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파-레드벨벳, SM 집안싸움보다 중요한 의미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걸그룹 에스파와 레드벨벳이 3일 간격으로 새 앨범을 발매하며 SM 엔터테인먼트의 집안싸움이 벌어졌다. 두 그룹 모두 음악뿐만 아니라 다채롭게 성장한 모습을 예고하며 기대를 높였다. 다만, 두 그룹의 연이은 컴백에는 단순한 집안싸움을 넘어 더 중요한 의미가 담겨있다.
먼저 컴백한 건 에스파다. 에스파는 10일 네 번째 미니앨범 '드라마'를 발매했다. '드라마'에는 동명의 타이틀 곡을 비롯해 6곡의 노래가 수록되어 있다. 타이틀 곡 'Drama'는 어택감 있는 드럼 소스와 세련된 신스 베이스가 돋보이는 힙합 댄스곡이다. 모든 이야기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감 넘치는 애티튜드를 담은 가사와 당당하면서도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을 담았다.
에스파는 앨범의 타이틀이자 콘셉트에 맞춘 'Drama'에 맞춰 드라마 속 주인공으로 분했다. 감각적인 비주얼과 수준급 연기력, 화려한 스케일의 영상미를 담은 옴니버스식 트레일러 영상을 통해 본격적인 앨범 활동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에스파의 이번 앨범이 중요한 이유는 앞으로의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앨범이기 때문이다. 에스파는 전작 'MY WORLD'를 통해 광야에서 리얼 월드로 돌아온 모습을 보여줬다. 타이틀 곡 '스파이시'역시 그간의 강렬한 모습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하고 영한 매력이 담겼다.
'광야'와 '나비스' 등으로 이뤄진 에스파만의 독특한 세계관은 데뷔 초 많은 인상을 끌었지만, 이에 집착한다는 인상을 주며 호불호가 갈리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공백기도 10개월가량 이어지며 팬들의 불만이 커졌다. 다른 4세대 걸그룹이 빠른 컴백 주기를 바탕으로 국내외적인 팬덤을 불려나갈 때 에스파는 그렇지 못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한 차례 내홍을 겪은 SM이 정상화되고 SM 3.0 시대에서 새롭게 선보인 에스파의 신곡은 그동안 팬들이 원했던 것을 모두 충족시켜 주며 새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렇다고 무조건 지워버리기에는 광야라는 세계관이 가진 매력이 아쉬운 것도 사실이다. 다른 걸그룹과 달리 에스파만이 할 수 있는 장르이자 음악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SM 역시 이를 인식한 듯 광야와 SMP를 연상케 하는 콘셉트 포토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광야와 현실 세계의 타협점을 적절히 찾을 수 있는 지가 이번 앨범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베일을 벗은 'Drama'에서 광야나 나비스처럼 특유의 세계관을 찾아볼 수는 없다. 그러나 '블랙 맘바'나 '세비지'처럼 광야 세계관에서 선보였던 강렬한 음악의 느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에스파만이 할 수 있는 장르의 음악에 별다른 세계관이 없어도 공감할 수 있는 가사는 앞으로의 에스파의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13일에는 레드벨벳의 정규 3집 '칠 킬'이 발매된다. 정규 앨범답게 풍성한 수록곡을 자랑한다. 타이틀곡 '칠 킬'을 포함해 총 10곡이 수록되어 있다. '칠 킬'은 갑작스레 등장한 '칠 킬'로 인해 고요했던 삶이 불완전해진 비극 속에서도 상대를 갈구하며 희망을 노래하는 양면성이 특징적인 곡이다. 감정선을 따라 다채롭게 변화하는 보컬이 더해져 더욱 확장된 레드벨벳의 음악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레드벨벳다운 강렬한 퍼포먼스 역시 기대를 모은다. '밝은 비극'을 콘셉트로 구성된 이번 퍼포먼스는 스산한 분위기에서 밝은 분위기로 무드 체인지 되는 다양한 안무가 특징이다. 또 '칠킬'을 연상시키는 손동작 등의 포인트 제스처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곡의 강렬함을 배가했다.
레드벨벳의 이번 앨범 역시 중요하다. 가장 먼저 공백기가 너무 길었다. 지난해 11월 발매한 '더 리브 페스티벌 2022 - 벌스데이' 이후 1년 만의 컴백이다. 정규 앨범은 2017년 발매한 '퍼펙트 벨벳' 이후 6년 만이다. 어느덧 데뷔 10년 차를 맞이한 레드벨벳에게 1년의 공백기는 치명적이다. 10개월 만에 컴백한 에스파가 새로운 모습을 통해 자신들의 모습을 다시 각인시켜준 것처럼 레드벨벳 역시 '여전히 건재하다'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그룹의 건재함을 각인시키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하나 남아있다. 레드벨벳이라는 그룹 자체의 존속과 관련된 문제다. 레드벨벳은 새 앨범 콘셉트에 맞춰 SNS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인스타그램 소개글을 '해피 엔딩'으로 변경했다. 이에 일각에서는 그룹 해체를 암시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팬들이 이렇게 민감하게 반응한 이유는 현재 멤버 슬기를 제외하고는 멤버들의 재계약 소식이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SM은 즉각 "새 앨범 콘셉트에 맞춰 변경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말처럼 멤버들의 재계약 소식이 전해지지 않은 와중에 전해진 '해피 엔딩' 이라는 문구는 팬들의 가슴을 철렁이게 했다. 소속사 내부적으로는 엑소의 도경수가 SM과 재계약을 체결하는 대신 1인 기획사를 설립했고, 가요계 전체로 넓히면 블랙핑크가 YG와의 재계약을 체결하지 않으며 시간을 끌고 있는 모습들이 있기에 레드벨벳이 그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는 팬들의 간절함이 담긴 반응이기도 했다.
이러한 불안함을 끝낼 수 있는 확실하고 최선의 방법은 재계약을 체결하는 것이다. 물론, 이는 개인의 선택이기에 다른 선택을 하더라도 존중해 주어야 한다. 다만, 이번 앨범 발매와 활동을 통해 멤버들 사이의 끈끈한 우정과 결속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어쩌면 성적·판매량 등 보여지는 수치보다도 레드벨벳의 이번 활동에서 더욱 중요한 건 이러한 모습을 보여주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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