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암 말기 90대 환자도 사실상 '완치'…"과거엔 상상도 못한 일"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 전 세계적으로 최다 처방
말기 간암환자 2년간 치료…182명 중 31명 사실상 '완치' 성과
말기 간암 환자 182명. 이중 2년간의 치료 완주한 환자 31명. 17%.
분당차병원에서 24개월간 면역항암제 병용요법 치료를 완주한 말기 간세포암(간암) 환자의 비율이다. '2년 치료 완주'는 의미가 크다. 원래 4기 혹은 이와 비슷한 간암 환자의 생존기간 중간값은 13개월 정도다.
머니투데이와 만난 전홍재 분당차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17%'라는 수치는 예전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데이터"라며 "이제는 4기에 가까운 간암 환자의 17%가 완치에 가까운 2년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182명 환자가 투약한 치료제는 면역항암제 '아테졸리주맙'과 표적항암제 '베바시주맙'이다. 지난해 5월 간암 환자의 1차 치료에서 건강보험 급여를 적용받은 뒤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
전 교수는 "간암 치료는 2016년까지 10년간 암흑기였다. 간암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치료 옵션이 '소라페닙' 하나뿐이었다"며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요법이 간암의 항암 치료에서 돌파구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급여 등재 이전에는 비싼 가격으로 국내에서 사용이 어려웠다. 그러나 전 교수가 속한 분당차병원에선 '신포괄수가제'가 적용돼 비교적 낮은 비용으로 처방받을 수 있었다. 덕분에 병원은 2020년부터 많은 환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었다. 전 교수는 지금까지 약 400명 간암 환자에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을 처방했다.
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도 분당차병원에서 가장 많은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병용 치료 처방 데이터를 보유했다"며 "전 세계 간암 환자 433명을 대상으로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효과(리얼월드 데이터)를 살펴볼 때도 분당차병원이 가장 많은 173명을 참여시켰다"고 설명했다.
전 교수가 분석한 182명도 2021년 8월 이전에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을 분당차병원에서 투약한 간암 환자들이다. 2년 치료를 완주한 31명 모두 완전 관해 보인 건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완치에 가까운 상태로 생존했다.
치료 완주 비율인 '17%'가 낮다고 느껴질 수 있다. 전 교수는 "하지만 절대 낮은 수치가 아니다"며 "4기(말기)에 준하는 간암 환자의 거의 20%가 치료를 완수할 수 있었다는 건 5분의1에서 완치에 가까운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측면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교수는 91세 고령의 남성 환자 사례를 소개했다. 오른쪽 간 전체에 종양이 있고, 복장뼈뿐만 아니라 어깨뼈까지 암이 전이된 환자였다. 다행히도 약을 투약한 지 1년 정도 됐을 때는 '치료받으러 병원 오기 귀찮다'고 말할 정도로 증상이 호전됐다.
전 교수는 "이런 환자가 내원하면 기존에는 할 수 있는 치료가 진통제 처방을 통한 통증 조절 등 보존적 치료뿐이었다"며 "해당 환자는 올해 상반기 2년 치료 주기를 완주했고, 현재 간에 (암의) 흔적만 있는 상황이다"고 했다.
AFP(간암표지자) 수치가 '10만'이 넘어갔던 환자 사례도 있다. 보통 AFP 수치는 '8'이 넘어가면 비정상으로 본다. 이 환자의 암 수치는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 처방 이후 빠르게 정상화됐다. 증상이 나아지자 올해 상반기에 아내와 해외여행을 떠났다고 한다. 전 교수는 "병용요법의 등장 이후 과거에는 전혀 기대할 수 없던 상황들이 꽤 많이 목격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환자가 치료 효과를 보는 건 아니다. 3개월 치료를 마친 환자가 68.7%, 1년 치료를 마친 비율은 32.4%다. 2년 치료를 마치지 못한 환자는 주로 내성이 생겨 다른 약으로 변경한 사례다.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이 좋은 약임에도 여전히 환자의 3분의1은 3개월 치료조차 마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에 여러 제약사에서 치료 반응률을 높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올해 ASCO(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 발표된 데이터에 따르면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에 TGIT 억제제를 추가하자 치료 반응률이 42.5%까지 올라갔다. 전 교수는 "기존 반응률인 30%보다 1.5배에 달하는 것이고, 앞으로 2년 치료를 완주한 환자 비율이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증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테졸리주맙과 베바시주맙을 1차로 투약한 이후에는 처방 옵션이 마땅치 않다는 것도 문제다. 후속 치료 옵션이 건강보험 비급여라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전 교수는 "후속 치료에도 급여가 적용돼 간암 환자가 풍요 속의 빈곤을 느끼지 않는 상황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암 치료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NCCN(미국종합암네트워크)의 가이드라인에서도 아테졸리주맙·베바시주맙 병용요법 이후 가장 좋은 후속 치료는 '신약 임상연구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돼 있다"며 "다양한 간암의 신약 임상연구가 진행되고 있기에 환자분들도 참여를 고려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당부했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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