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잠재적 범죄자 됐다"...노란봉투법 통과에 대통령 거부권 건의
(지디넷코리아=류은주 기자)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제2·3조 개정안(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자 경제계가 일제히 반발에 나섰다.
경영계·정부·여당은 노조에 대한 무분별한 손해배상을 막고 노동권을 보장하는 법이라는 노동계·야당과,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산업현장에 혼란이 야기된다며 반대했지만 9일 통과됐다.
10일 재계에 따르면 경제6단체는 오는 13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조법 개정안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예정이다.
노란봉투법으로도 불리는 개정안은 노사 관계에서 사용자와 쟁의행위의 범위를 넓혔다.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 근로자도 원청 사용자와 단체교섭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노동권을 보장한 것이다.
또 불법 파업 등으로 손배 판결이 내려질 때 각자의 책임 범위를 산정하지 않은 채, 조합원 모두가 거액의 손해발생액을 부담하는 것을 막겠다는 취지에서 손해배상 범위를 제한하는 내용도 담겼다.
노동계는 노란봉투법을 '손배폭탄 방지법'으로 부르며 과도하고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으로 노조 활동이 위축되는 것을 막고, 하청 노동자들의 노동 3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경영계는 국가 경쟁력을 퇴화시키는 개악 법안이라며 맞서고 있다.
6개 경제단체는 본회의 통과 후 일제히 노란봉투법에 반대하는 목소리의 논평을 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노동조합법상 다수의 형사처벌이 존재하지만 추상적 개념으로 사용자 범위를 확대하고 있어, 기업인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만들고 경영활동을 크게 위축시킬 것”이라며 “쟁의 개념 확대와 손해배상 책임 제한으로 산업현장은 1년 내내 노사분규와 불법행위로 큰 혼란을 겪고, 이로 인해 국내기업들 투자뿐만 아니라, 해외기업들 직접투자에도 큰 타격을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이 법안이 가져올 산업현장의 혼란과 경제적 파국을 막을 유일한 방법은 대통령의 거부권밖에 없다"며 "우리 기업들이 이 땅에서 정상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거부권을 행사해 주길 건의한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우리나라 산업현장 근간과 질서를 흔들고 오랫동안 쌓아온 법률체계를 심각하게 훼손해 국내 산업생태계와 일자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 명약관화하다"며 "국가경쟁력에서 가장 취약한 분야인 노동경쟁력이 노란봉투법 통과로 인해 더 후퇴할 가능성이 매우 커져, 결과적으로 성장잠재력을 갉아먹는 요인이 될 것"이라며 노란봉투법 중단을 호소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역시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로 기업 경영의 어려움이 매우 가중되는 상황에서, 노사갈등과 파업을 조장해 기업의 경쟁력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노조법 개정안에 대해 전면적인 재검토를 요청했다.
이 밖에 한국무역협회, 중견기업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도 입법 중단을 촉구했다.
무협은 "경제계의 거듭된 입법중단 촉구에도 불구하고 금일 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이러한 입법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것으로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입법은 산업현장의 불법 쟁의행위를 면책함으로써 국내기업의 해외이전을 부추기고 기업경영을 위축시키는 도화선이 되고, 근로자들의 실직과 수출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며 "국내 제조업 기반 유지와 일자리 창출, 나아가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동 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영계와 노동계 주장이 팽팽히 맞서며 이제 대통령 결정만이 남았다. 일각에서는 윤 대통령이 양곡법,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로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대통령 거부권으로 돌아온 법안이 재의결 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200명)의 동의가 필요하다. 여당의 반대가 있는 법안이기 때문에 사실상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노동계는 대통령 결정을 앞두고 총력 투쟁에 나선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오는 11일 서울에서 대규모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고 '노란봉투법' 거부권 저지를 위한 투쟁을 예고했다.
류은주 기자(riswell@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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