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수사 검사 탄핵'…민주당-검찰, 전선 확대
홍익표 "일말의 양심 있다면 본인 직무유기 돌아보라"
[아이뉴스24 최기철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더불어민주당의 검사 탄핵안 발의를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이라며 직접 비판하고 나서면서 민주당과 검찰간 전선이 확대되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9일 퇴근길 대기하고 있던 취재진과 만나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그래도 검찰을 탄핵하겠다고 한다면 검사들을 탄핵하지 말고 이재명 대표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책임진 저를, 검찰 총장을 탄핵하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와 이정섭 수원지검 차장검사 등 2명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다. 탄핵안 발의자는 당 '검사범죄 대응TF'팀장인 김용민 의원이다.
당초 민주당 '검사범죄 대응TF'가 탄핵 대상으로 지목한 사람은 손 차장과 이 차장 외에 임홍석 검사와 이희동 검사 등 총 4명이었다. 그러나 당 내부에서도 부담스러워하는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김포시 서울편입', '공매도 중단' 등 정책 경쟁에 나선 상황에서 다시 '검사탄핵 카드'를 꺼내는 것이 도움이 되겠느냐는 것이다. 결국 손 차장과 이 차장 두명만 탄핵발의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이 총장이 발끈한 이유는 특히 이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발의 때문인 것으로 검찰 안밖에서는 보고 있다. 이 차장검사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을 수사지휘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직접 검사들에 대한 탄핵 필요성을 A4용지 4매 분량으로 정리한 친전을 당 내 의원들에게 돌렸다. 이 차장검사에 대해서는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이용해 일반인인 타인의 범죄기록, 수사기록, 전과기록을 무단으로 열람하고 이를 자신의 처가 쪽에 제공하는 등 심각한 불법행위를 자행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이 '검사 탄핵 친전'에서 적시한 이 차장검사 탄핵 사유는 5가지. △처남회사 직원에 대한 범죄관련 기록 무단 열람 및 제공 의혹 △'코로나 사태'시 대기업 부회장 도움으로 스키장 리조트 사용 △동료 검사들을 위한 처가 운영 골프장 부킹 △자녀 교육을 위한 위장전입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재판개입' 의혹 등이다.
김 의원은 "이 검사는 헌법 7조(직업공무원제도) 및 27조(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국가공무원법 56조(성실의무) 59조(공정의무) 60조(비밀유지), 검찰청법 4조(정치적 중립의무), 공직자윤리법 2조의 2(사익추구 금지), 부패방지권익위법 2조 및 7조(부패행위 금지), 청탁금지법 8조, 형의 실효 등에 관한 법률 6조 및 10조(기밀누설 금지), 개인정보보호법 59조, 형법 127조(기밀누설 금지), 형사절차전자화법 14조(형사사법정보누설 금지), 주민등록법 37조 등을 위반한 것이 명백하다"면서 "탄핵소추를 통해 그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혹들 중 처가와 자녀 관련 건들은 같은 당 김의겸 의원이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제보를 근거로 주장한 것들이다. 제보자는 이 차장검사의 처남댁 A씨로 알려졌다. A씨와 이 차장검사 처남은 이혼 소송 진행 중이다.
이 차장검사는 '자녀 위장전입' 사실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지겠다는 입장이다. 동료 검사들의 골프장 부킹을 도와준 것 역시 사실이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나머지 의혹들은 전면 부인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 국감에서 제기된 이 의혹들에 대해 감찰을 진행 중이다.
탄핵발의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이 차장검사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올 때까지 직무에서 배제된다. 이 대표에 대한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가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 총장이 "민주당의 검사 탄핵은 검사의 당 대표 수사에 대한 보복 탄핵, 검사를 겁박하고 검찰을 마비시키려는 협박 탄핵, 그리고 당 대표의 사법절차를 막아보려는 방탄 탄핵"이라고 비판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 총장 발언이 나온 뒤 퇴직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는 10일 입장문을 내고 "검사의 신분보장은 헌법과 법률에 의해 보장된 검찰의 독립과 정치적 중립을 위한 핵심사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 권력을 남용해 이를 훼손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자 횡포"라고 주장했다.
검사 출신인 김웅 국민의힘 의원도 전날 자신의 SNS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80석을 얻고 한 것이라고는 조국수호, 검수완박, 임대차3법 그리고 끝없는 탄핵질"이라며 "정책에 무지하고, 민생에 무관심하니 그저 내놓는 것은 탄핵 뿐"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 구속영장청구를 기각한 판사에게도 화살을 돌렸다. 김 의원은 "당시(이 대표 영장을 기각한)판사는 '피의자가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공적 감시와 비판의 대상인 점 등을 감안했다'고 적었지만 정당의 현직 대표로서 이재명이 한 것은 바로 자신의 범죄를 수사한 검사를 탄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즉각 이 총장을 직격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에서 "국회가 검사 탄핵에 나서게 된 것은 위법을 저지른 검사를 징계해야 할 총장이 도리어 그들의 이득을 감싸기에 급급했기 때문"이라며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국회에 부담을 떠넘긴 본인 직무유기에 책임을 지고 권력의 하수인으로 전락한 검찰의 현실을 되돌아보라"고 쏘아 붙였다. 홍 원내대표에 앞서 발언에 나섰던 이 대표는 '검사 탄핵' 논란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민주당은 이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과 함께 이 차장검사와 손 차장검사에 대한 탄핵안을 철회하고 오는 30일 재발의하기로 결정했다. 헌법상 탄핵소추 의결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상 발의에 재적의원 과반수 찬성이면 의결된다. 민주당 의석수는 국회 재적의원 298명 중 절반 이상인 168명이다.
/최기철 기자(lawch@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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