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나비 "할인 없어도 전혀 아깝지 않은 인디 신작"
여러분은 '조선'과 '사이버펑크'라는 단어가 공존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기자는 처음 이 두 단어를 들었을 때 상당히 낯설었습니다. 과거 왕조를 상징하는 조선과 미래지향적인 사이버펑크는 마치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처럼 이질적이었거든요.
그런 편견을 부숴줄 새로운 인디게임이 등장했습니다. 원더포션이 개발하고 네오위즈가 유통하는 '조선 사이버펑크'를 내세운 게임, '산나비'가 말이죠. '사슬팔'을 이용한 로프 액션 재미를 강조했습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콘셉트에 매료돼서 게임을 플레이한 결과, 산나비는 '수작'이라는 표현으로도 부족할 정도로 훌륭한 게임성을 갖고 있습니다. 개인적인 취향을 살짝 담으면 '갓겜'이라고 지인들에게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을 정도였어요. 로프를 이용한 화려한 액션과 컨트롤 재미, 감동적인 스토리까지 흠잡을 데가 없었습니다.
모든 엔딩을 볼 때까지 8시간 정도가 소요됐어요. 1만 5500원이라는 가격치고는 상당한 볼륨과 퀄리티입니다. 여러분들도 이 게임을 있는 그대로 즐기셨으면 좋겠는 마음에 스포일러를 최대한 자제하며, 산나비를 소개하겠습니다.
장르 : 액션 어드벤처
출시일 : 2023년 11월 9일
개발사 : 원더포션
플랫폼 : PC, 닌텐도 스위치
■ 조선 사이버 펑크가 보여주는 익숙한 풍경
산나비가 목표로 하는 조선 사이버펑크는 금세 이해됐습니다. SF 분위기가 가득한 네온사인, 한옥과 비슷한 건물 양식을 적절히 섞어놓아 익숙한 분위기가 났어요.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룬 모습입니다.
주인공 옷차림과 소지품에서도 친숙함이 느껴집니다. 옷차림은 마치 조선시대 한복을 보는 듯했습니다. 머리에 달려있는 갓, 사랑스러운 딸은 단아한 한복을 입고 등장하죠. 게임 내 배경이 되는 나라 이름도 '조선'이니 모두 익숙한 광경입니다.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물건 중에는 '철호패'라는 이름을 가진 호패도 볼 수 있습니다.
게임 내 건물들을 자세히 보면 '대한'이라는 단어도 자주 보입니다. 출퇴근길 지하철 역과 같은 광경도 찾아볼 수 있어요. 과거와 현대, 미래적인 요소가 적절히 섞여 선사하는 분위기는 자연스럽게 게임 내 매력에 빠집니다.
도트 그래픽도 훌륭했어요. 퀄리티부터 애니메이션, 중간중간 연출까지 도트라고는 생각이 안 들 정도로 좋았습니다. 혹시 개인적 감성일지 몰라서 구경하던 지인들에게 물어봤는데, 만장일치로 좋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 진중하고 몰입감 있는 스토리, 분위기 밝게 만드는 귀요미들
스토리는 기본적으로 상당히 어두운 내용입니다. 스포일러를 당하면 게임 재미가 상당히 반감됩니다. 먼저 엔딩을 본 입장에서 말해보자면 상당히 감동적인 스토리입니다. 엔딩을 볼 때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어요.
게임 내 큰 목표는 '산나비'라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에게 딸을 잃은 주인공의 복수입니다. 그 과정에서 퇴역군인이었던 주인공은 자신이 몸담았던 부대에 산나비 단서가 있다는 내용을 듣죠.
'마고특별시'라는 수상한 도시, 그 안에 있는 시민 300만 명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이에 산나비가 연관돼 있다는 추측입니다. 주인공은 복수를 위해 마고특별시로 떠나고, '금마리'라는 인물이 보낸 구조 신호를 목표로 움직입니다.
산나비가 무엇인지 진실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분위기가 꽤 무거워졌어요. 주제부터가 딸을 잃은 아버지의 복수극인 만큼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그러나 중간중간 등장하는 귀염둥이 딸에 관한 추억, 개그와 귀여움을 모두 겸비한 금마리가 힐링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자칫 지나치게 무거운 분위기를 잊을 수 있었고, 게임에 즐겁게 집중할 수 있는 발판이 됐어요. 진지할 땐 진지하게, 그러나 너무 무거워지지는 않게 완급조절이 잘 이뤄졌습니다. 이 이상의 스토리는 여러분들이 직접 즐길 가치가 충분하니, 플레이해 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 짜릿한 손맛의 액션성 "사슬만 걸고 다녀도 재밌다"
사실 스토리가 아무리 좋아도 게임이 재미있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이죠. 결국 '액션 어드벤처'라는 장르를 내걸은 이상, 액션성과 그로 인한 재미가 동반돼야 합니다. 그런 면에서 산나비는 충분히 합격점을 넘어섰죠.
