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고 재미난 인천경제자유구역을 만드려면

2023. 11. 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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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지리학자들의 시선] 전환기 맞은 20살 인천경제자유구역

[서봉만 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장]
인천경제자유구역은 2003년에 최초로 외국인 투자를 장려하기 위해 지정된 특별구역이다. 2001년에 인천국제공항의 개항과 인천경제자유구역 지정으로 인천시는 새로운 시대의 서막을 열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송도, 청라, 영종지구로 나뉜다. 송도지구는 바이오와 IT 그리고 첨단 지식 및 서비스산업, 청라지구는 국제 금융과 유통, 그리고 영종지구는 복합리조트와 항공산업 등 각각 특화된 첨단분야 산업을 육성하는 전략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전 인천시 경제성장을 주도한 것은 원도심에 산재한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성장한 기계와 금속산업이었는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기와 전자 관련 산업으로 대체됐다. 그리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항을 기반으로 한 물류산업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인천시 산업 지형은 빠르게 변화했다.

최근 인천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은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애초 경제자유구역청의 역할은 부지 조성과 투자 유치에 초점을 두었는데, 부지 조성이 마무리되면서 혁신생태계 조성을 통한 전략산업 육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항공/복합 물류', '바이오 헬스케어', '지식서비스' 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선정했다. '바이오 헬스케어' 산업은 경제자유구역 조성 초기에 셀트리온 그리고 2012년 삼성 바이오로직스가 입주하면서 앵커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국가 공모사업인 '바이오공정인력양성센터(K-NIBRT사업)'와 'K-바이오 랩허브'를 유치하면서 송도지구는 국가의 핵심 바이오클러스터로 성장했다.

'항공/복합 물류' 분야는 인천국제공항의 개항으로 2000년대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룬 산업이며, 높은 집적도를 보이면서 지역 경제에서 주요한 산업으로 부상했다. '지식서비스' 관련 산업은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지만, 최근 파라다이스 시티와 인스파이어 등 복합리조트가 들어서면서 공항과 연계한 관광과 휴양 그리고 마이스산업의 성장이 기대된다.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 주거환경의 정비가 진행되면서, 소비 상권과 문화·여가 공간 등 정주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 표 1. 인천경제자유구역 중점유치업종 및 핵심전략산업 현황 (출처: 인천경제자유구역청(2022) 2021년 기준 인천경제자유구역 입주사업체 실태조사)

인천경제자유구역이 글로벌 수준의 혁신 산업생태계로 도약하기 위해 지향해야 할 정책 방향을 살펴보면, 현실적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입주한 기업들의 가장 큰 고민은 혁신 산업생태계를 이끌어갈 고급 인재의 확보와 유지다.

토론토 대학의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의 말에 따르면, 미래의 경제 공간은 산업 중심의 경제가 아닌 탈산업주의 경제가 지배적인 공간으로 재편될 것이다. 혁신 경제 공간으로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미래도 플로리다 교수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플로리다 교수는 탈산업주의 경제에서는 기술 지식보다 창의성이 중요하게 될 것이며, 기술자, 비즈니스맨, 디자이너, 문화산업 종사자 등 다양한 사람들의 교류와 소통이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도시를 만드는 핵심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 생겨나는 놀이 공간들

아직 인천경제자유구역은 기술자와 비즈니스맨이 주도하는 공간인데,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패션그룹 형지의 본사가 송도로 옮겨오고, 세계 3대 패션대학으로 알려진 뉴욕주립대학교의 'Fashion Institute of Technology' 프로그램이 글로벌 캠퍼스에 개설되는 등 패션 관련 인프라가 추가됐다.

그리고 아트센터 인천이 2018년 11월 콘서트홀을 개관하였는데, 우수한 음향 설계가 호평을 받으면서 조성진 등 세계적인 스타가 연주하는 공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향후 2단계 사업을 통해 미술관과 오페라하우스를 갖춘 복합 문화예술공간으로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패션과 공연 인프라의 확충을 통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플로리다 교수가 말한 탈산업주의 경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2006년 첫 페스티벌 이후 18년째 개최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음악도시 인천이라는 브랜드를 기반으로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대표적인 축제로 자리 잡았으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하는 K-CULTURE 관광 이벤트 100선에도 선정됐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이제 첨단기업의 혁신을 선도하는 기술 인재를 유치하는 것을 넘어서 창의적인 혁신을 선도할 다양한 창조계급이 서식할 수 있는 경제 공간을 만들어 가고 있다.

