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연 7만명 마약 남용 사망 거대 제약사의 탐욕이 원인
미국 필라델피아 켄싱턴은 마약에 중독된 '좀비의 거리'가 되고 말았다. 팔다리가 경직된 채 좀비처럼 배회하거나 아예 허리를 굽히고 일어나지 않는 사람들의 모습을 국내 한 방송사가 내보내자 시청자들은 충격에 휩싸였다. 현상의 원인으로 지목된 것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이다. 이 약은 합성마약의 대표주자 중 하나다. 본래 말기 암 환자나 극심한 통증 질환을 겪는 이들의 고통을 줄여주기 위해 1960년 폴 얀센이 개발한 진통제다. 모르핀의 100배, 헤로인의 50배에 달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어 기적의 진통제로 불렸다.
하지만 지금은 마약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 약으로 인해 가장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는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 국립보건원(NHS)에 따르면 2021년에만 7만601명이 펜타닐 중독 등 합성 마약 남용으로 사망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분자 조각가들'을 쓴 백승만 경상대 교수가 그 이유를 파헤친다.
그는 거대 제약회사의 탐욕과 제도적 허점 등 현재 미국에서 펜타닐 사태가 발생한 맥락을 상세히 풀어낸다. 펜타닐을 발명한 얀센의 이야기부터 이 약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던 모르핀 등 아편유사제의 역사도 되짚어 본다.
한동안 우리는 마약을 너무 쉽게 생각했다. 마약은 남의 나라 일이라고 생각했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고 위로 북한이 가로막고 있는 우리나라는 소위 마약 청정국이라고 마음을 놓고 살았다.
하지만 2020년 3명의 청년이 펜타닐을 흡입하고 그중 한 명을 살해한 사건이 일어났고, 2021년 경남 지역 고등학생 40여 명이 단체로 이 약을 소지하고 흡입한 혐의로 체포된 바 있다. 불법 의료 쇼핑과 다크웹을 통해 약을 구한 사례가 계속 보도되고 있다. 전국 하수처리장 모든 곳에서 마약이 검출됐다는 소식도 나왔다. 마약을 사용한 사람의 배설물이 하수에 섞여 검출되고 있다는 뜻으로 그만큼 마약이 전국적으로 퍼져 있다는 증거다. 이 책에서는 마약 중독이라는 표현을 자주 썼지만 최근에는 물질 사용 장애라는 표현을 더 많이 쓴다. 말만 바꾼 게 아니냐고 반문할 수 있지만 용어가 갖는 의미의 차이는 크다. 중독이라면 개인의 나약함 때문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장애라면 질병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이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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