제시했다. 한국 주식 비중을 40%로 추천하면서 채권과 같은 비중으로 제시한 것이다.
염 이사는 한국 주식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하는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었는데, 공매도 금지와 주가 저평가다.
그는 "이번 공매도 금지 조치를 총선용으로 보기보다는 개인투자자 보호를 위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며 "물론 주식 부양의 목적도 있지만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겠다는 의지가 돋보여 긍정적"이라고 전했다.
염 이사는 이 같은 투자자 보호 조치가 구체적인 상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진다면 국내 증시의 만년 저평가(디스카운트) 악재를 해소할 것으로 봤다.
그는 "미국 빅테크 주가 수준을 봤을 때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주식의 주가는 매우 저평가됐다"며 "한국 주식은 지금도 싸지만 미국 주식은 주가가 추가로 더 하락했을 때 접근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의 8일 블룸버그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4.99배로, 애플(29.7배), 엔비디아(107배)에 비해 낮다.
홍 대표 역시 미국 주식이 비싸기 때문에 저평가된 국내 주식과 중국 주식을 골고루 담으라고 조언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선행지수의 회복 속에서 한국과 중국 기업의 매출이 회복돼 주가도 정상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금 비중(20%)은 미국 주식과 비슷한 수준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대표는 "채권(24%) 다음으로 많이 담을 자산은 은행 예금"이라면서 "연준이 추가적인 금리 인상을 열어놨기 때문에 금리(이자율)는 올라갈 수밖에 없으니 마음 편하게 은행 상품을 담아 포트폴리오를 방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매도 금지 조치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홍 대표는 "공매도 금지로 국내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며 "외국인 투자자 이탈 가능성이 높아 대형주의 주가 저평가가 심화될까 걱정된다"고 전했다.
[문일호 엠플러스센터 증권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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