허브 공항에 인접한 영종지구에는 복합리조트가 독특한 여가 공간을 창조한다. 2017년에 개장한 파라다이스 시티와 2023년말 개장 예정인 인스파이어 엔터테인먼트 리조트는 호텔, 카지노, 컨벤션, 테마파크, 전시공간, 스튜디오, 아레나 등 새로운 여가와 관광 공간을 제공한다. 청라지구에서는 영상문화 복합단지와 e-스포츠 클러스터 조성 사업이 추진 중이다.

이미 추진 중인 청라 영상·문화 복합단지 조성사업은 영상·문화 콘텐츠 제작 분야 기업과 관광·문화시설을 포함하는 도시형 융복합 영상·문화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추가로 청라지구에 계획 중인 사업이 '청라 G-Tech City' 프로젝트인데, 세계 최초로 게임 관련 학위과정을 개발한 디지펜 공과대학, 한국토지주택공사, 그리고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협력해서 글로벌 게임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시설, 연구개발 시설, 국내외 게임기업 혁신지구와 스튜디오, 지식산업센터, 관광 MICE 시설, 게임엔터테인먼트 지구 등을 조성하여 e-스포츠 산업 중심의 게임 특화단지를 조성한다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의 지구별로 진행되는 문화콘텐츠 산업 관련 사업은 대부분 계획이며, 실제 사업이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려면 시간과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추진 중인 문화콘텐츠 관련 사업은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 문화콘텐츠 산업의 육성은 첨단 제조업 중심의 인천경제자유구역 산업생태계의 다양성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중요하다. 플로리다 교수의 주장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산업생태계의 다양성은 도시의 창의성이 발현되는 원천이 된다.

즉 산업의 다양성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인재의 다양성으로 연결되며, 도시의 창의성은 다양한 인재들의 교류와 소통에서 발현되는 것이다. 또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유치를 통해서 생산된 서비스를 지역 주민이 소비하는 과정을 통해 삶의 만족도는 높아진다.

즐겁고 매력 있는 인천경제자유구역

하버드 대학의 글레이저 교수가 <도시의 승리>라는 저서에서 말한 '즐거운 도시'가 성공한다는 명제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추구해야 할 가치가 되었다. 글레이저 교수는 과거의 도시가 생산에서 우위를 누리는 장소를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21세기 도시는 소비의 우위를 누리는 장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은 여전히 바이오산업을 중심으로 한 첨단산업의 생산에 초점을 둔 장소이다. 최근 현대아울렛과 트리플 스트리트 등 쇼핑시설이 확충되면서 소비활동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글레이저 교수가 말하는 소비에서 중요한 요소인 '놀이'의 다양성은 여전히 부족하다.

도시에서 '놀이'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소비를 의미한다.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도시에서 양질의 문화콘텐츠를 경험하고 소비하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다. 문화콘텐츠 소비를 통한 즐거운 삶의 경험이 매력있는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문화콘텐츠 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우선 현재 진행되고 있는 사업들을 통해서 성공적인 사례를 만들어 내는 것이 중요하다. 객관적인 지표를 기준으로 보면, 인천경제자유구역에서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경쟁력 있는 산업 기반을 가진 영역을 찾기는 힘들다.

하지만 수도권에서 양질의 접근성을 지닌 적정한 규모의 부지를 보유하는 인천경제자유구역은 대부분의 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도 예외는 아니다. 따라서 전략적으로 유치 대상을 선정하고 현재 추진하는 지구별 사업의 비즈니스 모델과 연계해서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한다면 가능성이 있다.

'놀이'와 '창의성'이 도시의 미래 잠재력을 좌우하는 시대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지난 20년을 통해 일궈온 첨단산업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는 '기술'과 '혁신'이 중요했다면, 앞으로 20년은 앞에서 말한 두 단어와 함께 '놀이'와 '창의성'을 도시 전략에 담아내는 것이 과제다.

인천시는 항상 새로운 시대를 여는 전초기지 역할을 해 왔다. 개항을 통해 새로운 문물을 담아냈으며, 인천국제공항과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통해 첨단산업 시대를 개척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은 혁신 산업생태계를 만들어 나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에 '놀이'와 '창의성'이라는 무기를 제공하고 다양한 인재들에게 새로운 놀이터와 혁신의 장을 제공할 것이다.

▲ 인천경제자유구역 홍보 책자 갈무리. ⓒ인천경제자유구역

■ 필자 소개

서봉만은 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장으로 재직 중이며, 경제지리학을 전공하였다. 최근 인천연구원에서는 송도 바이오클러스터 육성과 인천시 창업생태계 활성화 그리고 인천시 미래 경제산업 전략 관련 연구를 수행하였다. 본 글은 현재 진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 K-콘텐츠산업 육성 연구 수행 과정에서 만난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소통의 결과물 중의 일부이다.

[서봉만 인천연구원 도시정보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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