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로봇으로 美 뉴욕에 250평 '롸버트치킨' 문 엽니다"
(지디넷코리아=신영빈 기자)튀김은 여간 번거로운 작업이 아니다. 재료 준비를 마쳐도 튀김기 앞에서 조리 과정을 지켜봐야 한다. 뜨거운 유증기가 올라오고 기름이 튀면 화상을 입을 염려도 있다. 무게 1~2kg에 달하는 조리 기구도 쉴 새 없이 흔들어줘야 한다.
로봇 업계에서는 튀김기에 반죽을 집어넣는 순간부터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자동화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주로 소형 협동로봇(로봇 팔)을 활용하곤 한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을까.
지디넷코리아는 튀김로봇 어플리케이션을 5년 전부터 연구해온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를 만나 솔루션에 대한 설명을 들어봤다. 강 대표는 식음료 시장에 로봇을 도입하는 지난한 과정을 회상했다.
■ "치킨 시간당 50바스켓, 맛있고 안전하게 튀기는 법"
“반죽이 기름에 들어가면 금방 붙어버려요. 서로 안 붙도록 적절한 시간과 방법으로 쉐이킹을 해줘야 해요. 치킨집마다 반죽 종류도 천차만별이라 레시피에 맞는 솔루션을 구현하는 게 쉽지 않아요.”
로보아르테는 2018년부터 주방 자동화 솔루션을 연구했다. 로봇 제조사가 만든 하드웨어로 갖가지 기능을 구현하는 서비스 로봇 ‘시스템 통합(SI)’을 제공한다. 현재 두산로보틱스와 레인보우로보틱스 협동로봇을 활용해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다.
로봇은 각 제조사마다 조작법과 언어가 다르다. 비슷하게 생긴 6축 로봇 팔도 버튼이나 움직임 경로를 기억시키는 교시 방식이 저마다 차이가 있다. 로보아르테는 어떤 업체 제품을 쓰든 같은 품질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하드웨어 적용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같은 치킨이라도 요리 방법이 다양하다는 점이다. 강 대표는 팔 형태 로봇이 이런 환경에 대응하기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브랜드에 솔루션을 적용하더라도 하드웨어 구성에 큰 변화 없이 소프트웨어 변경만으로 여러 레시피에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로보아르테의 첫 번째 튀김로봇 ‘롸버트-E’는 시간 당 50바스켓을 조리할 수 있는 성능을 낸다. 설치 면적도 2평 이하로 최소화하고 클라우드 기반으로 원격 관리도 지원한다.
■ "美 뉴욕에 매장 준비 중…설비 전체에 위생 인증 획득"
로보아르테는 2020년 로봇이 치킨을 튀기는 컨셉으로 ‘롸버트치킨’ 매장을 열고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국내 직영점 2개와 가맹점 10개 매장이 운영 중이다. 올해는 해외로도 진출한다. 지난 6월 싱가포르에 첫 매장을 열었고, 오는 연말에는 뉴욕 맨해튼에 250평 규모 직영 플래그십 스토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강 대표에 따르면 롸버트치킨 뉴욕 매장은 이달 말 공사를 마치고 개점을 준비한다. 튀김로봇 3대와 바텐더 로봇을 도입한다. 한국보다 닭 소비량이 많은 세계 국가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자는 구상으로 2년 전부터 미국 진출을 꿈꿔왔다. 이를 위해 지난해 75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받았고, 지난 6월에는 한화투자증권에서 20억원 규모 추가 투자를 유치했다.
로보아르테는 지난 7월 국내 조리로봇 플랫폼 중 최초로 미국위생협회(NSF) 인증도 획득했다. NSF는 식품을 취급, 가공, 보관하는 상업용 기기와 기구 전반의 품질을 검사하는 국제공인기관이다. NSF 인증은 식재료와 접촉해 오염이 발생할 수 있는 식품 관련 기기의 모든 부분을 대상으로 한다. 열이나 화학적 변형·부식에 안전한 재질 사용 여부, 이물질 끼임으로 인한 오염 방지, 청소 용이성 등을 평가한 뒤 발급한다.
독특한 점은 로봇 본체가 아니라 설비 전체를 대상으로 인증을 받았다는 점이다. 로봇 제조사에서는 그리퍼 등 주변 설비까지 위생 인증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허점이 있었다.
강 대표는 “로보아르테 튀김 조리로봇 ‘롸버트-E’는 시스템을 구성하는 설비 전체에 대한 위생 안전성을 확보해 NSF 인증을 취득했다”며 “철저한 미국 위생 규제에 부합할 만큼 믿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로봇이 치킨 튀기면 좋은 점은..."
롸버트치킨은 로봇 서비스를 꾸준히 관리하고 고도화해야 한다는 책임감을 주는 존재가 됐다. 로보아르테가 로봇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가맹을 운영하는 주체가 됐기 때문에 점주들에게 양질의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강 대표는 설명했다. 사후 관리에 실시간 대응하기 어려운 기존 SI 업체들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로봇을 도입하면 좋은 또 한 가지 장점은, 고객들이 믿고 먹을 수 있도록 요리 과정에 정확한 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튀김기를 쓰는 대부분 음식점은 하루에 수차례 산가 측정기를 활용해 기름 상태를 확인해야 했지만, 로봇과 주변 센서를 이용하면 기름 상태를 보다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매장을 찾는 고객에게도 반가운 솔루션이 되는 이유다.
강 대표는 “내년부터 약 3년간은 해외 진출에 전념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나중에는 각 가정에 도입할 수 있는 주방 자동화 로봇을 개발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프로필
- 2018년 9월~현재, 주식회사 로보아르테 대표
- 2017년 8월~2018년 10월, 패스트벤처스 투자심사역
- 2013년 7월~2017년 5월, 유안타증권 IB 부문 ECM / M&A
신영빈 기자(burger@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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