붙이고, 끼우고, 입고···다양해진 ‘인간 보조’ 웨어러블 시장

미국 스타트업 휴메인이 공개한 부착형 웨어러블 인공지능(AI) 기기 ‘AI 핀’ 착용 모습. 휴메인 제공

마치 배지처럼 옷에 ‘붙이는’ 웨어러블 제품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이 탑재돼 눈앞에 놓인 음식 칼로리까지 알려줄 정도로 똑똑하다. 또 손가락에 끼워 24시간 건강정보를 모니터링하는 ‘스마트 반지’도 있고, 옷처럼 입어 거동이 불편한 사람의 보행을 돕는 웨어러블 기기도 개발되고 있다. 이미 보편화된 스마트 워치를 넘어 제품 쓰임새와 사용자 신체능력 등을 고려한 다양한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가 등장하고 있다.

AI 스타트업 휴메인은 9일(현지시간) 옷에 부착해 사용하는 AI 비서 ‘AI 핀’을 공개했다. 손바닥보다 작은 사이즈로, 자석을 이용해 옷깃에 붙여서 사용한다. 카메라와 스피커는 내장돼 있으나 별도의 디스플레이 화면은 없다. 대신 사용자 손바닥에 정보를 표시하는 ‘레이저 프로젝션’을 채택했다. 챗GPT 기반의 AI 기능이 들어 있어 상대방 목소리를 기록하거나 e메일 요약, 실시간 번역도 가능하다. 음식 앞에 서서 칼로리나 단백질, 지방 등 영양정보를 물어보면, 카메라로 이를 인식한 AI 핀이 관련 정보를 음성으로 알려준다.

2018년 설립된 휴메인은 애플에서 근무했던 임란 초드리와 베사니 본조르노 부부가 설립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람들을 손안의 스마트폰 중독에서 해방시키기 위해서다. 이 회사 최고경영자(CEO) 초드리는 “1년 넘게 매일 아침에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 핀을 착용했다”며 “자전거를 타는 등 격렬한 활동에도 (옷에서 떨어지지 않고) 견딜 수 있다”고 말했다. 휴메인은 오는 16일부터 AI 핀의 주문을 받는다. 기기 가격은 699달러(92만원)이다.

핀란드 디지털 헬스케어 업체 ‘오우라’에서 만든 스마트 반지 ‘오우라 링’. 오우라 제공

손가락에 ‘끼우는’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도 있다. 이미 핀란드 헬스케어 업체 오우라가 패션 브랜드 구찌와 협업해 만든 ‘오우라 링’이 시중에 팔리고 있다. 삼성전자도 올해 특허청에 ‘갤럭시 링’과 ‘갤럭시 서클’의 상표권을 출원했는데 이 역시 반지 형태의 웨어러블 기기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내년 1월 신규 스마트폰 ‘갤럭시 S24’를 공개하는 언팩 행사에서 ‘갤럭시 링’을 공개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애플도 반지 모양 웨어러블 기기에 관심을 두고 있다. 애플은 최근 미국 특허청에 ‘피부 접촉 감지시스템’ 관련 특허를 등록했는데 이를 두고 ‘애플 링’과 연관됐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미세혈관이 몰려있는 손가락에 착용하는 스마트 반지는 스마트 워치보다 세밀한 심박수, 심전도 측정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2019년 선보인 웨어러블 보조기기 ‘젬스 힙’. 삼성전자는 젬스 힙의 정식 명칭을 ‘봇핏’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제공

‘입는’ 제품도 있다. 삼성전자는 내년 중 웨어러블 로봇 ‘봇 핏’을 출시할 예정이다. 고령자, 장애인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보행을 돕는 로봇이다. 스마트폰이나 스마트 워치와도 연동 가능하다. 최근에는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근력 강화나 다이어트 기능도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봇핏은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제품 전시회 ‘CES 2024’에서 공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베타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며 “출시 시점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