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청소년 독감 환자 증가하는데…‘중국 창궐’ 폐렴도 확산세
추워진 날씨에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인플루엔자(독감)가 역대급 유행을 지속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에서 확산하는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도 지난주 국내에서 168명의 입원환자가 나오는 등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 유행 기준(6.5)의 6배, 지난해 같은 기간(9.3명)과 비교하면 4.2배 높은 수준이다.
코로나19 이전 같은 기간 독감 의사환자분율은 2018년 5.7명, 2019년 5.8명 수준이었으며 코로나19 유행으로 방역이 강화됨에 따라 2020년 1.9명, 2021년 2명으로 매우 낮았다. 그러다 방역이 완화된 지난해 9.3명으로 올랐고 올해는 39명으로 4.2배 늘었다.
최근 5주 간 의사환자분율은 40주 14.6명→41주 15.5명→42주 18.8명→43주 32.6명→44주 39명으로 4주 연속 늘고 있다. 증가폭은 전주 대비 줄었으나 2주 전과 비교하면 2.1배 증가했다.
특히 7~12세 초등학생 연령대의 의사환자분율은 90.8명으로 1주 전(86.9명)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는 유행 기준의 14배에 달한다.
13~18세 중·고등학생 연령대는 84.8명으로 1주 전(67.5명)보다 17.3명 늘어 증가폭이 가장 컸다. 0세는 9명에서 14.1명, 1~6세는 27.9명에서 33.6명으로 늘었다. 성인도 19~49세는 30.3명에서 38.3명으로, 50~64세는 12.6명에서 17.2명으로, 65세 이상 고령층은 6명에서 9.2명으로 증가했다.
44주차 확보된 호흡기 검체는 347건으로, 이 중 105건(30.3%)이 독감 바이러스로 나타났다. 올해 누적 검출 건수는 518건이며 검출률은 19.4%이다. 급성호흡기감염병 및 독감에 감염돼 증세가 악화된 입원환자는 1546명으로 3주 연속 증가했다. 독감 환자는 494명(36%)으로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이 국내에서도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세균성 입원환자 중 마이코플라스마 폐렴 입원환자는 41주 90명이었으나 42주 102명→43주 126명→44주 168명으로 증가했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55명)보다 3배 많은 수치다.
마이코플라즈마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은 주로 5~9세에서 많이 나타난다.
감염이 되면 보통 38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이 동반되고 가래가 섞인 기침이 3~4주 정도 지속된다. 또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
소아과전문의들은 독감이 유례없는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필수의료 붕괴로 소아과 진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까지 유행한다면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비극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지금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도 환자가 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특히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 중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나 코로나19에 중복 감염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도 마이코플라즈마로 입원한 아기들이 증상이 너무 심해 여러 검사들을 해보니 독감과 라이노바이러스 등에 중복 감염돼 있더라”라며 “중복 감염이 되면 위중증으로 진행하기 매우 쉽고, 이 경우 비극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엔 매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80%가 내성균이라 약이 듣지 않는다”며 “내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약재들이 있긴 하지만 허가 범위가 아니라 약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투약하는 매크로라이드계열 항생제들은 원료 수입약으로 중국에서도 같은 원료 제품을 사용하는데, 중국에서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하면서 약품 수급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관계당국은 내성균에 사용되는 대체 약물 사용 허가 기준을 확대하는 등 당장 이에 대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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