'사슬 액션', '스윙 대쉬', '충전 대쉬'와 마우스 조작에서 오는 단순하지만 강렬한 액션이 인상적입니다. 마우스 조준을 완벽히 하지 않아도, 근처 적에게 알아서 공격 판정이 나기에 스트레스도 덜했어요.
특히 사슬 액션 재미가 상당했습니다. 그냥 걸고 이동만 하고 다녀도 재미있어요. 이동하는 과정에서 속도감이 상당했고, 조작감도 좋아 플레이가 부드럽게 이어지니 만족감도 컸어요. 스윙 대쉬 기능도 의미 없이 좌우로 흔드는 과정을 줄여줬기에 아주 좋은 시스템 중 하나였습니다.
일반 몬스터 구간은 사슬팔을 적중만 시킨다면 한 방에 처치할 수 있었기에 속도감이 있었습니다. 보스 몬스터 구간은 속도감보단 기믹을 활용하는 전투가 인상적이었어요. 플레이어 입장에선 특별한 행동을 하지 않았는데 멋지게 활약하는 주인공을 보고 있자니 고수가 된 것 같아 뿌듯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옥에 티 "이만큼 했으면 넘어가도 될텐데"
모든 게임이 장점만 있을 수는 없겠죠. 플레이하면서도 아쉬운 점이 있었습니다. 스테이지 별로 핵심 기믹은 동일한데, 진행 시간이 상당히 늘어졌어요. "이쯤 하면 이 챕터는 알차게 즐겼는데 다음 맵 언제 나오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같은 기믹으로 비슷한 구성을 가진 맵을 진행하고 있으면 지루해지기 시작합니다.
후반부로 갈수록 이 문제가 두드러졌는데, 스토리 최중요 내용을 풀고 있는 와중 '스토리 감상 → 이동 스테이지 → 스토리 감상'이라는 루프를 반복하는 구성이 상당히 아쉬웠습니다.
챕터 별 기믹 추가는 좋았지만, 추가한 기믹에 비해 스테이지 진행을 상당히 오래 진행했기에 "많아서 좋아"보다는 "언제까지 이어지는 거지"라는 짜증이 먼저 들었습니다.
특히 '공장' 챕터 내 감독관 스테이지는 참신한 기믹보다는 일렁거리는 화면과 밝은 섬광으로 인해 피로감이 상당했습니다. 플레이 도중 유일하게 부정적인 감상이 들었던 스테이지였어요. 처음 진행할 때 '모르면 죽어야지'식 구성임에도 죽을 때마다 새하얗게 물드는 화면을 보고 조금 한숨이 나왔습니다.
이외에도 마지막 감상을 강렬하게 해줄 최종 보스의 부재가 상당히 크게 다가왔어요. 진실에 다다른 주인공이 여정 끝에 다다르고, 그 끝을 시원하게 마무리할 강렬한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를 빼고서라도 스토리는 흠잡을 데 없었어요.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 강추 가능한 갓겜 "보장된 재미와 감동이 있다"
결론적으로 산나비는 "게임을 구매할까"라고 망설이는 유저들에게 자신있게 추천드릴 수 있는 게임입니다. 이 정도 가격에 이러한 퀄리티를 자랑하는 게임은 흔치 않습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과정 속에서 자연스럽게 몰입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었어요.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았지만 많은 장점이 자잘한 단점을 모두 덮을 만큼 매력적인 게임입니다. 게임 난도가 아주 쉬운 편은 아니더라도 조금만 노력한다면 엔딩을 보기엔 큰 무리가 없으니 걱정할 필요없습니다.
최근 새로운 액션이나 어드벤처 게임을 찾고 있었다면, 산나비는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되어줄 수 있습니다. 국산 인디게임이 이 정도 퀄리티를 낼 수 있음에 감탄을 감출 수 없었어요. 게이머 여러분들도 조선 사이버펑크 세계에 빠져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1. 훌륭하고 몰입도 넘치는 스토리
2. 시원한 사슬 활용 액션, 편안한 조작감
3. 정교한 도트 그래픽
1. 특정 구간이 지나치게 늘어져 지루함
2. 다회차를 즐길 동기가 없음
3. 대미를 장식하는 최종 보스의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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