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중생 강간·감금, 부모 돈 갈취범에... “판사의 감형 이유가 역대급”
제주에서 한 30대 남성이 모르는 여중생을 쫓아 집에 따라 들어가 흉기로 위협해 성폭행하고, 부모를 협박해 돈까지 갈취한 혐의로 기소됐다. 갈취한 돈으로 택시를 타고 여자친구를 해치려 찾아가려다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그에게 징역 24년을 구형했지만, 판사가 구형량을 반토막 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가해 남성의 모친이 선처를 호소한다’는 것이었다. 온라인에선 ‘레전드급 감형 이유’라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1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법 형사2부(진재경 부장판사)는 전날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도강간)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30대 A씨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과 장애인 복지시설 10년간 취업 제한, 보호관찰 5년 등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5월15일 오후 11시쯤 자신이 거주하는 다가주주택 이웃집에 사는 10대 B양이 귀가하는 것을 보고 따라 들어갔다. A씨는 흉기로 B양을 위협해 성폭행한 뒤 신고하지 못하도록 휴대전화를 빼앗았다. A씨는 다음 날 새벽에도 피해자를 흉기로 위협해 자신의 주거지로 데려가 또다시 강간했다. A씨는 B양을 감금한 채로 B양 부모를 협박했고, B양은 A씨가 현금 4만원을 송금 받아 풀려날 때까지 12시간가량 공포에 떨어야 했다. A씨는 갈취한 현금으로 또다른 범죄까지 저지르려 했다. A씨는 흉기를 갖고 전 여자친구를 찾아가려고 택시를 기다리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다.
검찰은 A씨에게 특수강도강간 혐의와 살인 예비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지난 8월 17일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은 범행 후 피해자에게 전 여자친구를 만나러 가야하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를 하지 말아달라고 하는 등 반성의 태도가 전혀 없다”며 “피고인은 다른 범죄로 인한 집행유예 기간에 이번 범행을 저질렀다. 피고인을 교화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사회에서 격리할 필요가 있다”며 징역 25년을 구형했다.
A씨는 공소사실을 대체로 인정했으나, 살인예비 혐의는 부인했다. 그는 “살해 의도는 없었고 찾아가 이야기를 하려 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 집에 침입해서 돈을 강취하고 12시간 넘게 감금했다. 이 과정에서 성폭행까지 저질렀다”며 “피해자는 평생 잊히기 어려운 중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으로 보이며 살인예비 혐의도 유죄로 인정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A씨 모친이 선처를 구하는 점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조선닷컴에 “피해를 본 어린 여중생이 앞으로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겠느냐. 심지어 이 남성이 출소하면 40~50대일텐데 피해자는 보복 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며 살게 될 것”이라며 “가해자가 청소년도 아니고 30대 성인인데 가해자의 부모가 선처를 요청했다는 이유로 이를 양형에 반영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한 법조계 관계자 역시 “검사가 징역 25년을 구형했는데 선고는 징역 12년에 그쳤다는 것은 아쉬운 판결”이라고 했다.
온라인에선 판결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선처를 구한 게 ‘피해자 모친’인줄 알았다” “어린이나 장애인도 아닌 멀쩡한 다 큰 어른에게도 ‘엄마찬스’가 있었나”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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