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살 ‘거인 나무’ 8만그루…불이 이 숲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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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인나무 숲에 화마가 들이닥쳤다.
건물 30층 높이의 자이언트세쿼이아(Giant Sequoia) 500여 그루가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 남쪽의 마리포사 숲에 2022년 7월 불길이 번졌다.
다행히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인 '그리즐리 자이언트'(Grizzly Giant)는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그는 숲에 머물며 자이언트세쿼이아의 신비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애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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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년 전의 2%만 남은 자이언트세쿼이아
지구상에서 가장 큰 거인나무 숲에 화마가 들이닥쳤다. 건물 30층 높이의 자이언트세쿼이아(Giant Sequoia) 500여 그루가 밀집한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국립공원 남쪽의 마리포사 숲에 2022년 7월 불길이 번졌다. ‘워시번(Washburn) 화재’라는 이 불로 약 20㎢의 숲이 탔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폭염과 가뭄 등 이상기후가 수년 동안 캘리포니아에 이어져, 서부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인 캘리포니아는 해마다 대형산불로 곤욕을 치렀다.
다행히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나무인 ‘그리즐리 자이언트’(Grizzly Giant)는 불길을 피할 수 있었다. 요세미티에서 두 번째로 크고 세계에서 스물여섯 번째로 큰 이 나무의 키는 63.7m, 부피는 962.9㎥, 무게는 907t으로 1990년 공식 측정됐다. 살아 있는 거목을 잘라 나이테를 확인할 수는 없어 다른 나무와 지름을 비교해보니, 2천 살에서 3천 살 사이의 나이로 추정됐다.
수천 년의 세월 동안 그리즐리 자이언트는 셀 수 없는 고난을 버텨냈다. 번개도 여러 차례 맞았을 것이고 가뭄, 폭풍, 눈보라도 견뎠다. 실제 이 나무의 밑동에는 수백 년 전에 불탄 10여m 크기의 상처가 남아 있다. 나무의 중심도 남쪽으로 5도, 서쪽으로 1.5도가량 기울었다.
5천 년 넘게 원주민이 살아온 요세미티 계곡과 마리포사 숲에 1850년대 들어 백인들의 발길이 미쳤다. 캐나다 태생의 게일런 클라크는 심각한 폐질환을 치료하러 캘리포니아 와워나 지역으로 이주해 산속을 탐험하다 이 숲을 발견했다. 그는 숲에 머물며 자이언트세쿼이아의 신비함을 사람들에게 알리려 애썼다. 그리고 숲을 보호하는 법안을 작성해 의회를 설득했다.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은 1864년 요세미티 계곡과 이 숲을 ‘공공 사용 휴양지’로 보호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국립공원화를 이끌어낸 주인공 그리즐리 자이언트와 거인나무들이 화마를 피해 오늘 이 순간도 탐방객을 맞는 건, 국립공원과 소방 당국의 오랜 대비 덕분이다. 그들은 50년 전부터 산불의 연료를 제거해왔다. 감염병으로 고사한 나무, 바람에 쓰러진 나무, 가뭄에 말라붙은 나무를 미리 솎아 베어냈다. 또 숲의 낙엽을 걷어내고 바닥에 썩어가는 유기물을 파내어 제거했다. 잦아진 산불로 봄마다 큰 인명과 재산 피해를 겪는 우리가 새길 값진 교훈이다.
기후변화는 수천 살 거목에도 치명적인 위협이다. 뿌리에서 얻은 수분을 수십m 위로 충분히 끌어올려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다. 한데 물은 부족하고 열기는 높아만 간다. 현재 북미 지역에는 자이언트세쿼이아가 약 8만 그루 남아 있다. 200년 전과 비교하면 단지 2%만 살아남았다.
마리포사 숲(미국 캘리포니아)=사진·글 이정우 사진가
*낯섦과 익숙함, 경험과 미지, 예측과 기억, 이 사이를 넘나들며 감각과 인식을 일깨우는 시각적 자극이 카메라를 들어 올립니다. 뉴스를 다루는 사진기자에서 다큐멘터리 사진가로 변신한 이정우 사진가가 펼쳐놓는 프레임 안과 밖 이야기. 격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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