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고향사랑기부제 성공을 위한 두번째 과제

양석훈 기자 2023. 11. 10.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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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지역정보개발원이 조달청에 ‘고향사랑e음’ 유지관리 용역 제안 요청서를 게시했다. ‘지정기부’ 기능 개발과 민간 플랫폼을 위한 오픈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 개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간 고향사랑기부제(고향기부제) 활성화를 위해 정보 플랫폼의 민간 개방과 지정기부의 필요성을 요구해 온 지방자치단체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정보 플랫폼 운영 주체로서 민간이 참여하는 것은 기부금 접수창구를 확대하고 민간업체 간 선의의 경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를 통해 서비스 운영이 기부자 중심으로 진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이제야 제도 활성화를 위한 1단계 준비 태세가 갖춰진 셈이다. 이제 제도와 시스템(하드웨어)뿐 아니라 제도 운용 과정(소프트웨어)에서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고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해 두번째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장의 담당 부서는 답례품 선정과 대금 정산 등 공급업체 관리, 기부자 민원 응대, 모금 홍보 활동, 기금 사용처 발굴 등 이미 과중한 업무를 수행 중이다. 

고향사랑e음에 지정기부 기능이 추가된다고는 하나 이에 따른 지원 대책은 보이지 않는다. 지정기부를 활성화하려면 지역 현안 중에서 모금 이슈를 발굴·선정하고 (잠재) 기부자 수요를 파악해 타깃별 홍보·마케팅을 통해 참여를 독려하는 일련의 과정이 필요하다. ‘서비스를 개발해서 판매하는’ 작은 기업 하나를 경영하는 수준의 일이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미 과중한 업무의 담당 공무원이 감당할 수 있는 업무 규모가 아니다. 정부가 나서서 집중되는 업무를 지원하는 더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먼저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지자체 인력 보강이다. 특히 고향기부제 관련 업무는 민간 플랫폼이나 지역의 답례품 제공자, 기금사업 기획자 및 민간단체와 협력해야 할 일이 많다. 이와 관련한 인재 확보가 필수적이다. 

일본 총무성에는 지역 이주와 교류 활성화, 지역 관계인구 확대 시책을 담당하는 ‘지역력(力) 창조 그룹’이라는 부서가 있다. 대표적인 사업으로는 '지역력 창조 어드바이저' 제도가 있는데 지역 활성화 관련 전문성과 노하우를 가진 외부 전문가를 초빙할 수 있는 사업비를 지원하는 내용이다. ‘지역력’을 강화해 지역의 독자적인 매력과 브랜드 가치를 향상하도록 지자체를 지원하는 제도다.

비슷한 제도로 ‘마을지원원’ 제도도 있다. 지역 실정에 정통하고 마을 활성화 관련 경험과 지식이 풍부한 인재를 선발해 연간 최대 350만엔까지 국비로 지급한다. 주로 해당 지역 사람이 90% 정도고 50~60대의 시니어들이 다수 참여한다. 그중 10% 정도는 공무원 출신이고 일반 기업 출신은 25% 정도 된다. 전업만 2000명가량, 겸임하는 사람까지 합치면 5000명가량의 지원원이 활동하고 있고 매년 증가 추세다. 해당 인원들의 활동비와 인건비 100%를 중앙정부(총무성)에서 지방창생사업이나 특별교부금 형태로 지원한다.

최근 언론을 통해서 “행정안전부가 지역정보개발원에 고향기부제 플랫폼 구축·운영을 위탁한 이유가 기관 내에 있는 행안부 전관들을 예우하기 위한 차원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는 주장을 접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비공식적이고 비합법적인 방식이 아니라 일본과 같이 소멸지역의 지역 과제 해결과 민관협력의 중계자로서 공무원 출신의 ‘가이드’를 파견하는 정책을 도입해 보면 어떨까. 만일 100% 지원이 어렵다면 민간에서 지역사업을 하는 단체에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고용 지원 형태로 우회해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해 볼 만하다.

지자체는 올해 고향기부제라는 헌정 이후 최초의 제도 운용을 경험하고 있다. 지역소멸 위기 극복과 부족한 재원 확보를 위해 사활을 건 지자체에 고향기부제는 놓칠 수 없는 기회다. 중앙정부 차원에서 제도 안착을 위해 선제적으로 정책 입안에 나서주기를 지자체는 바라고 있다.

권선필 목원대학교 행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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